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사칭 의혹'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공익법인 '취소' 처분
입력: 2024.01.03 16:48 / 수정: 2024.01.03 16:48

기재부 고시, 한국위 '공익법인 지정 취소'
공식 해산...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이목


유엔(UN) 사칭 논란에 휩싸인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공익법인 취소 처분을 받아 공식 해산됐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유엔(UN) 사칭 논란'에 휩싸인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가 공익법인 취소 처분을 받아 공식 해산됐다. /한국위 누리집 갈무리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유엔(UN) 산하 기구를 사칭해 기업 등으로부터 44억 원을 모금했다는 의혹을 받는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한국위)가 공익법인 취소 처분을 받았다.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의 법인 취소 통보에 따라 해산된 것과 관련해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3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4분기 공익법인 등 지정·변경 고시'에 따르면 한국위는 공익법인에서 제외됐다. 한국위의 공익법인 지정 취소는 관계 법령에 따라 국세청장의 요청과 기획재정부 장관의 승인 순으로 결정됐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국세청장은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하거나 해산된 공익법인에 대해 인지할 경우, 기재부 장관에게 해당 공익 법인의 지정 취소를 요청해야 한다. 한국위는 지난해 7월 유엔 산하 기구를 사칭해 기업 등에 44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는 의혹을 받은 뒤, 그해 11월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로부터 법인 등록 취소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한국위가 '공식' 해산되면서 관심은 경찰 수사로 향하는 분위기다. 앞서 국회사무처 법률자문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국위 사건에 대해 고발 또는 수사 의뢰를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국회사무처는 해당 사건 수사가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인해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서 이미 진행 중인 만큼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더팩트>는 지난해 7월 한국위가 국제기구 UN(유엔) 또는 그 산하 유엔해비타트로부터 공식 인가를 받지 않은 일반 사단법인에 불과하다고 보도한 바 있다([단독] 文 축하 '유엔해비타트 최초 국가위원회 한국 탄생', 알고 보니 '거짓'). 보도 이후 한국위는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한국위 협업 기관 등은 협약을 종료하거나 후원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프로필에 한국위 이력을 삭제하기도 했다([단독 그 후]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지워지는 흔적들).

한국위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월 리무진 버스를 빌려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버스 전면에는 UN HABITA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왼쪽 하단에는 UN과 HABITAT라는 단어가 부착돼 있다. /제보자
한국위는 21대 총선을 앞둔 2020년 1월 리무진 버스를 빌려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버스 전면에는 'UN HABITAT'라는 문구가 표시돼 있다. 왼쪽 하단에는 'UN'과 'HABITAT'라는 단어가 부착돼 있다. /제보자

지난해 8월 국민의힘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는 유엔해비타트 본부의 공식 답변서를 공개하며 한국위가 유엔 산하기구를 사칭해 44억 원의 기부금을 거뒀다고 주장했다([단독 그 후] 與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유엔 산하 사칭 44억 모금").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유엔해비타트 본부로부터 받은 답변서에는 '유엔해비타트는 시민사회단체나 비정부단체를 지지하거나 승인하지 않고, (한국위에) 로고 무단 사용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더팩트>는 지난해 9월 박수현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현직이었을 당시 한국위 관계자와 모 건설회사 계열사 사장 등을 청와대에서 만났다고 보도했다. 당시 한국위는 해당 기업들에게 협력을 제안했고, 박 수석은 한국위 설립 배경 등을 설명했으며 참석자 가운데 한 기업은 실제로 4억4000만 원을 기부했다([단독] 'UN 비인가 단체' 기업 협찬, 박수현 靑 '부적절 만남' 있었다).

또 한국위는 21대 총선 과정에서 공익법인으로서의 설립 취지와 목적을 스스로 부정하고 당시 예비 후보로 나선 박수현(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 한국위 회장의 출판기념회를 지원한 의혹 정황이 <더팩트>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단독] 논란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총선 前 '박수현 출판회' 지원 '의혹').

이어 한국위는 자신들의 정관에 '유엔해비바트와의 기본협약을 준수한다'는 내용을 적시하고도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단독] 논란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 기본 협약 '불이행'...법인 취소 '직면'). 주무관청인 국회사무처는 한국위에 이와 관련한 시정조치를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한국위는 이를 끝까지 이행하지 않았고, 결국 법인 취소 통보를 받아 해산됐다([단독] 국회사무처, 유엔해비타트 한국위원회 '법인 취소' 결정).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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