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축구대담③] 일본은 '혼다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한다!(영상)
  • 김용일 기자
  • 입력: 2013.06.28 15:00 / 수정: 2013.06.28 15:0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이상 왼쪽부터). / 더팩트 DB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는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이상 왼쪽부터). / 더팩트 DB


한국과 일본. 세기가 바뀌어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뿌리 깊은 역사의식으로부터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이르기까지 항상 경쟁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 그중 축구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축구만큼 전 세계 어디서나 즐기는 종목이 드물다. 내셔널리즘이 가장 확고한 종목이다. 한일 축구는 항상 치열하게 대립하는 라이벌 관계이자 동반자로 불린다. 그래서 우리는 궁금하다. 서로 어떻게 생각하는지, 속마음 말이다. 진정한 동반자로 여기는지 라이벌로서 꼭 이겨야만 하는 상대로 생각하는지. < 더팩트 > 은 한국 축구가 이란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최종전에서 월드컵 8회 연속 진출을 확정한 다음 날인 19일 양국을 대표하는 축구기자 간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한일 축구 동반 브라질행에 대한 시각/서로가 존경하는 선수/유럽파 현주소 등을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눴다. 때론 조언을, 때론 설전이 오가며 그라운드 못지않은 즐거움과 긴장감이 맴돌았다. 무엇보다 양국의 축구가 지금보다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손을 잡아야 한다는 생각엔 동의했다. 대담은 스포츠서울TV 동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 편집자 주 >

○ 대담 날짜 : 2013년 6월 19일 수요일 오전 10시 / 더팩트 사무실
○ 진행 / 참가자 : 김용일 더팩트 기자 / 심재희 더팩트 축구팀장, 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축구전문 기자

10년 넘게 한일 축구 현장을 누빈 베테랑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 / 유재영 인턴기자
10년 넘게 한일 축구 현장을 누빈 베테랑 축구 전문 프리랜서 기자 요시자키 에이지. / 유재영 인턴기자

주제 3. 한국-일본 유럽파 현주소

- 마지막 주제는 유럽파 선수들에 관한 얘기다. 양국 대표팀의 주축이 되는 유럽파인 만큼 흥미로운 얘기가 오갈 것 같다.

심재희, 이하 심) 양적인 측면에선 일본 선수들이 돋보인다. 특히 독일 분데스리가에 가장 활발히 진출한 아시아 국가는 일본이지 않은가. 기량이 고른 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다만 분데스리가 자체가 독일 통일 이후 망가졌다가 재건된 리그다. 지난 시즌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의 돌풍으로 이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 리가)를 위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 선수들도 업그레이드 돼야 살아남을 것이다.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 박정빈 등 숫자가 많지 않지만, 한국 선수들은 질적으로 괜찮은 활약을 펼쳤다고 본다.

요시자키) 양을 말씀하셨는데, 배경도 중요하다. 아, 싸우자는 것은 아니다.(웃음) 애초 인터내셔널 룰(FIFA 규정)과 J리그 로컬 룰이 상충했다. 그러나 J리그가 개정하면서 선수들이 소속팀과 계약 종료 후 이적료 없이 국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물론 에이전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래서 분데스리가로 진출하는 선수들이 많아졌다. 또한,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의 구실이 컸다. 분데스리가에서 우승 경험을 쌓으면서 일본 선수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했다. 독일에서 일본 선수들이 살려야 할 장점은 조연 구실을 잘한다는 점이다. 유럽 선수들은 자기를 내세우고, 경기에서 보여주려는 욕심이 강하다. 그러나 일본 선수들은 주변 선수를 배려하고 듣는 자세를 지녔다. 야스다 미치히로라는 선수가 있는데,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진출했으나 자기주장이 강했다고 한다. 감독으로부터 "넌 일본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혼난 뒤 재계약에 실패했다.(웃음)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왼쪽 두 번째)을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조원희 이영표 박주영(왼쪽 부터).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은 박지성(왼쪽 두 번째)을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조원희 이영표 박주영(왼쪽 부터).

심) 한국 선수들은 박지성을 중심으로 EPL에 많이 몰렸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기도 했었지만 이후 점점 줄어들었다. 지난 시즌 박지성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는데, '박지성 시대'가 지면서 EPL의 인기도 하락하는 추세다. 개인적으로 라 리가나 이탈리아 세리에 A 등 한국 선수들이 다양한 리그로 진출했으면 한다. 세리에 A는 안정환 이후 이영표(밴쿠버 화이트캡스) 선수가 진출할 뻔했는데, 참 아쉽다.

