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in 국회<상>] "퇴근은 늘 늦는데, 왜 출근 시간만 지켜요?"
입력: 2023.02.06 00:00 / 수정: 2023.02.07 09:27

2030 보좌진이 느끼는 '구식 국회'는?…"비효율성" 한 목소리
'수직적 소통구조' '가치관 차이'에 세대차이 느껴


국회 2030 세대 보좌진들은 국회 업무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의원실로 쏟아지는 불필요한 종이 책자·자료들도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국회의원회관 전경. /더팩트DB
국회 2030 세대 보좌진들은 국회 업무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의원실로 쏟아지는 불필요한 종이 책자·자료들도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국회의원회관 전경. /더팩트DB

"이걸(무선 이어폰) 끼고 일해야 능률이 올라갑니다." 최근 화제인 'SNL 코리아'의 한 코너 'MZ 오피스' 속 명대사(?)다. 극중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신입사원은 부서 회식에서 통상 '막내일'로 여겨지는 '수저 놓기'도 할 줄 모른다. 프로그램을 두고 젊은 세대를 과하게 비하한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방영 이후 '요즘 애들' 유입으로 인한 직장문화 변화 이야기는 계속되고 있다. 급수에 따라 확실한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높은 강도의 업무 능력을 요하는 등의 이유로 '폐쇄적인 집단'이라 평가되는 국회 보좌진의 경우는 어떨까. 다양한 연령대가 분포된 국회 보좌진들 사이에서도 'MZ 세대의 등장'로 인한 조직 문화 변동이 있을까. <더팩트>는 2030세대 전·현직 여야 보좌진 10인과 4050세대 여야 보좌진 10인을 인터뷰해 국회 조직 문화에 대한 고충, 변해가는 국회 환경 등을 상·하로 나눠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국회 보좌진 중 '젊은피'로 분류되는 2030 세대는 국회 업무에서 오는 '비효율성'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의원실로 쏟아지는 불필요한 종이 책자·자료들도 불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직적 소통구조로 인해 '작게 들리는' 하급 보좌진들의 목소리에 고충을 털어놓은 이들도 있었다.

2030 보좌진들은 기자의 질문에 응하기에 앞서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내놨다. '국회 보좌진들의 분위기는 이렇다'라고 정형화하기엔 300개의 사례를 일반화하기 쉽지 않고, '방 바이 방'(의원실마다 다르다)이라는 '대전제'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수당법 등에 따라 국회의원 1명은 보좌관, 선임비서관, 비서관 그리고 인턴 1명까지 총 9명의 유급 보좌진을 둘 수 있다. 국회의원 1명이 9명의 직원을 둔 '걸어 다니는 중소기업'인 셈이다. 그렇기에 의원실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 또한 첫 번째는 '의원', 두 번째는 '보좌관' 순이라고 했다.

고령의 상급자들과 비교해 2030세대가 국회 업무에 있어 '옛날 방식'이라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이들은 대부분 '유동적으로 늘어나기만 하는' 업무 시간을 지적했다.

20대 후반인 보좌진 A 씨는 3년을 국회에서 근무했다. 그는 일하다 보면 '내가 MZ세대여서 그런 건가?'라고 스스로를 '검열'하게 되는 시간들이 종종 있다고 했다. 그에게 '의원실에서 일을 하며 윗세대와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나' 묻자 아래와 같이 답변했다.

국회 보좌진은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특히 보좌진은 출퇴근 시간의 유동성이 상당해 2030대에겐 일상의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 직종이라 할 수 있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불 켜진 의원회관. /조성은 기자
국회 보좌진은 업무 강도가 세기로 유명하다. 특히 보좌진은 출퇴근 시간의 유동성이 상당해 2030대에겐 일상의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 직종이라 할 수 있다. 퇴근 시간 이후에도 불 켜진 의원회관. /조성은 기자

"퇴근 시간은 절대 안 지켜지는데, 출근시간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위기가 바뀌었으면 합니다. 저녁 6시에 퇴근하지 못한다고 큰일 안 나는데 아침 9시에 출근 못 하면 왜 큰일나나요? 행사나 일정이 있는거 아니면 9시 10분에 오든 15분에 오든 그냥 와서 자기 일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9시 15분에 와도 집에는 8시 넘어서 가는 게 일상다반사인데… 과도하게 다른 사람 출근 시간에 신경 쓰는 분위기는 바뀌었으면 합니다. (제가 너무 MZ인가요?)"

A 씨는 국회에는 주말 출근과 야근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바꿔 일에 들어갈 시간과 에너지를 줄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지금은 다른 일을 하지만 보좌진 생활을 약 2년 했던 20대 후반 B 씨도 '국정감사 전 주말 출근'을 하며 A 씨와 같은 감정을 느꼈다.

B 씨는 "국감 시즌만 되면 한 달 내내 300개 의원실 전체가 들썩인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하는 의원실도 많겠지만, 개중에는 남들도 하니 우리도 주말에 나와야 한다며 주말 출근을 압박하는 상급자들이 있다"며 "하루는 주말에 출근했는데 막상 할 일이 없으니 그냥 앉아만 있다가 돌아오기도 했다"고 경험담을 풀었다.

