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의 빌드업] '히딩크 닮은꼴' 슈틸리케, K리거 춤추게 하다!
입력: 2015.02.06 17:48 / 수정: 2015.02.08 21:33

슈틸리케 감독, 제2의 이정협 찾는다!  제 2의 이정협 찾는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지난 1일 돌아온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김슬기 기자
슈틸리케 감독, '제2의 이정협' 찾는다! '제 2의 이정협' 찾는다! 아시안컵을 마치고 지난 1일 돌아온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김슬기 기자

슈틸리케 감독, '히딩크 향기'가 나다!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우승을 안긴 울리 슈틸리케(61) 대표팀 감독이 '제2의 이정협'을 찾겠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한국 축구 텃밭인 K리그 현장을 뛰어다니며 '숨은 진주'를 찾겠다는 의지다. 2002 한일 월드컵 신화를 이룬 거스 히딩크(69) 전 대표팀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또 하나의 '무명 신화'를 쓰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뜻은 대표팀 경쟁에 한발 물러나 있던 K리거에게 새로운 '꿈'을 심어 주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4일 대한축구협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있을 두 차례 A매치를 앞두고 K리그 내에서 새로운 선수를 계속 찾겠다. 지난해 12월 열린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한 선수 가운데 유심히 지켜본 2~3명 있다"고 말했다. '제2의 이정협' 발굴 의지다. 아시안컵 전에 K리그 경기를 꾸준히 지켜보며 이정협을 발탁한 것처럼, K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이를 계속 과감히 뽑겠다고 강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대표팀 운영 철학이 그대로 묻어난다. 국외파가 대표팀 주축을 이루고 있는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능력 있는 선수가 있다면 이름값에 상관없이 적극적으로 선발하겠다는 뜻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이러한 행보는 지난 10여 년 전 한국 축구에 새 바람을 몰고 온 히딩크 감독과 묘하게 닮았다. 히딩크 감독은 2001년 초 부임한 이후 대표팀에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다. 학연, 지연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능력으로 자기가 필요한 선수를 발탁했다. 히딩크 감독 부임 이전까지 대표팀 입지가 굳지 못했던 '국내파' 최진철(44), 김남일(38·교토 상가), 송종국(36), 이을용(40), 최은성(44) 등이 중용됐다. 언론도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깜짝 발탁되는 사례가 많았다. 국외에서 뛰던 안정환(39) 등도 '유럽파'라고 편애하지 않았다. 초반 논란은 거셌다. 대표팀 경험이 적은 국내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히딩크 감독을 향한 못마땅한 시선이 존재했다. 히딩크 감독의 믿음 아래 '물 만난 고기'처럼 그라운드를 휘저은 태극전사들은 4강 신화를 썼다. 한 외국인 감독의 '인맥 파괴' 선수 운영은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군대렐라 이정협. 이정협이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말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김슬기 기자
'군대렐라' 이정협. 이정협이 지난 1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말하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김슬기 기자

현재 슈틸리케 감독도 히딩크 감독을 연상하게 만드는 길을 밟고 있다. 이정협(24·상주 상무)은 히딩크에 이은 슈틸리케호 '인맥 파괴'의 첫 사례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개막전 K리그 챌린지는 물론 대학생 리그인 U리그까지 두루 살피며 K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이 아닌 이정협을 발탁했다. 대신 대표팀 기반을 닦은 박주영(30)을 과감히 제외했다. 대부분 '의외의 결정'이라고 했다. 슈틸리케는 성인 대표팀 경험이 전혀 없고 소속팀에서도 주전으로 활약하지 못한 이정협의 가능성만을 봤다. 히딩크가 최진철과 송종국에게 계속 기회를 준 거처럼 슈틸리케도 이정협의 실수를 나무라지 않고 계속 그라운드에 내보냈다. 단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넌 하던 대로만 해라"고 다독였다. 자기가 기용한 선수를 끝까지 믿은 히딩크와 똑같은 마음이다. 이정협은 아시안컵 6경기에서 나서 2골을 터뜨리며 자리매김했다.

그간 국외파 비율이 많이 늘어나며 K리거들이 상대적으로 소외했던 게 사실이다. 그 이면엔 국외파보다 기량이 떨어진다는 '선입견'도 자리했다. 국내파는 대표팀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로 불리며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얻지 못했다. K리그에서 맹활약해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사례가 많았다. 검증되지 않았다는 게 컸다. A매치에 나가선 국외파의 교체 자원으로 10~15분 안에 자기 능력을 발휘해야 했다. 국내파에게 대표팀 문턱은 너무 높았다.

슈틸리케 매직 계속될까?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달 31일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승 호주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매직' 계속될까? 슈틸리케 감독이 지난달 31일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결승 호주전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이 이 문턱을 허물려고 한다. 이정협의 성공에서 더 나아가 '제2의 이정협' 발굴을 제시했다. 더 꼼꼼히 국내파 선수들을 지켜보며 가능성 있는 K리거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름값이 아닌 능력 위주의 선수 선발로 대표팀 근간을 제대로 세우겠다는 각오다. 실력이 있다면 어느 팀에서 뛰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러한 뜻은 대표팀을 꿈꾸는 K리거들에 사그라지지 않는 태극마크 꿈을 안기고 있다.

K리그 상주에서도 교체 자원이었던 이정협은 슈틸리케호의 주전 공격수로 아시안컵을 소화했다. 이러한 이정협의 '신분 상승' 배경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과감한 결단이 있었다. 히딩크 감독이 떠난 이후 '안전 중시'였던 대표팀에 없던 그림이다. 과거 히딩크를 보고 웃었던 팬들이 오늘날 '히딩크 닮은 꼴' 슈틸리케를 바라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다. 12년 전 히딩크 감독이 그랬던 것처럼, 슈틸리케 감독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제2의 이정협'을 찾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제2의 이정협' 이야기가 대표팀을 승선을 꿈꾸는 K리거들을 춤추게 하고 있다.

[더팩트|김광연 기자 fun350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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