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이성노 기자] '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한 K리거, 차두리!'
대다수 국외파가 슈틸리케호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대표팀 중심으로 우뚝 선 '슈틸리케이리거'(슈틸리케 감독이 선택한 K리거) 차두리(34·FC 서울)의 존재감이 더없이 빛났다. 은퇴를 고심했던 차두리였지만, 수장의 든든한 믿음 아래 현역 생활을 연장하며 2015년 아시안컵 우승 도전을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중동 원정을 마치고 20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대다수의 국외파가 곧바로 소속팀으로 향한 가운데 'K리거' 차두리, 정성룡(29·수원), 김승규(24·울산), 한교원(24·전북),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장현수(23·광저우 부리), 김영권(24·광저우 에버그란데)만이 출국장에 나타났다. 다소 조촐할 수도 있었던 입국 현장이었지만, 슈틸리케호에 대한 관심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뜨거웠다. 많은 취재진은 일찌감치 공항을 찾아 자리 잡기에 나섰고, 지나가던 시민들 역시 대표팀이 들어설 출국장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태극 전사들은 '숙적' 이란에 패한 탓인지 다소 덤덤한 표정으로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차두리는 예외였다. 가장 먼저 출국장에 들어선 그는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답게 살며시 미소를 머금고 팬을 비롯해 취재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과 마주했다. 지난달 30일 은퇴를 암시했던 차두리였기에 밝은 얼굴은 마지막 인사를 뜻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현역 연장 여부는 취재진의 가장 큰 관심거리가 됐다.
공항에서 열린 기자회견엔 나서지 못했지만, 'K리거' 차두리의 존재감은 단연 돋보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귀국 후 취재진에게 "최근 차두리와 면담을 통해 아시안컵까지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알렸다. 그러면서 "그는 경기장 안팎에서 대표팀에 힘을 줄 수 있는 선수다. 나는 그의 경험을 높게 평가한다"며 차두리를 치켜세웠다. 2015년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는 다음 달 30일이지만, 일찌감치 차두리의 발탁 소식을 전하며 자신이 직접 선발한 '애제자'를 향한 믿음을 드러냈다. 차두리는 독일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 슈틸리케 감독과 아무런 문제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누구보다 이들의 관계가 더욱 끈끈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차두리 칭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이번엔 '중국파' 장현수가 나섰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이어 성인 대표팀에서도 맹활약을 이어간 장현수는 취재진 앞에서 '맏형' 차두리의 존재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차)두리 형이 있을 때와 다른 선수가 있을 때 각각 장점이 있다"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두리 형이 경기장에 있고 없고는 큰 영향을 끼친다. 함께 하면 언제나 듬직한 선수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배를 향한 '말치레'라고 보기엔 장현수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차두리는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꾸준히 대표팀 명단에 오르며 K리거 위엄을 뽐냈다. 지난 14일 요르단전에선 한교원과 'K리거 콤비'를 구축해 결승골을 합작했다. 안정적인 수비는 물론이고 과감한 오버래핑에 이은 정확한 크로스는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나이로 35세. 축구 선수로서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는 차두리지만 올해 FC 서울과 대표팀을 오가며 보여준 클래스는 20대 못지 않았다. '슈틸리케이리거' 차두리가 아시안컵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