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황교익 논란 정리 이해찬 '파워'…"대장은 대장이구나"
입력: 2021.08.21 00:00 / 수정: 2021.08.21 08:58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후보 간 직접적인 네거티브 대신 황교익 인사 논란으로 지난주 뜨거웠다. 지난 4일 YTN 주최 TV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은 후보 간 직접적인 '네거티브' 대신 '황교익' 인사 논란으로 지난주 뜨거웠다. 지난 4일 YTN 주최 TV토론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왼쪽)과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녹취록 공방은 원희룡 측 '노이즈 마케팅'?

[더팩트ㅣ정리=박숙현 기자] -이번 주는 정치권의 집안 싸움이 뜨거웠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하면서 중단됐던 '네거티브'가 되살아났다. 황 씨의 자진사퇴로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이 지사의 '쿠팡 화재 대응 미흡'으로 공격 타점이 바뀌었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와 대선 주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저거 정리' 녹취록 진실 공방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대선 경선 준비로 각 당이 분주한 가운데, 여야도 맞붙었다.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민주당이 언론중재법, 탄소중립법 등을 상임위에서 강행 처리하면서다. 열린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을 앞세워 야당의 집단 항의에도 속전속결로 법안을 밀어붙였다. 청와대도 언론중재법에 사실상 동조하면서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언론이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라는 메시지는 '립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아쉬움이 터져나왔다.

황교익 씨가 20일 경기관광공사 내정자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황 씨는 서로 친일 프레임 공세에 대해 사과했다. /더팩트 DB
황교익 씨가 20일 경기관광공사 내정자에서 스스로 물러나기로 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황 씨는 서로 '친일 프레임 공세'에 대해 사과했다. /더팩트 DB

◆'황교익' 논란 한방에 정리한 이해찬...끝나지 않은 악재

-경기관광공사 사장으로 내정됐던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가 '보은 인사' 논란이 불거진 지 일주일 만인 20일 자진 사퇴했어.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안 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입장을 바꾼 배경이 뭐야?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게 가장 큰 것 같아. 황 씨는 20일 페이스북에 자진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중앙의 정치인들이 만든 소란 때문"이라고 했어. 앞서 이재명 캠프 총괄특보단장인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예기치 않은 대형 악재"라며 공개적으로 황 씨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

-이때까지만 해도 황 씨는 "임명 철회는 지사의 권한"이라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잖아?

-맞아. 황 씨가 입장을 바꾼 시점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통화한 이후라고 해. 이 전 대표는 이례적으로 자신이 대표일 때 대변인이었던 이해식 민주당 의원을 통해 민주당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냈어. "황교익 씨는 문재인정부 탄생에 기여한 분"이라며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는 내용이었어. 겉으로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친일 프레임' 공방으로 타격을 입은 황 씨를 위로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자진 사퇴를 권고하는 메시지였다는 게 정치권 해석이야.

-이 전 대표는 자신의 시민사회계, 친노·친문 조직을 이 지사에게 물려줄 만큼 측면 지원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어. 그런 그가 총대를 메고 황 씨에게 자진 사퇴할 명분을 주고, 코너에 몰린 이 지사에게 퇴로를 마련해줬다는 평가가 나와. 이 지사 캠프 A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나와 한방에 정리돼서 신기했다. '확실히 대장은 대장이구나'라고 생각됐다. 이렇게 메시지가 나오자마자 끝날 줄은 몰랐다"며 "(민주당 경선에서) 당원 투표도 크게 불리하지 않겠구나 싶었다"고 했어.

황 씨는 사퇴 불가론에서 자진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통화를 언급했다. 지난 5월 13일 송영길 대표와의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이 전 대표. /이선화 기자
황 씨는 '사퇴 불가론'에서 자진 사퇴를 결심한 배경으로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통화를 언급했다. 지난 5월 13일 송영길 대표와의 상임고문단 간담회에 참석한 이 전 대표. /이선화 기자

-하지만 끝날 줄 알았던 '황교익 리스크'는 '쿠팡 화재 소극 대응' 논란으로 번진 모양새야.

-이 지사는 황 씨가 운영하는 '황교익TV' 유튜브에 출연한 적 있었는데, 녹화 날짜가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가 있었던 지난 6월 17일로 알려지면서야. 쿠팡 화재 진압에 투입됐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김동식 구조대장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된 바 있지. 이 지사가 이처럼 급박한 상황에 황 씨와의 유튜브 방송 녹화를 강행했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대응이 안일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어.

