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신임 사령탑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8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MVL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고양 = 이효균 기자 |
[더팩트ㅣ고양 = 박상혁 기자] "한국 축구도 강국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다!"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울리 슈틸리케(60) 감독의 기자회견이 8일 경기도 고양의 MVL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오후 8시에 열리는 한국와 우루과이의 평가전을 관전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오후 2시 20분 비행기로 한국에 입국한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많은 기자분들이 찾아와 환대를 해줘 감사하다. 카타르에서는 기자회견 때 2~3명의 기자가 오는 게 전부다. 한국이 축구 대표팀에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게 됐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한국에 상주하며 독일 대표팀의 전력분석가로 활동했다는 그는 당시 한국의 응원 열기와 한국 대표팀의 4강 진출 등을 보면서 축구에 대한 한국의 열띤 응원과 인기를 보며 대표팀 감독을 수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는 2014 브라질 월드컵 예선 탈락으로 위기에 빠지면서 그를 구원 투수로 영입했다. 최근 위기에 빠진 팀에 오면서 망설임은 없었냐는 질문에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른 클럽이나 나라에서 제안이 왔을 때는 고민을 했지만 이번에는 없었다. 1주일 안에 모든 게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출신으로 스페인에서 뛰는 등 세계적인 선수였지만 한국 축구와는 거리가 전혀 먼 인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선수에 대한 파악도 아직은 덜 돼 있는 상태였다.
"대한축구협회와 계약을 맺은지 얼마 되지 않아 선수들에 대한 파악은 아직 안된 상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입단 시절부터 지켜봤고 나머지 유럽파들도 어느 정도 정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오늘 온 것도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보고 선수들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행을 결정하면서 아르헨티나 출신의 수석코치 카를로스 아르모아와 함께 왔다. 그는 "아르모아와 6년간 함께 했다. 코칭 스태프 구성도 궁금해할 것으로 아는데 다른 감독이 4~5명의 스태프를 대동하는 것과 달리 나는 2~3명의 한국 코치를 요청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선수들 마음속으로 들어가길 원한다. 영혼을 울려야 한다. 한국인 코치는 한국 선수들의 습관과 문화를 알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당장 내년 1월 아시안컵을 대비해야 한다. 이제 막 감독직에 오른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어깨에 짊어져야 할 짐이 상당한 셈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정하기는 어렵다. 일단 평가전을 본 후 빨리 귀국해서 짐을 정리해 한국에 올 생각이다. 한국에서 K리그를 비롯해 13세 이하 청소년 대표팀 등 국내 선수들을 보고 그들의 장단점을 파악하려고 한다. 국내에서 좋은 선수들을 발굴하고 비교하려고 한다."
취재진의 모든 질문이 끝난 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각오를 밝혔다. 그는 "외국인 감독이 오면 편견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지도자들은 돈이나 명예 때문에 다른 나라에 가는 경우도 있다. 물론 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겠다는 약속을 할 수는 없다. 대신 열심히 일하고 내 경험을 토대로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5일 슈틸리케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로 지난 2007년 7월 핌 베어벡(네덜란드) 감독 이후 7년 만에 한국 대표팀의 외국인 사령탑에 올랐다. 또 독일 출신 지도자로 한국 대표팀를 지휘하게 된 것은 처음이다. 독일 출신 지도자로는 1991년 1월 데트마르 크라머 감독이 올림픽 대표팀 총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시절, 스페인 라리가에서 최고 외국인 선수상을 무려 4번이나 수상할 만큼 레알 마드리드의 전설로 평가되고 있다. 또 자국에서는 프란츠 베켄바우어의 후계자로 주목받으며 10년(1975~1984)간 독일 대표로 활약하는 등 화려한 선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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