요시자키) 아, 로마?(웃음)

심) 그렇다.(웃음) 라 리가도 이천수와 박주영 선수가 도전했는데 신통치 않았다. 마가 낀 것인지…. 일본은 나가토모 유토(인테르 밀란) 등이 다양한 리그에 진출하지 않았는가. 많이 나아졌으나 한국 선수들이 EPL에 집착한 시대가 있었다. 리그 편식이다.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의 활약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는 국내 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손흥민 지동원 구자철의 활약으로 독일 분데스리가는 국내 팬들에게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요시자키) 아, 그런데 궁금한 게 있다. 한국 축구를 10년 넘게 분석하면서 재미있는 용어를 발견했다. '빅 리그'란 말을 쓰지 않나. 일본엔 그런 개념이 없다. 빅 리그가 무엇이냐.

- '유럽리그랭킹 TOP 4' 정도를 지칭한다. EPL, 라 리가, 세리에 A, 분데스리가.

요시자키) 한국에선 EPL이 최고로 여긴다는 것을 안다. 라 리가가 그다음? 나머지는 빅 리그가 아니라는 인식이 있더라. 일본은 그런 개념이 없다. 선수들이 무조건 국외 어디든 나가려고 한다. 포르투갈이나 벨기에, 프랑스 등. 한국에선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이 독일에서 잘하면서 이제서야 분데스리가를 빅 리그로 여기는 것 같다. 인식의 차이가 있다.

심) 요시자키 기자 말에 공감한다. J리그 중계를 할 때 일본 선수가 국외 진출하는 패턴을 보면서 놀랐다. 기자들도 유럽 각 리그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인식이 돼 있더라. 세리에 A가 현재 가라앉은 상황에도 일본은 전술적으로 완성된 팀이 많다고 여겨 벤치마킹하더라. 일본 선수들도 꿈의 무대로 여긴다. 우리가 배워야 한다. EPL에 '올인'하려는 분위기가 확실했다.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이 있다. 기술축구 또는 많이 뛰는 축구 등. 자신에게 맞는 리그를 찾아가는 게 성공의 지름길이다.

일본인 선수 최초로 맨유에 입단한 가가와 신지(가운데). / 맨유 페이스북 캡처
일본인 선수 최초로 맨유에 입단한 가가와 신지(가운데). / 맨유 페이스북 캡처

- 2000년대 초반 안정환과 나카타 히데토시 이후로 한일 양국 국외파 선수들이 많아졌다. 다만, 잉글랜드와 독일 등 활동 무대가 달랐을 뿐. 그런 가운데 박지성이 맨유에서 나가고, 가가와 신지가 들어오면서 미묘한 경쟁 관계가 생긴 것 같다.

요시자키) 가가와가 맨유에 가면서 박지성과 함께 뛰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아마, 박지성 외에 다른 아시아 선수가 맨유에 오는 것을 반기지 않았던 한국 팬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일본 팬들은 박지성을 아주 좋아한다. 일본어도 유창해서 소통이 잘 되는 편이다.

심) 박지성이 맨유를 떠날 때 가가와의 영향이 있었다기보다 당시 무릎 등 전체적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본다. 맨유라는 팀 자체가 리빌딩을 계속하면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편이다. 항상 에너지 넘치는 축구를 하지 않나. 박지성이 챔피언스리그 등 큰 경기에 강한 장점이 있으나 항상 이겨야 하는 경기를 하는 맨유에 계륵이 될 수 있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도 아쉬워했다.

요시자키) 가가와의 첫 시즌은 70점 정도 주고 싶다. 본래 도르트문트 시절 섀도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그런데 맨유로 가면서 측면으로 자주 빠졌다. 아쉬웠다. 아, 그리고 박지성 덕분에 '로테이션 제도'에 대해서 일본 팬들이 이해했다. 애초 가가와가 한 경기라도 빠지면, '이게 무슨 일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지성의 사례를 통해 '아, 맨유에선 주전 선수들도 쉬면서 돌아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가 박지성 자서전을 번역했는데, 당시 그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한일 유럽파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양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일 유럽파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양국 축구 발전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한일 유럽파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대표팀에 잘 녹아드는 게 팬들의 궁극적인 바람일 것이다. 어떤 점이 요구되는가.

심) 우리로서 가장 시급한 것은 한국 축구에 대한 믿음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유럽파 선수들의 개인 기량을 놓고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 대한축구협회서부터 근시안적 행정을 떨치고, 새롭게 일어나야 할 것이다. 유럽파 선수들도 다가오는 시즌이 월드컵 출전을 앞두고 가장 중요하므로 동기부여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한국 축구의 전통적인 색깔이 나올 것이다.

요시자키) 일본은 혼다 게이스케에 대한 의존도를 버려야 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또 다른 해결사가 나타나야 할 것이다. 최전방 공격수 부재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2선에서도 가가와 외에 다른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하다. 1년이 남았으니 팀이 완성되기까지 과정을 유심히 바라봐야 한다.

◆ <영상> [한일 축구대담③] 한국 축구서 말하는 '빅 리그', 日은 없다 (http://www.youtube.com/watch?v=Ckfg65Bh7Bg&feature=player_embedded)

< 정리 = 김용일 기자, 사진 = 유재영 인턴기자, 영상 = 조재형 기자 >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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