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5월 26일 오후 5시 서울월드컵경기장 리셉션홀에서 웨딩 마치를 울리는 문소리(22). 예비 신랑은 2010년까지 울산현대에서 활약한 전직 K리거 강민규 (28, 오른쪽) / 노시훈 기자. |
[김용일 기자] "깜짝 결혼 발표, 오해하지 말아달라."
'예비신부' 문소리(22)의 얼굴은 싱글벙글 들떠 있었다.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5월의 신부'를 예고한 문소리는 지난해 '임의탈퇴' 논란 속에서 자신의 곁을 지켜주고, 선수로서 이상적인 꿈을 되찾는 데 도움을 준 '예비신랑'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진한 애정을 나타냈다. 4일 신사동에 위치한 스튜디오에서 만난 문소리는 축구인 출신 지도자로 알려진 예비 신랑이 지난 2010년까지 K리그 울산 현대에서 뛴 강민규(27)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문소리는 갑작스런 결혼 발표로 온갖 루머에 휩싸이는 것을 우려했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결혼 소감과 예비 신랑 이야기, 제2의 삶에 대한 목표에 대해 가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 "갑작스런 결혼 발표, 주변 사람들 오해 하더라"
- 결혼 축하합니다. 깜짝 결혼 발표였는데요.
페이스 북에 결혼 소식을 알렸지만 그렇게 빨리 기사화될 줄은 몰랐어요. 최초 보도하신 기자분이 다짜고짜 부모님께 전화하셨더라고요. 당황하긴 했지만 어차피 공개해야할 부분이었기에 덤덤하게 받아들였어요.
-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평소 소식을 지켜본 팬들도 놀랐어요.
SNS를 통해 평소에 팬들과 많은 소통을 해왔기에 더욱 생각이 많았어요. 무엇보다 예비 신랑을 한 번도 공개한 적이 없었잖아요? 일부 팬들이 (속도위반 등) 결혼 과정에 오해가 있으신 것 같아 신경 쓰이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서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웃음)
- 주변 지인들도 잘 몰랐었다던데요.
국가대표 시절 최인철 감독님, 박영수 골키퍼 코치님 등 가까운 은사님들에게도 결혼 소식을 알리지 못했어요. 왜냐하면 지난해 임의탈퇴 논란을 딛고 다시 그라운드에 복귀하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는데, 결혼 준비로 다시 쉬게 돼 죄송했거든요. 부디 제 뜻을 이해해주시고, 결혼을 축하해주셨으면 해요.
▲ 임의 탈퇴 논란을 딛고 올 시즌 여자축구 스포츠토토에 입단한 그는 결혼 준비로 올 시즌 구단을 잠시 떠나 내년에 복귀하게 된다. |
- 지소연 등 국가대표 동료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저보다 더 신나하던데요.(웃음) 비슷한 또래가 벌써 결혼을 한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고 해요. 운동을 그만두는 것이 아니니까 진심으로 축하해주죠.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도 유부녀 축구 선수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요.(웃음) 네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는군요.
- 올 시즌 WK리그에서 뛰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됐어요. 시즌 끝나고 할 순 없었나요?
여자 선수들이 결혼을 하게 되면 그 해에는 결혼 준비 등으로 쉬는 경우가 많아요. 예비 신랑 집에서도 빨리 결혼을 하기를 원했었고, 저 역시 2015년 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올해 가정을 꾸려 내년부터 축구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죠. 소속팀인 스포츠 토토 구단에서 이해를 해주셔서 하반기부터 몸을 만들고 내년에 복귀할 생각이에요. 손종석 감독님께 죄송하죠. 임의탈퇴를 딛고 새 팀을 구하고 있는 제게 연락을 주셨고, 3개월 동안 집까지 찾아와 입단을 권유하셨거든요. 당장 도움을 못 드리게 됐네요.
- 손 감독님께선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축하할 일인데 뭐 그리 죄송한 것이냐'면서 '팀 성적에 대해 욕심은 있지만 (문)소리 네가 여자로서 삶도 중요하지 않겠느냐. 다시 복귀하기까지 도움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내년엔 꼭 보답해야죠.
▲ 선수 복귀에 도움을 준 은사들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지 못했다는 문소리. |
◆ '예비신랑' 전직 K리거…"골대 맞히기, 볼 트래핑 내기도 해"
- 예비 신랑은 누구인가요? 언론을 통해 축구 지도자로만 알려졌는데요.
2010년까지 울산 현대에서 프로로 뛴 강민규. 나이 차이는 5살이고요. 선수 시절 무릎 십자인대를 다쳤어요. 이후 재활 치료를 받았고 경찰청을 거쳐 다시 울산에 복귀했는데 또 다시 무릎 부상이 재발해 선수 은퇴를 했죠. 현재 유소년 선수들을 지도하며 제2의 축구 인생을 살고 있어요
예비 신랑 강민규는 지난 2010년까지 울산 현대에서 뛰었던 K리거 출신 지도자다. 숭신초등학교와 대신중, 고등학교를 거쳐 관동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2008시즌 김정남 당시 감독(현 K리그 부회장)이 이끈 울산으로부터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에 지명됐다. 키 175cm, 체중 67kg의 평범한 신체조건이지만 폭 넓은 활동량과 영리한 플레이로 2007년 험멜코리아배 춘계대회에서 우수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촉망 받는 미드필더였다. 그러나 평소 좋지 않았던 무릎 부위가 프로 인생에 발목을 잡았다. 거친 프로 세계에서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려야 했고, 꾸준하게 재활 치료를 받으며 재기를 노렸지만 여의치 않았다.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다시 울산에 복귀해 재기를 노렸지만 무릎 부상이 악화돼 2010년 선수 은퇴를 결정했다.
