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꼴찌 자화상<하>] 초저출산 극복 대책 방향은 맞지만…
입력: 2021.03.23 05:00 / 수정: 2021.03.23 05:00
매년 줄어드는 출산율로 인한 위기의 현실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롭게 추진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정책이 마무리되는 2025년에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꼴찌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첫날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차병원에서 3.43kg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 TV 생중계를 통해 가족들에게 공개되던 모습. /이덕인 기자
매년 줄어드는 출산율로 인한 위기의 현실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새롭게 추진되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는 합계출산율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정책이 마무리되는 2025년에도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꼴찌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첫날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차병원에서 3.43kg의 건강한 아기가 태어나 TV 생중계를 통해 가족들에게 공개되던 모습. /이덕인 기자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0명대 출산율 국가이다. 2018년 0명대 출산율 진입 후에도 매년 낮아져 지난해에는 역대 최저인 0.84명까지 추락했다. 초저출산국으로 진입한 이후 19년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230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했지만, 효과는 사실상 전무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은 대체 어디에 쓰인 것일까. 그간의 정부 대책과 예산의 쓰임새를 살펴봤다. 초저출산 장기화로 인해 '결정된 가까운 미래'도 그려봤다. 나아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사라진 합계출산율 목표…'삶의 질 향상' 효과 미지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정부 저출산 대책의 컨트롤타워 격인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021~2025년 인구 정책의 근간이 될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30조 원이 넘는 재정을 투입하고도 실패한 출산율 제고 목표를 '2040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꿔 계층·세대 간 통합과 연대 등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핵심 정책을 살펴보면 먼저 직접 지원금을 늘렸다. 내년(2022년) 출생아부터는 월 30만 원의 '영아수당'이 새롭게 지급되며, 이 수당은 2025년까지 50만 원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또한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출산장려금도 중앙정부에서 지원한다. 내년부터 아동 출생 시 200만 원의 일시금이 지급된다.

보육·교육 지원도 강화했다. 국공립어린이집 등 공보육 이용률을 현행(2019년 말 기준) 28.2%에서 2025년까지 50% 달성해 공보육을 강화하고 학교 안팎의 다양한 자원연계를 통한 돌봄 지속 확충으로 온종일 볼봄이 실현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일하는 모두 계층, 성별의 육아휴직 권리 확대도 추진한다. 여성, 대기업 근로자 남성, 중소기업근로자, 특고, 예술인 등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부모 모두 3개월 플러스 3개월 육아휴직제를 도움해 생후 12개월 내 부모 모두 3개월 육아휴직 시 각각 최대 월 200만~30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육아휴직 소득대체율을 인상해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80%, 최대 월 150만 원으로 높여 휴직에 따른 소득감소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3자녀 이상으로 제한됐던 다자녀가구 지원 기준도 2자녀로 낮췄다. 다자녀 주거지원 다자녀 지원대상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완화하고, 공공임대주택 넓은 평형 이주 시 우선권 부여한다. 또 3자녀 이상은 모두 국가 대학등록금 국가장학금을 지원한다. 특히 셋째 자녀부터는 중위소득 200% 이하에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청년기 삶의 기반 강화를 위해 청년 맞춤형 임대주택 24만 호를 공급하고, 임차가구 금융지원으로 청년의 주거 걱정을 낮추고, 청년내일채움공제, 청년저축계좌 확대 등으로 청소년 소득지원 높인다는 방침이다.

올해부터 5년간 저출산고령사회 대비 예산은 2021년 70조5603억, 2022년 74조1719억, 2023년 76조3244억, 2024년 79조3971억, 2025년 83조3622억 원으로 매년 늘어날 예정이다. 이중 국제적으로 저출산 예산이라고 보는 가족지원 예산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올해 우리나라의 저출산 직접 지원 예산은 약 20조 원 규모로 GDP 대비 1.48% 수준이며, OECD 평균은 2.4%다.

이번 대책으로 출산율이 언제, 얼마나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4차 기본계획에서는 출산 장려보다는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사회구조적 장애 요인을 해소하고,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며 "이에 따라 합계출산율을 지표로 한 목표수준을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1~3차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2021~2025년까지의 저출산 대책 로드맵이 담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투입되는 재정은 더 늘지만,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1~3차 저출산 대책이 실패한 이후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말 2021~2025년까지의 저출산 대책 로드맵이 담긴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투입되는 재정은 더 늘지만,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이어 "과거부터 지속되는 저출산 추세와 더불어 현재 경제여건 악화 및 높은 주거비 부담,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환경 등으로 인해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추세"라며 "코로나19가 혼인·출생 관련 주요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돼 저출산 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4차 기본계획이 효과적으로 추진된다면, 현재 저위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출산 수준이 중위 수준 이상으로 향상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올해 출산율 저위 수준은 0.78명, 중위 수준은 0.86명이다. 2025년 출산율 중위 수준은 1.00명, 저위 수준은 0.84명이다. 4차 기본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5년 뒤에는 다시 출산율 1.00명대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는 이야기다. 1.00명으로 올라서도 세계 꼴찌다.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 나가고 있는 해외사례와 비교하면 방향성은 글로벌 트렌드를 따르고 있지만, 저출산 대책 강도에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하다.

과거 저출산 위기를 겪은 뒤 적극적인 정책으로 OECD에서 손꼽히는 올라선 프랑스(1.84명, 2018년 기준)는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가 키운다'는 모토로 출생 시 만 3세까지 아이 1명당 매달 약 1000유로(134만 원)를 지급한다. 이후에도 고등교육까지 교육비와 의료비는 대부분 무료이며, 아이가 성장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까지 지원은 계속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직접 지원 예산은 약 20조 원 규모로 GDP 대비 1.48% 수준이며, OECD 평균은 2.4%다. 이번 대책으로 출산율이 언제, 얼마나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이새롬 기자
우리나라의 저출산 직접 지원 예산은 약 20조 원 규모로 GDP 대비 1.48% 수준이며, OECD 평균은 2.4%다. 이번 대책으로 출산율이 언제, 얼마나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이새롬 기자

스웨덴(1.75명)은 여성이 경력단절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고용을 보장하고, 누구나 일과 육아의 병행이 가능하도록 공공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했다. 특히 남성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 총 480일의 부부 육아휴직 일수 중 90일은 의무적으로 남성만 쓸 수 있게 해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로 인해 여성 고용율이 80%가량에 이르며, 여성이 직장 등의 눈치를 보지 않고 출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정부는 일단 4차 기본계획에 집중하고, 추가 보완책은 추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관계자는 "우선은 4차 기본계획이 향후 5년간 차질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영아수당 도입, 육아휴직 2배로 확대, 건강인센티브제 도입 등 상당히 많은 신규 과제들과 새롭게 개편·확대하는 사업들이 담겨 있는 만큼 이 과제들을 구체화해 연차별 시행계획에 반영하고, 목표한 성과를 달성하면서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점검과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저 초저출산 국가이지만, 대책은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에 비해 미약한 정책으로 출산율 탈꼴찌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저출산은 사회 구조, 문화적 원인 등이 종합한 결과로 우리나라처럼 초유의 저출산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는) 기본계획으로만 저출산의 실질적 해결 효과를 기대할 만한 방안을 짜기에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다"라며 "돌봄과 삶의 질 개선에 초점을 두고 현재 여건에서 가능한 수준을 따져서 만든 이번 계획의 방향성은 맞다고 보지만, 강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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