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하>] '정치9단' 박지원 "국민의힘, 대통령에 줄을 잘 서는 DNA"
입력: 2023.01.23 00:00 / 수정: 2023.01.23 17:47

"나경원, 출마 포기하면 안 돼…당심 추스르면 결과 몰라"
"보수당 분당 사태 재연될 것…尹, 문제 만들지 말고 풀었으면"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국민의힘 차기 당권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를 임명해버리면 끝날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여의도=남윤호 기자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는 모습. 그는 국민의힘 차기 당권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를 임명해버리면 끝날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비꼬았다. /여의도=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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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여의도=신진환·김정수 기자] "국민의힘은 옛날부터 대통령에게 줄을 잘 서는 DNA가 굉장히 발전한 정당이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이 '친윤'(친윤석열)임을 자처하는 현실을 이같이 비꼬았다. 친윤 진영의 지원을 받는 김기현 의원과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안철수 의원, 당권 도전을 고심하는 나경원 전 의원 등 선두권 그룹의 당권주자들은 하나같이 당내 최대 계파인 '친윤'주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 분란의 조짐이 보인다. 친윤계 의원들을 주축으로 초선 의원 50여 명은 지난 17일 나 전 의원이 3·8 전당대회에 불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선 출마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실도 '저출생 정책'과 관련해 충돌한 이후 '대통령의 본심'을 두고서도 나 전 의원에게 불쾌감을 드러내면서 '찍어내기' 뒷말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민의힘 차기 당권의 향방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당심을 추스른다면 결과는 모른다고 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국민의힘 차기 당권의 향방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를 포기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당심을 추스른다면 결과는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 전 원장의 신랄한 비판이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표를 임명해버리면 끝날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고 시끄럽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윤 대통령이 줄곧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말을 스스로 뒤집었다고 직격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 룰을 '100% 당원투표제'로 바꾸고 '결선투표제'를 도입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한 것"이라며 "21세기 대명천지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가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전면에 나섰던 권성동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오려 했으나 뜻을 접게 했고, 전대 룰을 바꿔 유승민 전 의원을 못 나오게 하고, 이제는 사실상 나 전 의원에게도 출마하지 말라고 그러지 않나"라면서 "이는 윤 대통령이 교통정리를 해준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불출마 압박을 받는 나 전 의원이 '칼집에서 칼을 뽑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 전 원장은 "꾀도 살 꾀를 내야지 죽을 꾀를 내면 안 된다"면서 "(나 전 의원이) 여기서 무릎 꿇고 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 공천을 못 받을 확률이 높다. 만약 결선투표까지 올라 당선되면 '대박'인 것이고, 지더라도 윤 대통령의 정치적 탄압으로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기에 민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면 미래가 열린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의 주인공에 대해서는 의문부호를 붙였다. "나 전 의원이 포기하지 않고 윤 대통령을 향해 용비어천가를 부르며 당심을 추스른다면 결과는 모른다. 만약 결선투표에서 김기현 의원과 나 전 의원이 붙는다면 복잡해진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 '친박' '비박' 계파 다툼으로 보수당이 쪼개졌던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총선에서 칼질 당한 이준석·유승민·나경원이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 현실화한다면 보수 1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새해에는 문제를 만들지 말고 풀어가는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윤 대통령을 향해 "새해에는 문제를 만들지 말고 풀어가는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덕담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윤 대통령의 순방으로 넘어갔다. 아랍에미리트(UAE)를 국빈 방문했던 윤석열 대통령은 '영업사원'을 자처했다. 실제 지난 15일(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무함마드 대통령은 한국에 300억 달러(약 40조 원) 투자를 결정했으며,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인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다.

박 전 원장은 "해외 순방에 나선 윤 대통령이 세일즈 외교 컨셉은 잘 잡았다"면서도 "그렇지만 대통령은 외국만 나가면 사고를 친다. 이번에는 가장 큰 대형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 UAE와 이스라엘이 이란과 상당한 관계 개선을 위해 움직이고 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이란 관계가 어떤지 기본도 모르신다"고 강도 높게 비평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최근 대구 서문시장 방문 등 적극적인 공개 행보에 대해 말을 이어갔다. "김 여사는 2021년 말 대선 기간 기자회견에서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대통령의 배우자는 살림만 하는 게 아니다. 영부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국민에게 미치는 메시지다. 때문에 김 여사가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제2 부속실을 만들어 공적 관리와 검토된 행보를 하는 게 좋겠다."

1시간 10여 분간의 인터뷰 말미, 새해 덕담을 부탁했다. 그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말을 남겼다. "우리 역사를 보면, 어떤 단면은 아주 더러웠지만 흐름은 항상 도도하게 흘렀다. 역사는 발전하고 인생은 아름답다. 우리 삶이 아무리 척박해도 행복이 있다.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위기를 극복했다. 지도자가 국난을 극복한 게 아니라 우리 국민이 극복한 것이다. 희망을 품고 열심히 노력했으면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새해에는 문제를 만들지 말고 풀어가는 대통령이 되셨으면 좋겠다."

▶[인터뷰<상>] '정치9단' 박지원 "집어넣으면 (감방)가서 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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