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월드컵] 골, 그 이상의 의미...이승우 드리블
입력: 2017.05.24 05:00 / 수정: 2017.05.24 05:00

한국의 이승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A조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한국의 이승우가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A조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더팩트 | 최정식 선임기자] 사람들은 왜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열광하는가. 물론 골을 많이 넣기 때문이지만 또한 그들이 탁월한 드리블러이기 때문이다. 골을 넣기 전 여러 명의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따돌리며 돌파하는 과정은 단체 경기에서 개인 플레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이다.

한국 축구는 8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호쾌한 돌파에 의한 골을 거의 보여주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박창선이 터뜨린 한국의 월드컵 첫 골은 중거리슛에 의한 것이었다. 이후 많은 골을 넣었지만 크로스에 이은 헤딩, 문전 쇄도, 세트피스 등으로 만들었을 뿐 예술적인 드리블을 구경할 수 없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 박지성이 돌파에 이은 골을 넣었지만 이는 상대 수비의 공을 가로챈 것이었다.

1986년과 2010년 월드컵 아르헨티나전에서 한국 축구를 좌절케 한 것은 1-3, 1-4의 스코어가 아니라 디에고 마라도나와 메시의 드리블이었다. 그들은 한국을 상대로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수준차를 절감케 한 기량을 보여줬고 대표적인 것이 드리블이었다.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한국의 이승우가 중앙선에서 페널티박스까지 40m를 드리블로 돌파해 선제골을 넣었다. 이 골이 결국 2-1 승리와 16강 진출을 이끌었지만 그골에 이른 과정 역시 큰 의미를 갖는다.

이승우는 수비를 따돌리는 과정에서 폭발적인 스피드, 상대 선수와의 간격 컨트롤, 공에 대한 완벽한 통제, 슈팅 타이밍 등 최고 수준의 드리블러에게 필요한 모든 모습을 보여줬다. 섬세한 볼 터치로 수비수의 균형을 무너뜨리는 기술은 성인 대표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어릴 때부터 그런 드리블을 상대하는데 익숙한 아르헨티나 선수들조차 드리블 코스 밖으로 밀려나며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승우는 U-16과 U-17 대회에서도 뛰어난 드리블 솜씨를 자주 과시했다. 그러나 성인에 접어든 U-20은 수비의 대응 수준이 다르다. 그럼에도 감각적인 드리블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같은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세계 최고의 드리블러 메시를 연상하게 되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

한국 축구는 이제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홈에서지만 4강까지 올랐다. 골도 드물지 않게 나온다. 이제는 아름다운 골, 멋진 드리블을 보고 싶다.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malis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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