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TE '18'-②] 다른 나라는 어땠을까? '주권자 교육' 방점
입력: 2020.04.13 05:00 / 수정: 2020.04.13 09:36
21대 총선에서 만 18세 선거가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 홍보 및 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남용희 기자
21대 총선에서 만 18세 선거가 처음으로 적용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각종 홍보 및 교육 콘텐츠 개발에 나섰다. /남용희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만 18세 청소년 유권자들이 첫 투표를 한다. 그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국회는 지난해 15년 만에 공직선거법을 개정했다. 20살이 되는 성인식처럼 축하받아 마땅할 이들에게 정치권은 비례위성정당이라는 '꼼수 선물'을 안겼다. <더팩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치 전문가, 대한민국청소년의회 등과 함께 [VOTE '18'] △19금이 깨지기까지 △해외는 어떻게 △청소년 유권자 좌담회 '상' '하' △투표를 마치고 등을 주제로 기획 취재, 총 5회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정치교육 각자 다르지만 '사회적 합의' 중요…"학교 내 교육 필요"

[더팩트|이철영·문혜현 기자] 만 18세 선거가 시작하면서 학교내 '정치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사전투표로 생애 첫 투표를 마친 만 18세 유권자 A 양은 "선거 연령이 하향됐고, 투표할 수 있게 됐으니 관련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또, 이번 선거를 못했던 후배들도 나중에 저희처럼 투표를 하게될 것이니까요"라고 말했다.

OECD 국가 중 가장 늦게 만 18세 선거권이 주어졌지만, 관련 준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청소년 유권자들의 투표가 이뤄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정치 교육과 제도, 가이드라인이 확립된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막 논의가 시작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차원의 교육자료 배포와 홍보가 전부다. 사전 투표를 마친 '낭랑 18세' 유권자들도 첫 투표의 흥분과 함께 아쉬움도 드러냈다.

선관위는 지난 1월부터 부랴부랴 각종 교육집과 영상을 제작하고 현장 교육 전문가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고등학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전문가 학교 현장 파견, 모의 선거 등 논의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때문에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청소년 유권자들의 정치 교육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선거법 개정 후 첫 선거인 만큼 청소년 투표율에도 높은 관심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 체코,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은 일찍이 청소년의 선거권과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그에 걸맞는 교육 체계를 정비해왔다. 지난 1월 7일 정의당에 입당한 청소년 유권자들이 투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독일, 체코, 미국 등 많은 국가들은 일찍이 청소년의 선거권과 정치활동을 허용하고 그에 걸맞는 교육 체계를 정비해왔다. 지난 1월 7일 정의당에 입당한 청소년 유권자들이 투표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각국 '교육 가이드라인' 명확…정당 활동 등 폭넓게 허용

독일은 1974년부터 투표권과 피선거권 연령을 모두 만 18세로 통일했다. 14세 또는 16세 청소년들도 정당에 가입에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조치로 자연스러운 정치 참여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독일 녹색당의 경우 당원가입 연령 제한이 없다.

또, 독일은 일찍이 정치 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냈다. '보이텔스바흐 협약'은 1976년 독일 모든 정파의 정치인들과 교육자들이 모여 합의한 정치교육 원칙으로, 교육의 중립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주입식 교육'을 강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 협약은 첫째, 원하는 의견에 따라 학생을 압도하는 것을 금지한다. 둘째, 과학과 정치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교실에서도 논쟁적으로 다뤄야 한다. 셋째, 학생이 스스로 정치적 상황을 분석하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담고 있다.

특히 논쟁적인 이슈를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다루되 반드시 토론 등을 거치도록 한다. 독일은 학교 내에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청소년 의회, 'U18 청소년 모의 투표'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다양한 정치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했다.

16세부터 국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오스트리아는 교육부와 외부협력기관의 협업으로 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젠트롬 폴리스(Zentrum polis)라는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 매달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은 시민교육 부교재를 정기적으로 간행한다. 최근엔 '난민'을 주제로 한 부교재를 발행 및 배부하기도 했다.

