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떠나는 차두리가 한국 축구에 던진 메시지 "열심히 잘해야!"
입력: 2015.04.01 06:10 / 수정: 2015.04.01 08:27

차두리, 박수칠 때 떠나다! 차두리가 지난달 31일 국가 대표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은퇴식에서 팬들을 바라보고 있는 차두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차두리, 박수칠 때 떠나다!' 차두리가 지난달 31일 국가 대표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은퇴식에서 팬들을 바라보고 있는 차두리. / 서울월드컵경기장 = 배정한 기자

'유쾌한 진정성' 차두리, 국가 대표 마지막 순간 마무리

'차미네이터' 차두리가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음과 감동을 안겼다. 국가 대표로 마지막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면서도 농담으로 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차두리는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친선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나온 날들에 대한 회상이 이어졌고 그는 한국 축구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차두리는 "아쉽게도 한국은 대표팀을 통해 모든 것이 돌아간다. 유럽과 다르다.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오늘 같은 평가전은 비겨도 그만, 이겨도 그만인 것이 아니다. 팬들을 얻는 기회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팀에만 쏠려 있는 관심의 크기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대표팀을 향한 그의 진심 어린 애정에 회견장은 숙연해졌다. 하지만 차두리의 다음 대답으로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피지컬에 비해 기술이 부족하다는 물음에 차두리는 뭔가 떠오르는 듯이 소리 내 웃었다. 이어 말문을 연 차두리는 "얼마 전에 댓글을 봤는데 기분이 나빠야 하는데 공감이 됐다. 한 누리꾼이 '피지컬 반은 아버지, 반은 어머니'라고 쓴 댓글이었다"고 말해 취재진이 배꼽을 잡게 했다.

차두리는 "나는 기술이 화려하고 뛰어난 선수가 아니다. 하지만 다른 곳에 장점이 있다. 유럽에서는 선수들의 장점을 가장 크게 본다. 한 가지를 잘하면 장점을 극대화해 기용한다"며 "우리나라는 선수가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나는 훈련할 때 (구)자철이, (남)태희, (기)성용이를 보면 깜짝 놀란다. 그런데 나는 후배들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열심히 했다"고 덧붙였다.

이젠 안녕! 차두리가 은퇴식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젠 안녕!' 차두리가 은퇴식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차두리는 '열심히'라는 단어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열심히'가 아닌 '열심히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는 "열심히 한다는 말이 큰 함정이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열심히 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유럽에서 열심히는 기본이다. 그다음엔 잘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버지 차범근과의 일화도 덧붙였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랑 통화를 하면 열심히 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아버지는 '그거면 됐지'라고 응원했다. 하지만 대학교 때 한번은 아버지가 '이제 열심히 하면 안되지. 잘해야지'라고 말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잘하려고 한다면 세계 축구 수준에 가까워질 것이다"고 애정 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기자회견은 평소와 달리 무척 길었다. 취재진도 차두리를 보내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다. 차두리는 긴 시간 동안 모든 질문에 진심으로 답했다. 많은 일이 있었던 3월의 마지막 날, 끝까지 최선을 다한 차두리는 취재진의 박수를 받으며 국가 대표로서 마지막 순간을 마무리했다.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 = 이현용 기자 sporgo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