B 씨는 "윗선들은 '주말에도 나와야 뭐라도 나온다' '9시 출근이면 8시까지는 와서 준비해라'는 등 본래 일해야 하는 시간 이상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다"며 "반면 젊은 세대들은 일의 효율성, 주말은 일하지 않는 '워라밸'(일과 일상 사이 균형)을 중시하다 보니 충돌이 생기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20대 후반 C 씨는 비교적 어린 나이에 국회에 입성해 어느덧 보좌진 7년차다. 그는 상급 보좌진들과 세대 차이를 언제 느끼냐고 묻자 '목록'을 적어 전달했다. △선배가 개인 SNS에 '팔로우'를 신청했을 때 △곧 국민연금 받는다고 할 때 △젊은 세대의 취업난, 주거난, 결혼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 등에 공감하지 못할 때 △홍보·영상·웹디자인·커뮤니케이션 노동의 (시장)가치를 전혀 모를 때 △항상 핸드폰 알림을 벨소리(진동·무음X)로 해둘 때 △문서를 꼭 인쇄해서 출력물로 보려고 할 때 △윗사람이 담배 피우러 가면 아랫사람이 따라 나가는 모습 볼 때 등이다.

C 씨는 이어 국회의 근무 방식에 관해 "(아직도) 팩스를 쓰고 기관에서 제출하는 자료의 경우 꼭 종이 책자를 만들어 전달하는 것, 그리고 종이 영수증을 모아서 제출하는 회계업무 환경은 구시대적이라고 느낀다"고도 덧붙였다.

국회 한 상임위 앞에 쌓인 법안 서류들. /더팩트 DB
국회 한 상임위 앞에 쌓인 법안 서류들. /더팩트 DB

20대 중반으로 국회에서 1년 인턴으로 근무했던 D 씨도 유난한 국회의 '아날로그 사랑'을 지적했다.

그는 "가장 구시대적이라고 느꼈던 것은 우편물이나 책자가 다 종이로 온다는 거였다. 의원실 우편함에 보면 한가득 쌓여있었다"며 "종이가 아깝기도 하고, 전자 메일로 대체한다면 환경도 보호되고 일일 뜯어 버려야 하는 번거로움도 없었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의원실 내 4~9급까지 상하 구조가 확실한 탓에 조직 내 소통이 수직적이라는 문제도 지적됐다. 나이순으로 직급을 채용하려는 의원실 내 관행도 구성원들 사이 수평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B 씨는 '유튜브 영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웃긴 유튜브 아이디어를 내 보라'며 회의를 한다. 그러면 젊은 세대들은 'SNL 주기자가 간다'처럼 의원 본인이 좀 망가지더라도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방식을 제안한다. 그러면 윗 사람들이 바로 '그건 무리수다'라며 제지한다"며 "결국 SNL 찍어보자 해놓고 인간극장(다큐멘터리)를 찍게 되는 거다. (재미가 없으니) 당연히 조회수도 좋을 리 없다. 이런 게 계속 반복되면 아이디어를 안 내게 된다"고 말했다.

지금은 국회를 떠난 20대 후반 F 씨는 2년간 여러 의원실을 거쳤다. 다른 건 기억에서 잊혔지만 딱 하나 '괜찮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는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나서 상급자가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 가더라. 그런데 카드를 주며 '커피를 사오라'고 하며 자기가 담배피는 곳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국회 경력 4년차인 30대 초반 E 씨는 "(의원실 내에서) 직급이 낮을수록 궂은일을 도맡는 것을 당연히 여길 때나 일이나 회의를 할 때 아래 직급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수직적인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여전히 설거지, 배달 음식 정리 등은 막내 보좌진의 몫인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20대 보좌진은 업무 중 괜찮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나서 상급자가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 가더라. 그런데 카드를 주며 커피를 사오라고 하며 자기가 담배피는 곳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더팩트 DB
20대 보좌진은 업무 중 괜찮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다 같이 점심을 먹고 나서 상급자가 사람들과 담배를 피우 가더라. 그런데 카드를 주며 '커피를 사오라'고 하며 자기가 담배피는 곳으로 가져다 달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더팩트 DB

이들은 높은 업무 강도 탓에 의원실 내 인력 손실이 잦고, 특히 급수가 아래로 갈 수록 인력난을 겪는 구조를 지적했다.

30대 후반으로 6년 국회 보좌진을 지낸 G 씨는 "국회의 업무 강도가 점점 강해지면서 (오히려) 유능한 사람들이 먼저 국회를 떠난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E 씨도 "가끔은 일을 할 때 '이런 업무까지 내가 해야 하나' 싶을 정도의 업무를 과하게 맡길 때가 있다. 상급자들이 맡은 직급에 비해 그 업무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이런 국회를 후배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늘 한다"고 털어놨다.

반면 이들은 'MZ세대'이지만 새로 들어오는 보좌진들을 보며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했다.

E 씨는 후배로 들어온 보좌진이 "시킨 일만 하고 일을 '찾아서 하지 않을 때, 그리고 상사가 사주는 커피를 당연하듯 마실 때" 이른바 '라떼는(나때는) 말이야'라고 생각했지만 차마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C 씨도 "(본인 이후 들어온 보좌진이)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하지 않고, 의원실에 들어온 선물을 의원님이 보좌진에게 나눠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 감사하는 기색이 없을 때 '내가 꼰대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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