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7개 광역자체단체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지출한 해외 광고료가 76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원도는 21억600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세금을 사용했다. 지난 2월 강원도 평창군에서 열린 2020 평창평화포럼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문순 강원도지사. /사진공동취재단 |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요청 한국언론진흥재단 국감 자료...17개 광역자치단체 18개월 해외광고액 76억
[더팩트ㅣ허주열·문혜현 기자]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가 시·도정과 지역 축제 등을 해외에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총 76억 원가량을 사용한 가운데 강원도가 가장 많은 21억6000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동안 해외 광고 건수에서는 부산광역시가 101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해외 광고 사례 중에서 막대한 국민 세금을 사용하면서 목적이 불투명한 경우도 여러 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이 정부와 지자체의 해외 광고를 대행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요청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18개월 동안 '지자체별 해외 광고 집행내역'의 해외 광고료 총액은 강원도가 21억6000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14억8000만 원), 부산(12억8000만 원), 제주도(6억2000만 원), 전남(5억4000만 원) 순으로 많았다.
해외 광고 건수는 부산이 101건으로 1위, 강원도(38건)·제주도(35건)·인천(29건)·충북(18건)이 2~5위를 차지했다. 경기도, 대전, 광주, 세종은 해당 기간 해외 광고료 집행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의 경우에는 올 8월까지 해외 광고 집행이 없어 집계에서는 빠졌다. 하지만 경기도는 <더팩트> 취재 결과 지난 9월 타임지에 '기본소득' 광고 기사를 싣는데 1억900만 원을 사용했고, CNN에 1억6900만 원 규모의 도정 홍보 광고가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는 지난 14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의 이 같은 사실을 단독 보도([단독] 이재명 지사, 美 타임지에 지자체 홍보비로 '기본소득' 광고, [단독] '타임지 광고 논란' 이재명, 'CNN'에도 1억6900만 원 광고 의뢰)한 바 있다.
해외 광고료 1위 강원도의 경우 수상한 거액의 광고료를 여러 차례 집행했다.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정컬쳐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미국 ABC 광고 홍보비로 4억400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 업체는 미국에 소재한 미국권 외신 광고 대행사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강원도청 해외홍보 담당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컬쳐커뮤니케이션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그쪽 대표가 강원도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저희는 광고법에 의해서 언론진흥재단과 국제방송교류재단을 통해서만 해외 광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광고법(정부기관 및 공공법인 등의 광고시행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정부기관(지자체 포함)은 소관 업무에 관해 홍보 매체에 광고를 하려는 경우 소요 예산, 내용, 광고물 제작 여부 등 필요한 사항을 명시해 미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요청해야 한다.
이후 문체부 장관은 정부기관 등의 의견을 '우선'해 홍보매체를 선정해야 한다. 지난해부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해당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자체가 광고 의뢰를 하는 방식은 특정 매체를 지목하는 경우와 매체를 지목하지 않고 홍보를 요청하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다만 정컬쳐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엔 강원도청 측에서 "동계올림픽 때 인연을 맺었다"고 했고, 다른 지자체에선 미국권 외신 광고를 하는데 이 업체를 이용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파악돼 도청 측에서 업체를 지목해 광고를 의뢰한 것으로 추정된다.
강원도는 미국 ABC 방송, 아리랑 TV를 통해 거액의 광고를 수 차례 집행했다. 아리랑 TV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된 강원도 홍보 영상. /유튜브 채널 '아리랑 TV' 화면 갈무리 |
강원도청은 또 CNN INTL에 'CNN 해외광고 추진' 명목으로 3000만 원을 사용하기도 했다. 또 도·시·군 해외 홍보영상 제작에도 막대한 국민 혈세를 투입했다. 지난해 아리랑TV를 통해 해외 동남아 1인 미디어 SNS 및 TV광고를 하는데 2억2100만 원, 해외 홍보영상을 공동제작하는데 1억1800만 원, 중화권 TV방송사 초청 특집 프로그램 제작에 1억900만 원, 베트남 타깃 도 추진사업 홍보영상 제작에 5400만 원 등을 사용했다.
상대적으로 금액은 적지만 강원도청이 지난해 12월 통일일보에 '해외 신문 광고 시행 의뢰'를 명분으로 400만 원을 지급한 것도 의아한 대목이다.
부산시는 전체 해외 광고 집행 101건 중 75건을 부산의료관광 홍보에 집중했다. /유튜브 채널 '부산의료관광' 화면 갈무리 |
건수가 가장 많은 부산은 '부산의료관광' 홍보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부산광역시는 조사 기간 동안 집행된 101건의 광고 중 75건, 총 7억6000만 원을 의료관광 홍보에 사용했다. 부산시는 중국·러시아 등 동북아 주요 국가 SNS와 인터넷 배너·TV·옥외 광고를 활용해 부산의료관광을 적극 홍보했다.
부산시 부산의료관광 누리집엔 다양한 언어로 부산시의 의료 관광 통합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국제관광 도시를 표방하는 부산시는 해외 마케팅을 통해 관련 내용을 집중 홍보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미디어 마케팅 활용 해외 마케팅'에 4억20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를 통해서 어떻게 마케팅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자료에서 찾아볼 수 없다.
같은 자료에서 비슷한 시기 서울시가 유튜브(인크로스)를 통해 도시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한 온라인 홍보와 2019년 서울시 영상 및 미디어 매체 활용 해외 마케팅에 5억1000만 원을 사용했다고 기재된 것과 대조적이다.
건수는 4위, 금액은 13위에 위치한 인천은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에 시정을 홍보한 지자체다. 25회에 걸쳐 웨이보, 페이스북을 통해 시정 활동을 홍보하는데 8000만 원가량을 사용했다.
김예지 의원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지자체나 정부의 광고 진행 시 컨설팅 업무에서 더 나아가 투명한 집행이 될 수 있도록 혈세 낭비를 막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라며 "강원도의 경우 담당자 미팅도 없이 고액을 지급한다든지, 서울시 경우처럼 ‘미디어 마케팅 활용 해외 마케팅’ 등 내용과 실효성이 불투명한 홍보는 지양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집행만 하는 기관으로 지켜만 보지 말고 심의기구를 통한 투명하고 실효성 있는 집행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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