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턴수첩] '박지성 007귀국' 단독 포착 <더팩트>, "It's a surprise!"
입력: 2014.08.07 17:34 / 수정: 2014.08.08 14:06

박지성-김민지 부부의 귀국 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더팩트>를 뺀 모든 언론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 인천국제공항 = 이준석 인턴기자
박지성-김민지 부부의 귀국 장면을 찍기 위해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더팩트>를 뺀 모든 언론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 인천국제공항 = 이준석 인턴기자

[더팩트ㅣ인천국제공항 = 이준석 인턴기자] 여느 때와 같이 외신 기사를 작성하고 있던 7일 오전 9시. 선배로부터 취재 지시가 떨어졌다. "오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는 박지성(33)-김민지(29) 부부를 취재하라."

이때부터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인턴기자가 된 지 어느덧 4개월. 이미 박지성을 눈앞에서 2번이나 봤지만 '국민 영웅'으로 발돋움한 그를 취재한다는 건 언제나 가슴 설렌다. '초짜' 인턴기자의 머릿속은 '박지성 취재'로 가득찼다.

'무슨 질문을 하는 게 좋을까.' 몇 가지가 머리를 스쳤다. '신혼여행 어땠나?' 아니다. 식상하다. "즐거웠다"는 대답이 돌아올 게 뻔하다. 주제를 돌려 보자. 축구에 대해 질문할까. '베르트 판 마르바이크(62·네덜란드) 감독이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것도 어색하다. 신혼여행을 막 다녀온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지웠다 펼쳤다 하니 어느덧 오전 11시가 됐다. "밥부터 먹자." 함께 취재하러 가는 선배가 인턴기자에게 말을 걸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메뉴는 보쌈 정식. 쫄깃쫄깃한 돼지고기를 씹으면서도 인턴기자의 머릿속은 박지성으로 꽉 찼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낮 12시 50분. 일정대로라면 박지성 부부는 1시간 뒤인 오후 1시 50분에 도착한다. 시간은 넉넉하다. 의자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본다. 취재진이 하나둘씩 모이자 지나가는 사람들도 의아하게 쳐다본다. 한 50대 중년 남성이 선배에게 "여기 누구 오나요"라고 묻는다. "박지성이 온다"고 답하자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취재진과 함께 박지성을 기다린다. 역시 박지성의 인기는 여전히 대단하다.

'오지랖이 넓은' 인턴기자는 주위에 있던 한 40대 영국인에게 '짧은 영어'로 "얼마 전에 결혼한 박지성-김민지 부부가 귀국한다"고 알려주자 "It's a surprise(놀랍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뛴 박지성이 한국 사람들의 '영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역시 박지성이다.

박지성(오른쪽)-김민지 부부가 다정하게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조재형 기자
박지성(오른쪽)-김민지 부부가 다정하게 인천국제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 조재형 기자

시간이 흘러 드디어 오후 1시 50분. 박지성-김민지 부부의 도착 시간이다. 하지만 기다리고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다. 15분에 지났는데도 무소식이다. 이때 갑자기 몇몇 기자들이 공항 밖으로 달려간다. "일단 뛰자." 선배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뛰었다. 인턴기자는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느낌이 왔다. "물먹었구나." 기자들의 은어다. 취재 대상을 놓쳤을 때 하는 말이다. 혹시 몰라 안전 요원에게 물어 보니 "박지성으로 보이는 남성이 선글라스를 끼고 한 여성과 팔짱을 끼고 검정색 자동차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50m 전력 질주'를 한 인턴기자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터벅터벅 선배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물을 먹었지만' 선배의 표정이 밝았다. 무슨 일일까. 정답은 금세 나왔다. 함께 온 영상 기자 선배가 박지성-김민지 부부의 귀국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더팩트> '단독'으로 말이다.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영상 기자 선배는 "멀리서 보니 박지성-김민지 부부로 보이는 남녀가 입국하는 것 같았다. 다른 출입구로 가 보니 정말 있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선배가 찍은 영상을 보니 박지성-부부는 원래 나오기로 한 1층 출입구 E가 아닌 F로 나왔다. '캡틴 박'의 절묘한 페이크에 취재진이 속아 넘어갔고, <더팩트>만이 귀국 현장을 단독으로 취재할 수 있었다. 조금 전 영국 사람이 나에게 했던 말이 자동으로 나왔다. "It's a surprise."

nicedays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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