[심재희의 골라인] 'EPL 클래스'에 토너먼트 예방주사 맞은 신태용호
입력: 2017.05.27 05:00 / 수정: 2017.05.27 09:09
한국, 잉글랜드에 0-1 패배. 신태용호가 잉글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A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빈 이승우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 /수원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한국, 잉글랜드에 0-1 패배. 신태용호가 잉글랜드에 덜미를 잡히며 A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잉글랜드와 경기에서 교체 출전해 그라운드를 누빈 이승우가 다리 통증을 호소하는 장면. /수원월드컵경기장=최용민 기자

한국, A조 2위로 토너먼트 진출

[더팩트 | 심재희 기자] "역시 EPL 출신!"

첼시, 아스널, 리버풀, 토트넘, 에버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기대주로 평가 받는 선수들의 기량은 생각보다 더 대단했다. 피지컬, 기술, 전술 소화 등 모든 면에서 태극전사들보다 한 수 위였다. 신태용호가 'EPL 클래스'를 발휘한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무릎을 꿇으며 여러 가지 숙제를 발견했다.

신태용호가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첫 패를 떠안았다. 2연승 후 쓴맛을 봤다.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잉글랜드에 0-1로 졌다. 16강행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덜미를 잡히며 조 2위로 내려앉았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빛났던 '신태용 매직'이 잉글랜드를 상대로는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 전술, 부분 전술, 팀 전술에서 모두 한국이 밀렸다. 스피드, 피지컬, 개인기를 두루 갖춘 잉글랜드 선수들의 집중력 있는 플레이에 태극전사들이 고전했고, 결과도 좋지 않았다.

중원 지배 실패! 한국은 5명의 미드필더가 나섰으나 효과적으로 중원 공간을 장악하지 못했다. /심재희 기자
중원 지배 실패! 한국은 5명의 미드필더가 나섰으나 효과적으로 중원 공간을 장악하지 못했다. /심재희 기자

3-5-2 전형을 기본으로 짠 신태용 감독은 5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며 중원 점령에 나섰다. 하지만 수비를 두껍게 하고 빠른 역습을 노리는 잉글랜드의 전략에 돌파구를 못 찾으며 기본 동력을 잃었다. 기본적으로 플랫 형태에 가깝게 구성된 5명의 미드필더들은 다양하게 공수 연결고리 구실을 해내지 못했다. 동선이 겹치는 장면을 많이 연출하면서 허리 쪽 공간을 효율적으로 지배할 수 없었다. 한국의 공격과 수비의 연결이 그리 매끄럽지 않았던 이유다.

스리백과 윙백들의 불안한 호흡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났다. 좌우 윙백 우찬양과 이유현이 애매한 위치에 서 있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스리백의 측면 부담이 늘어나 수비 뒤 공간이 많이 생겼다. 윙백의 측면 커버가 계속 늦고, 상대가 사이드를 돌파할 때 수비수들이 한 쪽으로 쏠리는 현상까지 나오면서 수비라인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결승골도 측면 공간이 뚫린 뒤 수비수들이 공에 시선 유도가 되면서 침투하는 잉글랜드 선수를 놓쳐 내주고 말았다.

이승우와 백승호가 빠진 공격도 답답했다. 하승운과 조영욱이 투톱을 이뤘지만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한찬희와 임민혁이 중앙 쪽에서 여러 차례 도움을 줬지만 측면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상대의 빠른 역습에 대한 부담으로 측면 공격을 시원하게 시도하기 어려웠다. 조영욱과 하승운은 전방에서 열심히 뛰었지만 잉글랜드 수비진에게 유리한 공간에 많이 갇히고 말았다. 기니전과 아르헨티나전에서 재미를 봤던 이승우-조영욱-백승호 삼각편대와 달리 유리한 공격 공간 점유를 거의 해내지 못했다.

공수 모두 불안했던 잉글랜드전. 신태용호는 잉글랜드전에서 측면 수비가 계속 뚫렸고(왼쪽 그래픽 A 부분), 공격에서는 투톱이 유리한 공간(B 부분)을 많이 점유하지 못했다. /심재희 기자
공수 모두 불안했던 잉글랜드전. 신태용호는 잉글랜드전에서 측면 수비가 계속 뚫렸고(왼쪽 그래픽 A 부분), 공격에서는 투톱이 유리한 공간(B 부분)을 많이 점유하지 못했다. /심재희 기자

후반전 초반 약점을 떨쳐내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한국은 아르헨티나전에 이어 잉글랜드전에서도 후반전 초반 크게 흔들렸다. 전반전에 잘 되지 않은 점을 보완해 후반전 초반 전열을 가다듬는 타이밍에 팀 전체가 안정을 유지하지 못했고,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여러 차례 내주는 약점을 또 노출했다. 후반전 초반 변화를 바로 주는 것보다 여유를 가지고 서서히 중심을 바꾸는 전략이 안전해 보인다.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은 "역시 EPL 출신"이라는 말로 태극전사들이 잉글랜드 선수들에게 밀렸다고 냉정하게 짚었다. 기본 개인기와 스피드 및 기술에서 열세를 보이며 준비한 전술과 전략을 제대로 발휘하기 여러웠다고 평가했다. 'EPL 클래스'를 느끼면서 '첫 패배'라는 비싼 수업료를 지불한 신태용호다.

어찌 보면 지면 끝장인 토너먼트 이전에 숙제를 발견해서 다행스럽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신태용호의 최대 강점은 카멜레온 같은 모습이다. 멀티 플레이어들이 많고, 선수들의 기량이 고르기 때문에 팀 전형과 전술의 탄력도가 매우 좋다. 비록 잉글랜드에 패했지만 '회복'이라는 두 글자를 새기며 16강전을 준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PL 클래스'에 예방주사를 맞으며 1차 관문을 뚫고 토너먼트에 나서게 되는 한국. 'EPL 클래스'가 확인하게 한 숙제를 풀고 더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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