16세부터 국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오스트리아는 교육부와 외부협력기관의 협업으로 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젠트롬 폴리스(Zentrum polis)라는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 매달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은 시민교육 부교재를 정기적으로 간행한다. /젠트롬 폴리스 누리집 갈무리
16세부터 국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오스트리아는 교육부와 외부협력기관의 협업으로 시민교육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젠트롬 폴리스(Zentrum polis)라는 전문교육기관을 설립해 매달 시의성 있는 주제를 담은 시민교육 부교재를 정기적으로 간행한다. /젠트롬 폴리스 누리집 갈무리

젠트롬 폴리스는 교육부의 정치관련 부교재 발행 보조기관으로 정치학·역사학·법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 5인으로 구성돼 있다. 매달 정기적으로 부교재를 발행하고,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땐 수시로 발행하기도 한다. 발행한 콘텐츠들은 정기적인 뉴스레터와 교육부 홈페이지를 통해 일선 교사들에게 안내된다. 자료는 언제든지 인터넷 다운로드 가능하다.

체코는 시민단체 등 민간 주도 하에 '아래로부터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체코 '시민교육센터'는 교육부와 대학교,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로 이들 기관을 중심으로 시민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또 체코 민주주의센터는 '학생의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영국에서 벤치마킹한 이 프로그램은 학교 내에서 참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하나의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각자 임무를 맡게 된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소규모 정치를 체험하고, 각자 '변화시키고 싶은 것이 있다면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 확립을 목표로 한다. 체코 프라하의 한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이 처음 시범적으로 실시된 후 전체 학교의 약 10%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스웨덴도 학생회와 청소년 단체 등을 통해 학생들이 정치 문제에 목소리를 내고, 그 내용이 실제 정치에 반영되기도 한다. 조기 정치교육을 통해 모의선거교육 등이 교과수업과 학교생활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1971년부터 만 18세 선거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선 16세 참정권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학교에서 총기 사고가 빈번해지면서 총기 규제 논의에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가 터져나오고 있다.

미국 학교와 교사는 정치적 중립을 고수하되 학생들에게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내고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주장하는 '교육적 기회'를 제공한다. 또 '미래의 시민'으로서 민주주의의 기본 권리를 배울 수 있도록 독려한다. 지난 2016년 45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 미국 어린이 잡지는 전국의 6~18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투표를 실시해 결과를 발표하는 등 다양한 정치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일본의 선거 교육은 주권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선거 참여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도쿄=AP·뉴시스
일본의 선거 교육은 '주권자 교육'에 중점을 두고 선거 참여와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0월 일본의 중의원 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도쿄=AP·뉴시스

◆ 옆 나라 일본은 어떻게…"주권자 교육 가이드라인부터"

일본은 지난 2015년 6월 20세 이상에서 18세 이상으로 선거 연령을 낮추고 이듬해 6월 선거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일본의 선거교육은 대부분 선거참여와 투표방식에 관한 것으로, 특정 정당·정치가에 대한 설명은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정확한 매뉴얼을 만들어 모의 선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일본 정부는 국가교육과정 개정에 '주권자 교육'(주권자로서 필요한 자질과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 관련 내용을 넣는 등 학교 내 정치교육에 적극 나섰다. 대표적으로 총무성과 문부과학성이 주도해 '우리들이 개척하는 일본의 미래'라는 제목의 정치 교육 교재를 만들고, 이를 학교 현장에 배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교재는 정치와 선거의 의미와 실질적인 절차 등을 알려주는 '해설'편과 토론 수업 및 모의선거 등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실천'편으로 구성했다.

다만 일본은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학교 내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고등학교에서의 정치적 교양교육과 고등학생에 대한 정치적 활동에 대해'라는 지침 중 '고등학생의 정치활동' 부분에선 고등학생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을 금지 및 제한할 것을 학교에 강하게 권고하고 있다. 수업과 수업 이외의 교육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방과후와 휴일 중 학교에서의 선거운동과 정치활동은 학교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에 제한 및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열리는 유권자 학생들의 정치활동에 대해서도 '그 활동이 학생의 학업 및 생활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혹은 '학생 간의 정치적 대립이 생기는 등 학교 교육에 지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엔 학교가 합리적 범위 안에서 고교 3학년 유권자 학생의 정치활동을 규제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의 이같은 제한적 정치 교육에 대해서는 일본 학계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선거 연령 하향 후 첫 선거에서 18세 연령의 투표율이 일반 청년층보다 월등히 높았지만 이듬해는 전년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학자들은 이를 두고 '규제와 금지 방식의 교육'을 지적하기도 했다.

