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in 국회<하>] 신입 '업무 실수' 지적하면 '꼰대'인가요?
입력: 2023.02.07 00:00 / 수정: 2023.02.07 00:00

"강압적이라고 할까봐"…충고·지적 안 하게 되는 국회 OB들
4050 보좌진이 '세대 차이' 느낄 때?…"일을 찾아서 안 할 때"


<더팩트>는 4050 세대 보좌진들에게 조직 변화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세로운 세대 유입으로 국회가 정치 조직에서 일반 기업·직장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사진은 국회의원회관 복도. /국회=송다영 기자
<더팩트>는 4050 세대 보좌진들에게 조직 변화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세로운 세대 유입으로 국회가 '정치 조직'에서 '일반 기업·직장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사진은 국회의원회관 복도. /국회=송다영 기자

"이걸(무선 이어폰)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최근 화제인 'SNL 코리아'의 한 코너 'MZ 오피스' 속 명대사(?)다. 극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신입사원은 부서 회식에서 통상 '막내일'로 여겨지는 '수저 놓기'도 할 줄 모른다. 프로그램을 두고 젊은 세대를 과하게 비하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방영 이후 '요즘 애들' 유입으로 인한 직장문화 변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급수에 따라 확실한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높은 강도의 업무 능력을 요하는 등의 이유로 '폐쇄적인 집단'이라 평가되는 국회 보좌진의 경우는 어떨까.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된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MZ 세대의 등장'로 인한 조직 문화 변동이 있을까. <더팩트>는 2030세대 전·현직 여야 보좌진 10인과 4050세대 여야 보좌진 10인을 인터뷰해 국회 조직 문화에 대한 고충, 변해가는 국회 환경 등을 상·하로 나눠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4050 세대는 국회 보좌진 중 4급 보좌관, 5급 선임비서관 등 중역을 주로 맡고 있다. 이들은 자칫 '꼰대'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 소리를 들을까 봐 후배들이 실수했을 때 지적하거나 주의를 주는 일에도 망설이게 된다고 전했다. 또 4050 보좌진들은 새로운 세대의 유입으로 국회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어느 정도 실감한다고 했다. 이전엔 국회가 정당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보좌진들의 희생이 강요됐던 '정치 공동체'였다면, 새로 들어오는 보좌진들은 국회를 '직장'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4050 보좌진들도 앞서 2030 보좌진들이 설명한 것처럼 '의원실의 분위기는 300개마다 각양각색이다'라는 전제를 뒀다.

40대 초반인 보좌진 A 씨는 올해 국회 11년 차다. 그는 "농담삼아 사람들에게 국회를 소개할 때 '여의도디지털단지'라고 한다. '구로디지털단지'를 보면 IT 기업이 많이 몰려있는데, 거기는 한 건물에 여러 회사가 운집해 있다. '랩실'(사무실)마다 회사 성격도 천차만별로 편차가 심하다고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라고 부연했다.

그는 국회를 전반적으로 '관료제·권위주의가 강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4050 보좌진들은 국회의 특수성을 집으며 조직 문화가 바뀌기 힘든 곳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당시 모습. /이새롬 기자
4050 보좌진들은 국회의 특수성을 집으며 조직 문화가 바뀌기 힘든 곳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 당시 모습. /이새롬 기자

A 씨는 일반 직장에 비해 국회 내 분위기에 대해 "1990년대 분위기에 멈춰있고, 2000년대를 안 넘어왔다"며 "하는 업무 자체가 좀 고루하기도 하고, 때론 피감기관에 소위 '갑질'하듯 압박을 줄 때도 있고 보니 '선배가 까라면 까야 하는' 분위기가 잔존해 있다"고 말했다.

신임 보좌진들이 들어올 때 세대 차이를 느끼냐 묻자 A 씨는 "많이 달라졌다"고 답변했다. 예전 같으면 자신이 먼저 후배들과의 '친밀감 형성'을 위한 저녁 자리를 제안했을 텐데, 요즘은 친하지 않은 후임들에게 '퇴근 후 만남'을 묻는 것이 스스로 실례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옛날엔 선배들이 업무 끝나고 후배들 불러서 밥이랑 술 사 먹이는 게 '국룰'(당연한 일)이었죠. 선배가 '가자'고 하면 후배는 무조건 따라가야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친한 후배한테만 '혹시 저녁 먹고 갈래'하고 묻죠. 혹시라도 약속이 있다고 하면 그냥 가라고 하고요."

