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혁 법안'들을 일제히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각 상임위에서 쟁점 있는 법안들을 단독 처리했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이선화 기자 |
열린민주당과 '통합' 대신 '측면 지원' 노리는 與 '꼼수'
[더팩트ㅣ정리=박숙현 기자]
◆靑, 침묵 끝 '언론중재법' 동조…文, 기자협회 메시지는 '립서비스'?
-민주당이 지난 19일 야당을 무시하고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처리했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수적 우위를 앞세워 강행 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청와대는 어떤 입장이지?
-청와대는 민주당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강행 처리하기 전까지는 "국회에서 논의하고 의결할 사안"이라며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어. 그런데 상임위를 통과한 후 태도가 달라졌어.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9일 오후 '언론중재법에 대해 세계신문협회나 국제언론인협회 등에서도 언론 자유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는 질문에 서면 브리핑을 통해 "헌법 제21조와 신문법 제3조에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두텁게 보장하면서도 언론에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책임도 명시하고 있듯이 잘못된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구제가 충분하지 않아 피해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입법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며 "다만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라고 밝혔어. 사실상 민주당의 행보에 동조한 셈이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라고 했고 했지만 청와대는 '언론중재법'에 사실상 동조했다. 9일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하는 문 대통령. /청와대 제공 |
-앞서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다"라며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했어. 또한 "정부는 여러분이 전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언론자유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언제가 함께하겠다"고 했어.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국내 언론단체들과 국제 언론단체들, 시민단체 등이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와 여당이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민주당 지도부가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에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표명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정리된 입장은 결국 '민주당 지지'였던 셈이야.
-여기에 민주당 소속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 언론중재법 처리에 앞장선 핵심 의원 중 한 명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을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넣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고, 범여권이 똘똘 뭉쳐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이 기자협회에 보낸 메시지는 '립서비스'였고, 당·정·청이 사실상 한뜻으로 언론중재법 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은 언론중재법 등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당의 강행 의지는 확고하다.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는 발언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이선화 기자 |
-민주당이 강행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허위, 조작보도로 재산상 손해를 입히거나 인격권을 침해했을 때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 등이 담겼어. 현행 헌법과 법률에도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가 이에 대한 피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피해 배상이 미약하다면서 책임을 훨씬 더 강화한 셈이지.
-독소조항에 대한 우려도 나오는데 과실 입증책임을 고발인이 아닌 언론사가 지도록 하고 있고, 허위·조작 판별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어. 또한 고발 보도의 대상자가 된 권력자들이 취재 과정의 위법을 주장하며 소송을 남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이에 따라 야당에선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해 정권 비판 보도를 원천봉쇄하려는 시도"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오는 25일 반드시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는 분위기야. 비판에 귀를 닫은 문재인 정권의 언론중재법 개정 강행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돼.
민주당은 각 상임위원회에 범여권 인사를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내세워 야당의 견제 장치를 무력화 했다. 안건조정위원으로 참여한 무소속 윤미향 의원(왼쪽)과 김의겸 얼린민주당 의원. /이선화·이동률 기자 |
◆김의겸·윤미향은 '선택적' 야당 의원'?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 등을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밀어붙여 처리하고 있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7개 상임위원장을 국민의힘 소속 의원으로 새로 선출하기 전에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입법 과제'들을 재빨리 해치우려는 시도로 보여.
-아직까지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고 있고, 171석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원래 상임위에서 이렇게 빨리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기는 쉽지 않잖아?
-그래. 국회에는 '안건조정위원회'가 있기 때문이야. 안건조정위는 여야가 대립하는 법안에 대해 '여야 3대3 동수'로 구성해서 최장 90일간 심도 있는 논의를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야. 제1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강행하지 못하게 막기 위한 견제 장치라고 할 수 있지. 하지만 21대 국회에 들어서는 안건조정위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어.
-지난 19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탄소중립기본법 제정안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안건조정위'가 구성됐는데 야당 몫 조정위원으로 각각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포함됐어. 사실상 '4대 2'로,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약 5시간 만에, 탄소중립기본법을 30여 분만에 속전속결로 처리했어. 사립학교 교사 채용 업무를 시도교욱감에게 의무적으로 위탁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역시 여야 쟁점 사안이 있지만 안건조정위에서 열린민주당 소속 강민정 의원이 야당 몫으로 참여하면서 민주당은 소위 심사를 끝내고 법안을 처리했어.
-민주당의 이런 원내 입법 전략에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열린민주당과 통합하지 않고, 윤미향 의원을 제명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도 나와. 교묘하게 법과 제도를 이용한 '꼼수'라는 것이지.
-안 그래도 최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이 열린민주당과의 통합을 제안했지만 당 지도부가 선을 그었잖아?
-맞아. 지지자들이 요구하는 '개혁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당이 전략적 결별을 유지하고 있다는 거야. 김 의원은 아예 당이 다르다고 해도 얼마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던 윤 의원을 비교섭단체 야당 몫으로 분류해 안건조정위를 구성한 건 우스운 상황 같기도 해. 당 지도부의 말을 빌리자면 윤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이 수사기관에서 무혐의가 날 때까지 '잠시' 민주당을 떠나 있는 거잖아. 이번을 포함해 21대 국회에서 강행 처리한 법안들에 대해 민주당은 결과에 오롯이 책임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할 듯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