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취재기] '반쪽 팀 NO' 절박한 슈틸리케호는 전쟁터
입력: 2015.07.30 05:42 / 수정: 2015.07.30 05:42

누가 잘하나 울리 슈틸리케(오른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열린 서울 이랜드 FC와 연습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파주스타디움 = 문병희 기자
'누가 잘하나' 울리 슈틸리케(오른쪽) 축구 대표팀 감독이 29일 열린 서울 이랜드 FC와 연습경기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다. / 파주스타디움 = 문병희 기자

대표팀 신예들의 불꽃 경쟁

무엇을 할 때든 항상 첫 기회가 왔을 때 눈이 이글이글 타오는 법입니다. 하물며 국가를 대표해 태극마크를 달고 일본, 중국, 북한이라는 역사적으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주변국과 대결을 앞두고 있다면 두말할 나위 없겠죠. 유럽파가 빠지고 국내와 중국, 일본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로 구성한 슈틸리케호의 구성은 '반쪽 대표팀'으로 보일 수 있으나 선수들의 의지와 투지만큼은 그 어느 때 대표팀 못지않게 대단했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잡아야 '롱런'이 보장되는 자리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 순간이 치열한 '결승전'이자 '전쟁'이었습니다.

축구 국가 대표팀과 K리그 클래식 서울 이랜드 FC의 연습 경기가 열린 29일 파주스타디움 가는 길은 상쾌했습니다. 이번 경기는 다음 달 2일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가지는 마지막 실전 무대입니다. 30분씩 3쿼터로 나눠 선수들을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비가 온 뒤라 흐려 기온도 낮았습니다. 축구하기 좋은 날씨라고는 할 순 없지만 비와 무더움의 중간이니 그리 나쁜 것도 아닙니다. 회사에서 한 시간을 넘게 차를 타고 달려 오후 5시가 되자 파주스타디움에 보입니다. 연습경기인지라 경기장 문이 자유롭게 열려 있습니다. 녹색 잔디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이미 이랜드 선수들이 도착해 몸을 풀고 있습니다. 오후 5시 20분이 되자 트레이닝복 차림의 대표팀 선수들이 등장합니다.

반드시 돌파한다 이종호(오른쪽)가 김재성을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반드시 돌파한다' 이종호(오른쪽)가 김재성을 제치고 드리블하고 있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A매치 일정에 열리지 않아 손흥민(레버쿠젠), 기성용(스완지 시티) 같은 유럽파나 중동파를 소집할 수 없습니다. K리거와 J리거, 중국 슈퍼리거로 한정된 선수 자원으로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번에 최종 발탁한 23명 가운데 무려 7명의 'A매치 0' 초짜를 포함한 슈틸리케 감독은 매섭게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대표팀 멤버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핍니다. 숨은 진주를 찾기 위한 '옥석 가르기'는 빈틈이 없었습니다. 동아시안컵에 주전으로 나설 베스트 11을 고르기 위해 슈틸리케 감독은 소속팀 일정 탓에 합류하지 못한 J리그파를 제외한 모든 선수를 두루 기용하며 실험했습니다.

트랙이 있는 경기장인 탓에 기자석에서 그라운드가 꽤 멉니다. 누가 누군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상황. 난감합니다. 주위에선 "저희 빨간 축구화가 누구지"라는 말도 들립니다. 계속 봐도 헷갈립니다. 어찌 됐든 눈을 크게 뜨고 그라운드를 응시합니다. 총 3쿼터로 진행한 이번 경기에서 슈틸리케 감독의 첫 공격 옵션은 김신욱(울산 현대)이었습니다. 슈틸리케 체제 이후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김신욱을 축으로 이종호(전남 드래곤즈)와 이용재(V바렌 나가사키)가 좌우 측면 공격을 맡았습니다. 초반부터 이랜드를 압박한 대표팀은 적극적으로 밀어붙였으나 아직은 손발이 맞지 않은 듯했습니다. 하지만 적극적인 플레이는 인상적이었습니다. 끝까지 온 힘을 다해 상대와 맞섰습니다.

내가 뺏는다 권창훈(오른쪽)이 조원희(가운데)의 공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내가 뺏는다' 권창훈(오른쪽)이 조원희(가운데)의 공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

1쿼터가 0-0으로 끝난 뒤 2쿼터 슈틸리케 감독은 김신욱 대신 원톱으로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상주 상무)을 원톱으로 내세웁니다. '라인브레이커' 김승대(포항 스틸러스)와 이재성(전북 현대)도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이정협을 제외하고 아직 확실한 대표팀 입지를 다졌다고 말할 수 없는 선수들입니다. 2쿼터 막판 이정협이 해결사로 나섭니다. 이재성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맞고 나온 것을 발로 밀어 넣었습니다. 다른 선수들도 불꽃 튀는 플레이를 펼칩니다. 좀처럼 물러서지 않고 공을 빼앗기면 태클을 서슴지 않으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쿼터별로 나뉘어 홍철(수원 삼성), 이찬동(광주FC), 구성윤(콘사도레 삿포로), 권창훈(수원 삼성), 주세종(부산 아이파크) 등도 출전 기회를 잡아 슈틸리케 감독 눈에 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습니다.

경기 내내 슈틸리케호 선수들과 대표팀이라는 '대어'를 잡으려는 이랜드의 대결은 거친 파울이 심심치 않게 나올 만큼 적극적인 경기였습니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이랜드 FC가 제대로 경기를 펼쳐줘 고맙다"고 칭찬할 정도였습니다. 연습경기라고 할지라도 실전은 실전입니다. 실전의 궁극적인 목적인 경기 감각을 쌓는 데 이날 만큼 좋은' 훈련'은 없었습니다. 대표팀 주전이 되고 싶은 '절박한' 태극전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던 한판입니다.

[더팩트|파주스타디움 = 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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