A 씨는 후임들과 일정 거리를 두는 것이 업무와도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옛날에는 일을 대부분 '도제식'(스승-제자 방식의 1대1 교육)으로 직접 가르쳤는데, 요새는 그러기도 어렵다"며 "후임이 저를 '꼰대처럼 갑질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제 입장에서도 '왜 내 시간 써가며 후임한테 미움까지 받아야 하나' 생각도 든다. 그러다 보니 옛날보다 후임 직급들을 '터치'(간섭)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턴부터 시작해 8년 차 국회 보좌진인 40대 초반 B 씨도 "19대~20대 국회 초반까지는 무리한 지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했다. 보좌진들이 국회를 직장이면서도 '정치조직'으로 느껴 그 소속감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그는 "새로 국회에 입성한 보좌진들은 조직 내 강압적인 것들을 이해 못 하고, 이해를 못 하니 없어지는 분위기"라며 "(분위기가 전환한 것은)1990년대생들이 오면서부터로 기억한다. MZ가 오면서 제일 힘들어진 업계가 정치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40대 초반 국회 보좌진 3년 차인 C 씨는 "후임의 업무상 실책이나 미숙한 점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데, (후임이) '강압적·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할까 봐 주저하게 될 때가 있다"며 본인이 'MZ세대 눈치'를 볼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선임들 사이에서는 젊은 세대의 경우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나왔다.

C 씨는 "8~9급 등 하위직의 경우에는 자신이 맡은 분야가 있지만 아직은 '서포트'(보조) 역할이기 때문에 행정이나 잡무 처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젊은 세대의 경우에는 (직무 구분이) 애매한 일이면 먼저 나서서 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더라"라고 설명했다.

40대 초반 국회 경력 4년 차인 D 씨도 '자신이 신임 보좌진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보좌진 일은 찾아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선임이 하라고 안 하면 일을 찾아서 하지 않더라"라고 말했다.

물론 변화의 물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회의 '구시대적' 문화가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싫었다던 국회 10년 차 E 씨는 현재 의원실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다.

E 씨는 "(회사로 치면) 의원이 '사장님'이라면 보좌관은 '부장님' 느낌이다. 의원이 지역을 가거나 자기 방문을 닫으면 그 분위기는 보좌관이 좌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임이 에어팟을 끼고 일해도 괜찮은가'라고 묻자 E 씨는 "저는 오히려 사무실이 너무 조용하면 에어팟 끼고 일해도 된다고 한다"며 "다른 사람 소리가 거슬리거나 전화 통화도 맘대로 할 수 없을 바에는 에어팟이라도 끼고 자기 업무에 집중하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국회 인턴부터 시작해 현재는 4급 보좌관까지 오른 제방훈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 회장(16년 차)과 이지백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회장(18년 차). 이들도 자신들이 들어왔을 때보다 국회가 많이 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보좌관은 지난 4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있었던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를 예로 들며 보좌진들 사이 문화가 바뀐 것을 느꼈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당 의원들을 비롯한 각 시·도당위원장, 국회 보좌진들이 총동원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일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에서 연설을 하는 모습. /임영무 기자

그는 "(참석을 두고) 보좌진들의 불만들이 터져 나왔다. 일률적으로 당 지침을 내려 '주말에 무조건 나와라'라고 지시하는 것에 대해 예전이라면 '무조건 가야지'라고 했다면 지금은 '나도 주말엔 쉬어야 하는데 왜 나가야 하냐'는 불만이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좌관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국회의원-보좌진' 사이 관계 정립도 변화를 맞이한 것 같다고 전당했다. 그는 "이전에는 학생 운동을 했던 경험자들이 국회에 많다보니 의원과 보좌진 관계가 '정치적 동지'로 느껴졌다. 반면 요즘은 보좌진들이 의원실에 속해있지만, 당에 대한 문제는 분리해서 보는 등의 가치관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제 보좌관은 선임들의 '라떼는' 소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회는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정보가 굉장히 빠르게 돌아가고, 국회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국민들에게 미치는 여파 또한 굉장이 크다"며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 총선처럼 선거도 경험할수록 시야가 넓어지고 전문성이 쌓이다 보니 '네가 잘 모르는데, 국회를 겪어 보면 안다'는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보좌관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국회의원-보좌진 사이 관계 정립도 변화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엔 의원과 보좌진이 정치 공동체로 소속된 관계였다면, 지금은 고용주-피고용자의 관계가 강하다고 표현했다. /더팩트DB
이 보좌관은 시대가 변해감에 따라 '국회의원-보좌진' 사이 관계 정립도 변화를 맞이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전엔 의원과 보좌진이 '정치 공동체'로 소속된 관계였다면, 지금은 '고용주-피고용자'의 관계가 강하다고 표현했다. /더팩트DB

보좌진들 사이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높은 업무 강도에 따른 잦은 인력 손실과 구인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제 보좌관은 "최근에는 기업 문화가 '워라밸'(일과 삶 사이 균형)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변함이 없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일정 경력을 쌓고 나서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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