조규복 박사(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언론 기고문에서 '중립성의 함정'을 경고하고 있다. 그는 "방과후와 휴일 및 방학 중에 학교 운동장과 시설 등을 활용한 투표와 선거운동 등 정치활동을 금지 및 제한하라는 권고는 과도하거나 편향되어 보인다"며 "우리나라 역시 일본처럼 정치 중립성에 과도하게 고착되어 18세 유권자의 정치활동과 선거활동에 대한 권리가 필요 이상으로 축소되거나 관련 수업에서 가상의 정당과 대표가 피상적으로 다루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앙선거관린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선거교육 콘텐츠 개발에 착수해 온라인 홍보와 영상 위주로 청소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돕고 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중앙선거관린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선거교육 콘텐츠 개발에 착수해 온라인 홍보와 영상 위주로 청소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를 돕고 있다. /중앙선관위 누리집 갈무리

◆ 중앙 선관위 '선거 홍보'에 몰두…"앞으로가 중요"

우리 선관위도 이번 총선 청소년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를 위해 만반의 준비에 나서고 있다. 선관위는 선거법이 개정되고 난 뒤인 지난 1월부터 관련 콘텐츠 생산에 나섰다. 지난 2월 10일부터는 투표 방법 및 선거 이해를 돕는 자료가 각 학교에 배부됐다.

다만 선관위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현장 교육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선관위 시민교육과 관계자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당초 만 18세 유권자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해서 2월에 학교 현장에 가서 직접 학생들을 만날 '선거교육 전문가'를 200명 넘게 양성했었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온라인으로 (홍보)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40분 풀 강의 영상, 각 사례형을 담은 4편 짜리 동영상을 모든 고등학교에 책자 및 온라인 콘텐츠로 배부했다"며 "더 나아가 온라인 영상 접근성 강화를 위해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EBSi(EBS 인터넷 강의 홈페이지) 등에서 사이트 배너 광고도 많이 하고 있다.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서도 영상 광고를 넣다 보니 조회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 이후 시민교육과 관련해 해당 관계자는 "앞으로 선거가 끝나고 나서는 저희가 콘텐츠를 보완해서 고등학교 3학년 뿐 아니라 1·2학년까지 선거 교육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 측은 '학교 내 정치활동 금지가 자칫 자유로운 정치참여를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물음에 "꼭 그런 건 아니"라며 "학교 내에서 선거운동이 전혀 금지된 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실제 학생 간에 선거에 관한 단순한 의견개진 또는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다수 학생이 아닌 개별적으로 하는 대화와 통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선거운동은 가능하다. 또 만 18세 유권자들은 모두 선거사무관계자, 선거대책기구의 구성원,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다. 정당의 당원이 될 수 있고 당직에도 취임할 수 있으며 공개장소에서의 연설·대담도 가능하다.

다만 학교 내에 특정 정당·후보자의 명칭·성명이 게재된 현수막·포스터 등을 게시하는 행위, 학교 내 2이상의 교실을 선거운동 목적으로 방문하는 행위, 동아리와 같은 학생 단체가 특정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는 행위 등 단체 행동은 금지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총선까지 준비 시간이 짧았고, 코로나 19 사태로 개학 연기 등 상황이 벌어진 점과 관련해 "현장 교육을 하면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보완하려고 했는데, 그게 어렵다"면서 "나중에 선거가 끝나고 나면 관련 피드백을 분석해서 다음에 콘텐츠 개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 만 18세 유권자들의 투표가 본격 도입되면서 정치교육, 정치활동의 범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있었던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의 만18세 이하 선거 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임세준 기자
이번 총선에서 만 18세 유권자들의 투표가 본격 도입되면서 정치교육, 정치활동의 범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8년 있었던 촛불청소년인권제정연대의 만18세 이하 선거 연령 하향 4월 국회 통과 촉구 기자회견. /임세준 기자

◆ '선거 연령 하향' 바람직하지만 '우려'도…"주변 환경 조성 필요"

21대 총선을 계기로 청소년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와 정치활동, 교육에 관한 화두가 사회적인 논의 선상에 본격적으로 오를 전망이다. 선거법 개정 전부터 찬반 논란이 많았던 만큼 사회적인 합의 도출을 위해 더욱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통화에서 "만 18세들은 정치 참여를 역동적으로 할 주변 상황이 그렇게 돼있지 않다"면서도 "이번에 만 18세 투표율을 관심 깊게 볼 필요는 있다. 투표율이 낮다고 해서 비관하거나,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선거권을 박탈하자는 주장은 안 된다"고 조언했다.

