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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20 대표팀이 8강에 진출한 가운데(위), 기성용의 SNS 비밀 계정에 대한 논란이 일어 축구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 FIFA 홈페이지 캡처, 더팩트 DB. |
[고민경 기자] 4일 새벽(한국 시각) 20세 이하 대표팀이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2013 FIFA(국제축구연맹) U-20 남자 월드컵에서 8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축구 팬들의 웃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성난 목소리로 바뀌었다. 새벽 시간에 아우들이 먼 곳에서 '우승 후보' 콜롬비아를 꺾고 한국 축구의 기세를 드높였지만, 같은 날 아침 형님인 A 대표팀의 불화설과 기성용의 SNS 비밀 계정 파문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강호 콜롬비아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에서 8-7로 이기며 2009년 이후 4년 만에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청소년 대표팀의 끈질긴 승부 근성이 만들어 낸 값진 승리였다. 뒤처지는 전력을 전술과 투지로 극복하면서 작은 신화를 이뤄 냈다.
아우들이 먼 터키땅에서 끈끈한 팀워크로 8강 진출을 이뤄 낸 이날, 형님격인 국가 대표팀은 불화설로 논란에 휩싸였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불화설이 기성용의 SNS 비밀 계정을 발단으로 결국 폭발하고 만 것이다.
불화의 조짐은 한 달 전부터 있었다. 기성용은 지난달, 자신이 제외된 성인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 예선을 치르는 기간에 "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안아 줄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적으로 만들면 리더 자격이 없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고, 이를 두고 "최강희 감독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기성용은 교회 설교 내용을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의혹은 가시지 않았고, 최근 최강희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불만이 있으면 감독에게 직접 말해야지 SNS에 그러는 건 비겁하다"며 '돌직구'를 날렸다. 최강희 감독의 인터뷰가 보도되자 기성용은 자신의 SNS를 모두 폐쇄했다.
여기에 3일 윤석영의 말이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다. 최 감독이 수비수의 혈액형으로 농담을 한 것을 두고 트위터에 글을 남긴 것이 문제가 됐다. "수비수는 O형 보다 B형이 낫다"는 최 감독의 발언에 윤석영은 "2002 한일월드컵 4강에는 이영표, 김태영, 최진철, 송종국,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에는 윤석영, 김영권, 김창수 그리고 아쉽게 빠진 홍정호. 이상 모두 O형"이라며 기성용에 이어 트위터로 최 감독을 '저격'했다.
이렇듯 올림픽 대표팀 출신들이 SNS에 최 감독에 반기를 들자 황선홍 포항 감독은 "선수는 운동장에서 실력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냐. 자기 얼굴에 침 뱉기다"는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청소년 대표팀의 낭보가 전해진 가운데 이번에는 김현회 칼럼니스트의 글이 문제가 됐다. 'SNS 논란, 해프닝 아닌 심각한 문제'라는 글에서 기성용이 페이스북 비밀 계정에서 최 감독을 노골적으로 조롱했다고 주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김현회 칼럼니스트의 글에 따르면, 기성용은 지난해 2월 쿠웨이트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을 앞두고 비밀 계정에 "고맙다. 내셔널리그(국내 2부 리그) 같은 곳에서 뛰는데 대표팀 뽑아 줘서"라는 글을 남겼다. 앞서 최 감독이 "스코틀랜드 리그는 셀틱을 빼면 국내 2부 격인 내셔널리그와 같다"고 인터뷰한 것에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김현회 칼럼니스트의 글로 기성용이 비난을 받자 기성용의 에이전트 IB스포츠 관계자는 "사칭인 것 같다"며 수습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현회는 칼럼니스트는 "방금 IB 스포츠 측과 통화했다. 칼럼을 쓰기 전 충분히 사전 조사를 했고 확인 작업을 거쳤지만 IB 스포츠 측에서는 사칭 계정이라고 주장하므로 이를 칼럼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대표팀을 둘러싼 여러 논란은 쉬이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다. '아우' 청소년 대표팀이 만들어 낸 한국 축구의 경사 분위기에 '형' 국가 대표팀이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한국 축구가 경사와 위기를 동시에 맞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축구 팬들은 쓴웃음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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