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의 빌드업] 황희찬, 차범근-박지성 잇는 '소년 대표' 충분합니다
입력: 2016.02.08 13:00 / 수정: 2016.02.05 16:55

꼭 넣는다 황희찬(왼쪽)이 지난해 10월 9일 열린 호주 올림픽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상대 골문을 노리고 있다. / 화성종합경기타운 = 최용민 기자
'꼭 넣는다' 황희찬(왼쪽)이 지난해 10월 9일 열린 호주 올림픽 대표팀과 평가전에서 상대 골문을 노리고 있다. / 화성종합경기타운 = 최용민 기자

황희찬의 대표팀 합류를 지지합니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한국 축구 불세출의 영웅 차범근을 비롯해 '영원한 산소 탱크' 박지성, '앙팡테리블' 고종수, 이천수, 현 축구 국가 대표팀 주장인 기성용(스완지 시티), '손세이셔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모두 묘한 공통점 하나가 있다. 바로 20세 이하의 나이에 성인 국가 대표팀에 발탁돼 경기를 뛰었다는 점이다. 훗날 최고가 된 배경엔 어릴 때 큰물을 경험한 것도 큰 힘이 됐다. 올해 이 약관의 국가 대표의 명맥을 이어나갈 주인공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바로 23세 이하(U-23)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잘츠부르크)이다.

U-23 대표팀은 지난달 카타르 도하에서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 참가해 준우승을 기록하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본선 티켓을 땄다. 세계 최초 올림픽 본선 축구 8회 연속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데엔 20살 공격수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였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 결승전을 건너뛰면서도 조별 리그 포함 4경기 227분을 뛰며 3도움을 올렸다. 득점은 아예 없었으나 권창훈(수원 삼성·5골)과 문창진(포항 스틸러스·4골)보다 오히려 보인 임팩트는 더 컸다.

1996년 1월 26일생. 아직 만 스무살의 어린 나이지만 황희찬의 기량은 절대 어려 보이지 않는다. 20세 이하(U-20) 대표팀에서 뛰어야 할 나이에 3살이나 월반했고 플레이를 보면 완숙하다 못해 애늙은이티가 난다. 최전방 공격수는 물론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그는 자신보다 많게는 3살이나 많은 형 틈바구니에서도 유난히 빛난다. 이번 대회 조별 리그 두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진 못했으나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류승우(레버쿠젠)와 함께 팀에 둘뿐인 유럽리거로서 축구 본고장에서 모셔간 이유를 알 수 있다.

19살 A매치 데뷔한 박지성 박지성은 19살이던 2000년 4월 5일 라오스전 때 성인 대표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 2006년 5월 26일 열린 한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 장면 . /더팩트 DB
'19살 A매치 데뷔한 박지성' 박지성은 19살이던 2000년 4월 5일 라오스전 때 성인 대표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사진은 지난 2006년 5월 26일 열린 한국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 평가전 장면 . /더팩트 DB

이쯤 되면 '싹수'가 보이는 그를 성인 대표팀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지 않아도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2018 러시아 월드컵 때에 뛸지도 모를 어린 '원석'을 발견하기 위해 카타르 현지에 있다. 대표팀 잠재적 후보군을 살피고 그간 직접 보지 못했던 유망주들을 지켜보며 대표팀 구상을 하기 위해서다. 아직 많은 경기를 지켜보진 않았지만 황희찬의 번뜩이는 플레이에 슈틸리케의 눈도 깜빡거리지 않았을까. 마침 대표팀은 이미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진출을 확정하며 다음 달 2차 예선 7~8차전을 편안히 준비한다. 유망주 테스트가 가능할 수 있다.

최근 유망주들에게 성인 대표팀 무대는 매우 높았다. 유럽파가 늘어나고 대표팀의 선수층이 두꺼워지면서 각급 청소년 레벨에서 뛰던 유망주들이 성인 레벨로 점프할 확률이 급격하게 낮아졌다. 최고만이 들어올 수 있는 대표팀이기에 기본 실력이 안 된다면 당연히 들어올 수 없다. 하지만 박지성, 고종수, 기성용, 손흥민 등도 성인 대표 입성 다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진 못했다. 이들은 무한한 잠재력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성인 대표팀 '물'을 먹고 경험치를 축적한 뒤 최고로 성장했다. 이점이 한국 축구에 매우 시사하는 점이 크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00년 당시 국가 대표팀과 올림픽 대표팀을 겸임한 허정무 당시 대표팀 감독은 2000 시드니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어린 올림픽 대표들을 이끌고 2000 AFC 아시안컵 1차 예선에 나섰다. 라오스를 비롯해 몽골, 미얀마 등 약체들과 만난 탓에 부담이 적었으나 그렇다고 성인 대표들을 아예 배제하는 것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당시 꿈에 그리던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들은 박지성, 이천수, 설기현, 최태욱 등이다. 이들은 불과 2년 뒤 2002 한일 월드컵 주역으로 성장하며 기대에 보답했다.

이 기쁨, 대표팀서도? 황희찬(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열린 카타르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4강전에서 3-1로 이긴 뒤 김현과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 기쁨, 대표팀서도?' 황희찬(오른쪽)이 지난달 26일 열린 카타르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 4강전에서 3-1로 이긴 뒤 김현과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무조건 나이가 어리고 가능성이 있다고 대표팀에 발탁할 수 없다. 실력이 담보돼야 한다. 아직 U-20 대표팀도 거치지 않은 10대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이상 FC 바르셀로나)처럼 덜 여문 어린 선수들을 무턱대고 발탁하자는 것도 아니다. 19살 나이에 A매치에 데뷔했던 석현준(FC 포르투)은 "당시 나 자신이 최고인 줄 알았다"고 고백할 만큼 아직 인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어린 선수 본인이 '스타병'에 걸릴 위험도 있다. 이후 스타 의식에서 탈피해 몸을 추스른 석현준은 5년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두 번째 A매치에 뛰었으니 유망주에게 독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양날의 검이지만, 기본 실력과 잠재력을 갖췄다면 대표팀 자격은 충분히 있다. 부담이 적은 경기에 A매치 데뷔 기회를 얻는다면 올림픽 더 나아가 월드컵이라는 무대를 노리는 유망주에겐 큰 힘이 될 것이다. 큰물에서 놀아야 실력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불세출의 영웅은 작은 물에서 클 수 없다. 무한한 가능성을 끝까지 끌어올릴 기반은 바로 성인 대표다. 2010년 손흥민 이후 끊긴 대표팀 내 약관의 벽이 깨지고 성인 대표로 커 나갈 유망주를 기다린다.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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