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재명 지사, 美 타임지에 지자체 홍보비로 '기본소득' 광고
입력: 2020.10.14 05:00 / 수정: 2020.10.14 13:41
경기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미국판 19일자에 기본소득 관련 내용(오른쪽 위)을 광고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에선 이견이 상당한 의제다. /임영무 기자
경기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미국판 19일자에 '기본소득' 관련 내용(오른쪽 위)을 광고했다. 이재명 지사는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에선 이견이 상당한 의제다. /임영무 기자

19일자 미국판에 '미래의 기본 청사진' 관련 내용 게재...민감한 정책 홍보에 과도한 예산 투입 지적도

[더팩트ㅣ박숙현·박재우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미국의 유명 시사주간지 '타임지'에 억대로 추정되는 지자체 홍보비로 한 페이지에 걸쳐 기본소득 광고를 했다. 여권 내에서도 치열하게 논쟁 중인 '기본소득' 관련 내용을 도민들의 혈세로 미국 잡지에 게재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13일 <더팩트>가 입수한 타임지 19일자 미국판에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미래의 기본(소득) 청사진(A Basic Blueprint for the Future)'이라는 제목 아래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 참석한 모습과 기본소득 관련 내용의 광고(34p)가 실렸다. 이 광고는 경기도가 홍보비를 사용해 집행한 것으로 도청 측도 확인했다.

타임지에는 이 지사의 얼굴과 함께 경기도가 지난달 10일 개최한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와 관련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기사형 광고로 꾸며진 내용 가운데에는 지난달 기본소득 박람회와 관련해 "행사 기획자는 10만 명이 모이기를 바랐지만 50만 명이 모였다. 박람회의 놀라운 참석율은 기본소득 시간이 왔다는 것을 명확하게(Crystal clear) 보여줬다"며 이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자 관심도가 높았다고 집중 홍보했다.

온라인상에서는 경기도가 관광 홍보도 아닌, 민감한 정책 홍보를 지자체 혈세로 낭비한다는 지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19일자 타임지 한 면을 장식한 경기도 기본소득 박람회 소개 내용과 이 지사(오른쪽). /타임지 누리집·독자 제공
온라인상에서는 경기도가 관광 홍보도 아닌, 민감한 정책 홍보를 지자체 혈세로 낭비한다는 지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19일자 '타임지' 한 면을 장식한 '경기도 기본소득 박람회' 소개 내용과 이 지사(오른쪽). /타임지 누리집·독자 제공

또 이 지사 박람회 연설을 소개하며 "이 지사는 기본소득을 통해 팬데믹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인 4차 산업혁명 도전에 맞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박람회에 참석한) 11개국에서 온 26명의 학자가 기본소득이 미래의 긍정적인 모델이라고 찬성했다. 이들은 각국 정부가 기본소득의 시험단계를 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며 "박람회 5개 토론 세션에 참석한 많은 사람은 이 지사의 관점을 공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한국의 재난 기본소득을 처음 제안하고 시행한 노력하는 선구자다. 기본소득은 단지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다. 미래의 청사진"이라고 한 김재영 경기도 선임 정책비서의 발언도 담았다.

타임지에 따르면 광고 단가는 컬러 광고 기사 1페이지당 약 3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타임지 홈페이지 갈무리
타임지에 따르면 광고 단가는 컬러 광고 기사 1페이지당 약 3억 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타임지' 홈페이지 갈무리

광고 액수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타임지 홈페이지에 나온 광고 단가표에 따르면 미국판 컬러 기사 1페이지당 27만8400달러(한화 3억1904만 원)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가 관광 홍보도 아닌, '기본소득' 등 이 지사가 주도하는 주요 정책 홍보에 '수 억 원에 달하는 국민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경기도 한 관계자는 광고 게재 배경과 비용 등에 대해 "즉답을 하기는 어렵다. 공식 입장을 정리해 곧 회신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타임지에 광고를 한 게 특이하다'고 묻자 "서울시 등에서도 많이 했다"고 했다. <더팩트>가 서울시 등에 확인한 결과, 오세훈 전 시장 시절부터 서울시 관광 홍보를 위한 타임지 광고와 뉴욕타임스, CNN 등 다수 해외 매체에 홍보용 광고를 했다. 다만, 경기도의 이번 기본소득 광고와 서울시의 관광 홍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기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기본소득 박람회를 개최하면서 홍보 예산이 그쪽(타임지 광고)로 책정된 게 있었다"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블룸버그에선 관심을 갖고 취재 요청이 들어왔었다. 지역화폐와 연계한 기본소득 실험이 대규모로 이뤄진 사례가 없어 외신에서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미국판 19일자에 기본소득을 광고했다. 지난 9월 10일 열린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연설하는 이 지사. /경기도 제공
경기도가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미국판 19일자에 '기본소득'을 광고했다. 지난 9월 10일 열린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서 연설하는 이 지사. /경기도 제공

실제 WSJ는 지난 9일 홈페이지 비디오 세션 1면과 자체 유튜브 채널에 '경기 부양을 위한 대한민국의 기본소득 실험(South Korea’s Universal Basic Income Experiment to Boost the Economy )'이라는 제목으로 이 지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해당 매체는 이 지사가 전 국민 대상 기본소득제 도입을 차기 대선 구호로 삼고 있다고 소개했다.

경기도의 과한 정책 홍보 지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기도는 지난 2월 배우 조여정 씨를 앞세워 기본소득 동영상을 제작, 홍보해 여론 뭇매를 맞았다. 당시 경기도는 "도민 중 한 명이라도 기간 내에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해 마땅히 받아야 할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홍보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경기도는 오는 19~20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다.

한편 타임지는 1923년 3월 3일 미국 맨해튼에서 헨리 루스와 브리튼 핸든이 설립, 9000부를 발행하며 창간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주간지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잡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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