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골라인] 통한의 패배! 그래도 신태용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입력: 2016.08.14 18:09 / 수정: 2016.08.14 20:13
한국 0-1 온두라스. 한국이 온두라스의 벽에 막혀 리우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었다. 온두라스전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한 한국 선수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게티이미지
한국 0-1 온두라스. 한국이 온두라스의 벽에 막혀 리우올림픽 메달의 꿈을 접었다. 온두라스전에 앞서 기념 촬영에 임한 한국 선수들. /벨루오리존치(브라질)=게티이미지

신태용호, 조별리그 최고 성적! 메달 획득 실패

[더팩트 | 심재희 기자] 경기가 끝난 지 꽤 됐지만 아직도 아쉬움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축구 소식을 전하고 분석하는 사람이 아니라 축구 팬으로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기도 하다. 신태용호의 온두라스전 0-1 패배. 1994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준결승 우즈베키스탄전 0-1 패배만큼 허무한 결과다.

이게 축구고 토너먼트 승부다. 토너먼트 단판승부의 의외성과 전략이 경기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눈으로 다시 확인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뒤지는 팀이 강팀을 잡는 법. 온두라스는 그걸 알고 있었고, 전력 열세를 뒤집은 '감춰둔 힘'을 적재적소에 잘 발휘했다.

한국은 꼬이고 또 꼬였다. 축구도 흐름이 왔다갔다 하는 스포츠라 승패에 대한 '감'이 오기 마련인데, 한국의 전반전 공세가 상대 골키퍼의 '미친 선방'에 막혔을 때 불안감이 몰려왔다. 후반전 초반에도 선제골이 한국 쪽에서 터지지 않으며 더 커진 기분 나쁜 예감은 후반 15분 현실이 됐고, 결국 한국은 패배의 수렁 속에 빠져 들었다.

슈팅 16-6, 유효슈팅 7-4, 후반전 점유율 70-30. 절대적으로 앞서는 경기 기록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축구는 기록의 스포츠가 아니고, 토너먼트 승부에서 모든 팀들이 바라보는 최종 목표는 바로 '결과'다. '넣을 걸 못 넣으면 위기에 빠진다'는 축구 공식을 피하기 위해서 한국은 더 집중해야 했다. 통한의 패배 원인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

그래도 신태용호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번 대회에서 신태용호가 보여준 저력은 좋은 성적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우선, 준비한 시나리오를 그대로 그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피지전 대승의 목표를 이뤘고, 조별리그에서 독일을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갔다. '디펜딩 챔피언' 멕시코를 격파하며 조별리그 역대 최고 성적을 달성했다. 우리가 만나게 될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해 준비한 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더 놀라운 것은 선수들의 성장이다. 세계적인 강호인 독일과 멕시코를 상대로도 전혀 주눅들지 않고 자기가 가진 것을 모두 발휘하는 선수들을 보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과거 큰 무대에서 한없이 작아졌던 한국 축구가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기점으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비록 온두라스에 패하긴 했지만, 경기 상황에서 따라서 전형과 전술을 변화하며 승부수를 던지는 신태용 감독의 지휘력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했다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

축구에서 한 번 나온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 아울러 기본 성적표도 끝까지 남는다. 한국은 4강 진출에 실패했으나 리우올림픽 4경기에서 2승 1무 1패 12득점 4실점을 기록했다. '빛나는' 성적표가 통한의 패배에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아야 한다. 신태용호에 손가락질이 아닌 박수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물론 승부에서 진 뒤에 변명을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침대축구'에 대해서는 늘 아쉬움이 남는다. '침대축구'를 펼친 온두라스를 비난하진 않는다. 그들은 정해진 룰 안에서 리드를 영리하게 지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가로젓게 되는 건 이런 플레이는 '정정당당'을 외치는 올림픽 정신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앞선 팀이 일부러 시간을 지연해 팬들의 야유를 받는 일. 축구의 격을 높이고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위해서 '침대축구'에 관련된 룰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kkaman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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