- 어떻게 만났어요?
지난해 전 소속팀 서울시청과 임의탈퇴 논란을 접고 새 팀을 구하던 중 몸을 만들기 위해 이을용 총 감독이 지휘하시는 'e파란 유소년 팀'에서 임시 코치로 일을 했어요. 당시 오빠(예비신랑)가 코치로 있었거든요. 선수 생활 지속을 놓고 고민하던 제게 많은 조언을 해줬고, 제가 다시 운동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줬죠. 이후 정이 들었는데 오빠가 먼저 좋아한다고 말을 했고, 저도 받아들여 연인이 됐어요. 한 10개월 정도 교제한 거죠.
- 예비신랑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던가요.
자기 일에 충실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속 깊은 모습이 참 멋있더라고요. 제가 고집이 세고, 하고 싶은 대로 하려는 성향이 많아요. 넓은 마음으로 잘 받아주더라고요.(웃음) 부모님께서도 오빠를 보시고 "널 많이 사랑하는 것 같고, 듬직하다"며 좋아하셨어요. (데이트는 어떻게) 코치를 같이 하니까 축구공 갖고 놀아요. 골대 맞히기, 볼 트래핑 등 누가 많이 하나?(웃음) 비슷비슷해요. 남자 선수들이 힘과 기술은 좋지만, 여자 선수들은 기본기가 좋거든요. 단, 실내 좁은 공간에선 섬세한 기술이 필요해 오빠가 이겨요.(웃음) 또 저는 WK리그만 챙겨보고, 오빠는 K리그만 보죠.
- 유소년 팀 코칭스태프 반응은 어땠어요? 특히 이을용 감독께선.
다른 코치님들은 만약에 둘이 싸우면 혼낼 거라고 하셨어요. 싸우게 되면 둘 중 한 명 그만둘 것 아니냐고요.(웃음) 반면 이을용 감독님께선 '잘됐다. 서로 예쁜 사랑하면서 일도 열심히 하면 더 좋은 것 아니겠냐'고 격려해주셨죠. 실제 10개월 동안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 문소리는 딸을 낳으면 축구 선수로 키워보고 싶다고 한다. |
- 프러포즈는 받았나요?
아뇨. 아직요.(웃음) 프러포즈를 할 겨를도 없었어요. (받고 싶은 프러포즈는) 음, 축구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고백 받으면 감동적일 것 같은데요? 오빠가 십자인대를 다친 후 선수를 그만뒀지만 미련이 많았어요. K3(챌린저스리그)에서 다시 도전해보려고 했었는데 무릎에 무리가 가더라고요. 오빠 복귀 첫 경기 현장에서 프러포즈 받고 싶었는데…. 무리시키면 안 되겠죠?(웃음)
- 앞으로 계획이 어떻게 되나요?
최근에 운동과 결혼 준비를 병행하면서 양가 부모님께 제대로 인사를 못 드렸어요. 자주 찾아뵙고 싶어요. 보통 여자들처럼 결혼 준비하는 데 집중할 예정이고요. (신혼여행은 어디로) 베트남으로 가요. 지난 겨울에 스포츠토토 입단으로 미뤄왔던 축구 선교를 갈 예정이에요. 오빠와 함께 현지 유소년 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해주고, 축구공도 선물을 하려고요. 하반기부터는 복귀 준비를 해야겠죠.
- <더팩트> 독자들에게 한 마디 해준다면.
예전 최인철 전 국가대표 감독께서 선수들을 모아놓고 '언제 결혼하고 싶냐'고 물으셨어요. 전 25살에 하고 싶다고 했는데 2년 더 빨리 하게 됐네요. 저희 어머니께선 20살에 결혼을 하셔서 저와 친구처럼 지내거든요. 이런 모습을 거울삼아 결혼 후 행복한 가정 꾸리겠습니다. 그리고 그라운드에 돌아와 꼭 2015년 월드컵에 가고 싶어요. 기대해주세요.
문소리는 이미 자신의 로드 맵을 확고히 한 듯 막힘없이 시원한 답변을 내놓았다. 축구밖에 모르던 여자축구의 대표 수문장 문소리는 자신의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 새로운 인생 이정표를 향해 묵묵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내년 시즌 더욱 성숙돼 돌아온 문소리의 모습을 그려본다.
▲ 문소리는 2015월드컵 출전을 목표로 그라운드에 복귀할 예정이다. |
<글 = 김용일 기자, 사진 = 노시훈 기자> kyi0486@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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