양 교수는 먼저 청소년 유권자들의 정치 참여 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학교의 학제는 다른 외국과 비교해서 너무 특이하다. 입시 중심의 학교 제도가 되다 보니 만 18세들이 정치 의식을 갖기 어렵다"며 "젊은 학생들한테 참정권을 준다는 거지만, 실질적으로 얼마나 의미 있는 효과가 있을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양 교수는 "(선거 연령 하향에 대한) 근본 원칙에 대해선 찬성하나, 학제가 바뀌지 않는 한 하나마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학생들이 학원을 하루 가지 않고 투표하러 가겠나"라며 "중요한 건 유권자로서의 만 18세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돼 있느냐다. 내가 보기엔 정신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만 18세들은 사회적 상황과 학교 상황이 잘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 교육을 너무 시켜도 안 된다. 순수한 마음으로 평소에 각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정부에 대한 판단을 한 다음 투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투표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너 가서 투표해'라고 말하는 건 권위주의적·비민주주의적 행태"라며 "참정권을 갖고 있다는 건 참여의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졌다는 차원이지, 유권자는 반드시 투표해야한다는 건 아니다. 내가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냉소주의에 빠지면 안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해외 사례를 들며 청소년의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추세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젊은 층은 정치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자신의 흥미와 취미,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관심이 많은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는 '학원 가야 하는데', '학교 가야 하는데' 생각이 먼저 들 거다. 젊은 친구들은 그게 당연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어 "미국에서 젊은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젊은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펴는 사람을 뽑자'는 운동도 한다. 각 의원에게 '젊은이들을 위한 정책을 실시해달라'는 편지를 쓰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균보다 훨씬 낫다"고 설명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35곳이며, 정당투표 용지 길이는 48.1cm로 역대 가장 길다. /김세정 기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선거 참여 정당은 35곳이며, 정당투표 용지 길이는 48.1cm로 역대 가장 길다. /김세정 기자

양 교수는 청소년 유권자들의 투표율 자체 보다는 '기회의 평등'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게 현실이고, 자연스럽다. 태평한 나라일수록 젊은이들이 정치에 잘 참여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라의 큰 문제가 있을 때 정치 참여율이 높다"며 "기회의 평등을 부여하는 과정이 잘 진행됐는가, 정상적으로 됐는지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11일 사전투표를 한 신가현 (대한민국청소년의회 제12대 청소년의원) 학생은 "투표를 직접 해보니 관련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라며 "비례정당투표의 경우 준연동형비례대표제도라는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잘 모르겠다. 비례까지는 이해가 됐는데 준연동형비례대표까지 생각하니까 되게 어려웠다. 지역구는 쉬웠는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제도와 관련한 학교 내 교육이 필요할 것 같았다. 비례대표가 왜 필요한지도 말이다. 저 역시 투표를 앞두고 학교에서 제공해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성가족부의 선거 관련 영상을 봤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등장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와 관련해 제대로 다루는 영상이 없었다. 이해를 못하고 투표를 하니까 마음이 무거웠고, 솔직히 좀 무서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앞으로 계속해서 비슷한 입장에서 투표할 친구들이 나올 텐데 우리의 한 표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서도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고 주문했다.

OECD 국가 36개국 중 35개국(한국 포함)이 만 18세 투표를 허용하고 있을 정도로 선거 연령 하향 논의는 세계적 추세다. 다만 각 사회의 문화와 교육 제도에 차이가 있는 만큼 청소년 유권자의 자유로운 판단과 정치활동을 유도하는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극심한 이념갈등으로 교육 주체인 교사 집단마저 교직원 연합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양분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 마련에 앞서 정치 교육 전반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요구될 전망이다.

moo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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