-이 지사는 화재 발생 후 반나절이 훌쩍 지난 18일 새벽 1시 쯤 현장에 도착했다고?

-그래. 이 지사는 해당 논란에 대해 "현장에 재난본부장이 있고 현장 상황을 다 체크하고 있었다. 밤늦게 경남 일정을 포기하고 새벽에 도착해 현장 일정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며 "국민 안전 문제로 왜곡하고 심하게 문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 도정 촐괄 책임자라도 현장에 곧바로 가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설명이야. 하지만 이 지사는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현장에 즉시 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적이 있어서 '내로남불' 비판을 피하지 못할 듯해.

-캠프에서도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이야. A 관계자는 "'황교익' 논란은 우리에게 큰 악재일 뻔했는데 다행히 야권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녹취록 가지고 자기들끼리 싸워줘서 생각보다 타격은 덜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로선 고맙다"라고 했어. 이어 "다만 '쿠팡 화재' 건은 변수인 것 같은데 이건 좀 큰 것 같다. (여론을)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어.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를 공개하면서 저거 공방이 이어졌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원 전 지사. /이선화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통화를 공개하면서 '저거' 공방이 이어졌다.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원 전 지사. /이선화 기자

◆이준석-원희룡의 '저거' 진실공방

-국민의힘 이 대표와 대선 주자 원 전 지사의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한 녹취록 논란이 뜨거웠어. 이 대표는 '저거'의 뜻이 경선 과정의 갈등이 정리된다는 취지라고 주장했고, 원 전 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라고 봤지?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였어. 그런데 정치권 인사들에게 물어보면 대체로 "둘 다 어색하지 않게 읽힌다"는 반응을 보였어. 즉, 이 대표와 원 전 대표의 주장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거야. 이 대표가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원 전 지사는 "우리 캠프로 지금 싸우는 사람들, 나중에 다 알아야 할 사람들이잖아요"라고 말했어. 그러자 이 대표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쪽에서 입당 과정에서도 그렇게 해가지고 세게 세게 얘기하는 거지, 예 저거 지금 저희하고 여의도연구원 내부조사하고 안 하겠습니까"라고 했다. '저쪽'은 맥락상 윤 전 총장 측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저거 곧 정리됩니다"라고 했어.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 보면 때때로 말의 진의가 곡해되는 상황이 있어. 또한 듣는 사람은 '어감'에 따라 진짜 의도와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잖아. 아마 두 사람의 '녹취록' 공방도 이 대표의 주어가 불분명하면서 생긴 일종의 촌극이었다고 봐.

국민의힘의 녹취록 공방은 양측이 더 이상 문제제기 하지 않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국민의힘의 '녹취록' 공방은 양측이 더 이상 문제제기 하지 않기로 하면서 마무리됐다.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남윤호 기자

-정치권 일각에선 원 전 지사가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시각도 있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 대표를 때렸다는 것이지. 대권주자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원 후보가 자기 정치 욕심 때문에 이슈 주목도가 높은 이 대표나 윤 후보를 오가며 노이즈마케팅을 하고 있다"라며 "정권교체에 찬물을 끼얹고 당 지지율이 떨어져도 내 주목도만 올라가면 된다는 저급한 정치"라고 비판했어.

-하 의원처럼 해석할 여지도 충분히 있다고 봐. 하지만 이 대표의 '공정성'을 지적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원 전 지사 측의 설명이야. 최근 만난 원 전 지사 측 인사는 이렇게 말하더라고. "원 후보님이 이 대표와 통화에서 경선 관리 공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반드시 이건 바로잡아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한마디로,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를 때린 것은 자기 존재감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깔렸다는 게 아니라는 것이지. 이 대표는 '유승민계'로 유명하지. 이 대표가 유 전 의원에게 유리하도록 경선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기본적으로 깔린 것으로 보여. 아, 참고로 원 전 지사가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하 의원이 덥석 물 것으로 예상했대.(웃음) 다만, 이 말은 진짜인지 빈말인지는 정확히 몰라. 큰 의미 없이 그냥 웃으며 넘기면 될 것 같아.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진실공방은 서서히 가라앉는 모양새지?

-지난 18일 이 대표가 "녹취록 전부를 공개하라"는 원 전 지사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서 확전을 피했어. 페이스북에 "그냥 딱하다"라는 글을 올리며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대응을 자제했어. 문제를 제기한 원 전 지사도 더 이상 공방을 벌이지 않겠다고 했어. 막상 이렇게 보니 별일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 이건 사견일 뿐이야.(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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