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유치원3법<하>] "참 중요한데…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영상)
입력: 2018.12.11 05:00 / 수정: 2018.12.11 10:20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은 유치원 3법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7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문혜현 기자
"이대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은 '유치원 3법'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7일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 하는 모습. /문혜현 기자

☞<상>편에 이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외국 속담입니다. 유아교육의 중요성이 절대 가볍지 않다는 뜻이죠. 2018년 일부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는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유치원은 아이들이 '가장 처음 접하는 학교'로, 투명성 확보와 교육질 개선 문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뜨겁습니다. 정치권도 팔을 걷어붙였지만, 법안을 내놓기에 급급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여야는 각자의 입맛에 따른 주장을 펼치며 합의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 가장 가까이서 아이들을 만날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더팩트>는 유아교육학과 학생들 즉, '예비 유치원 교사'의 생각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동작=문혜현·임현경 기자] "아직 현장에 나가지 않은 우리가 이상만 늘어놓는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또 멀리서 바라볼 때만 보이는 것들이 있잖아요."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은 "유아기가 정말 중요한 시기"라며 유아 교육·보육 분야에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논란이 되는 '유치원 3법'은 예비 선생님인 학생들에게도 주요 관심사다. 학생들은 '유치원 3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거나, 너무 급작스럽게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TF이슈-유치원3법<상>] "난리가 났어요" 예비 선생님들의 솔직 토크 (영상)) <더팩트>는 지난 7일 '예비 교육자'이자 '전공자'인 유아교육학과 학생 ▲어린이집에 취업해 오는 2월 졸업을 기다리고 있는 A(22) ▲ 현재 4학년으로 재학하면서 취업 준비 중인 B(23) ▲국공립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 올해 임용고시에 응시한 C(22)와 제도·인식·현황 등 사립유치원 논란을 둘러싼 여러 쟁점에 대해 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학생들은 유아교육 관련 제도를 '쉽게' 알려주는 콘텐츠, 부모의 양육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 신설 등 번뜩이는 기획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아이디어를 내놓는 그들의 두 눈이 쉴 새 없이 반짝거렸다.

# 유아교육 중요하다는데, 언제까지 말로만?

-Q. 유아교육의 중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시설이나 지원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 학부모가 "대한민국에는 아이들을 위한 게 하나도 없다"고 성토하더군요.

-C 당장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가야 하는데 아이 맡길 곳은 없는 게 현실이죠. 국공립유치원은 입학 대기 명단이 엄청 많이 걸려있어요.

-A 추첨을 새벽에 하는데도 난리가 나요. 국공립이 아니더라도 좋기로 소문난 사립유치원이면 다 대기가 걸려요.

-B 예전에 육아는 가정, 엄마의 몫이었지만, 지금은 맞벌이를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유아교육은 아직 초·중·고 교육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국가가 사회 변화에 맞춰 준비하지 못한 거라 생각해요.

-C '유아기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미래다' 말만 하지 말고,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관련 법도 많이 만들기를 바라고. 예산 투자도 필요하고요. 국가가 관심을 갖지 않는 만큼 학부모와 교사들은 힘들어져요.

-A 투표할 때도 공보물을 살펴보면, 유아교육 관련 정책은 정말 찾기 어려워요. 있어봤자 실천 불가능한, 전혀 실질적이지 못한 공약 한두 개? 딱 학부모들 마음 얻기 위해 던져놓은 것들이죠.

-B 제도적인 부분을 뺄 수가 없죠. 학교에서도 교수님들이 계속 말씀하세요.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좋은 교육을 해야겠다는 가치관은 현장에 있는 누구나 갖고 있을 거예요. 다만,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하는 문제도 많다고 생각해요.

-A 이렇게 열악해도 지금까지 다 돌아갔으니까, 현실에 안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교사도 학부모도 아이를 사이에 둔 '을'이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게 일하면 어떻게든 굴러는 가잖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이대론 안 되겠다'는 걸 깨닫길 바라요.

유교과 학생들은 유아교육을 좋은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모 사립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한줄 서기를 하는 모습. /문혜현 기자
유교과 학생들은 유아교육을 "'좋은 사람'으로 자라도록 돕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모 사립유치원에서 아이들이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한줄 서기를 하는 모습. /문혜현 기자

# 교육, 입시가 전부는 아냐…'좋은 사람' 되는 과정

-Q. 우리 사회에서 '교육'하면 입시를 떠올리기 쉽죠. 정시 비중을 늘려야 하느냐, 학생부 전형의 형평성은 어떤가 등 입시 제도는 국회 내에서도 자주 화두에 오르는 주제에요.

-B 교육감들이 내놓는 정책만 봐도 너무나 입시 위주인걸요(웃음).

-A 맞아요. 입시 중심이고, 유아교육은 등한시 해왔어요. 아까 말했듯 유치원은 초·중·고와 달리 학교 취급을 받지 못하기도 했고. 전공자가 아닐 땐 몰랐던 사실들이에요.

-C 사실 유아기 때 교육이 수능보다 중요한 건데.

-ABC 일동 진짜 정말 중요하거든요!

-B 솔직히 우리 세대도 수능이 다인 것처럼 살았어요.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해도 돼요. 학원에 다니고, 좋은 대학을 가고. 그런데 그게 전부는 아니거든요. 최근 숙명여고 문제 유출 사건만 봐도, 우리 교육이 경쟁에만 치우치느라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가 보이잖아요. 좋은 대학에 가면 뭐합니까, 좋은 사람이 돼야죠.

-A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도 있잖아요(웃음). 세 살 버릇을 좌우하는 건 그 시기에 받는 교육이에요.

-C 유아 때에 그게 다 형성이 돼요. 정말. 문득 "너희가 좋은 교사 1명이 된다면, 범죄자 10명을 줄일 수 있다"던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A 칭찬 한마디가 인격을 좌우하기도 해요. 최소한 사회에서 '나쁜 사람'으로 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서도 유아교육은 너무나 중요해요.

-B 유아교육'만'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유아교육'도' 중요하다는 거예요. 전공자라서가 아니라, 정말 배우면 배울수록 중요함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학생들은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 무릎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 /뉴시스
학생들은 "부모를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서울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유아교육, 보육 정상화를 위한 모두의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 무릎에 앉아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교육…"부모도 처음이니까"

-Q. '입시가 아닌 교육'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나 무관심한 건 학부모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당장 육아에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기도 할 거고.

-A 그걸 알리는 일도 중요하죠. 어린 나이에 첫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전문용어만 늘어놓는 재미없는 설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 '알기 쉬운' 방법이 필요해요.

-B 정말 교육 방법을 몰라서 이뤄지는 학대도 있어요. '정서적 방임' 같은 것들이요. 무심코 뱉은 말 한마디 같은 것들이 아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끼쳐요. 정책을 떼놓고 얘기할 수가 없어요. 정책 차원에서 부모로서 준비할 수 있게끔 하는 방침과 교육이 마련돼야 해요.

-A '말 안 들으면 여기 버리고 간다',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 같은 말들이 있잖아요. 이런 말을 들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거든요. 부모가 그런 걸 알아야죠. 그걸 알게 하는 것 역시 교육의 일환이에요. 그런데 현재 교육은 부모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C 모든 부모는 양육이 처음일 때가 있을 거고, 처음이니까 도움이 분명 필요해요.

-Q.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부모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군요. 부모교육으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B 관계 부처 산하에 유아교육 전공자와 현장 경험자들이 모인 연구소, 싱크탱크 같은 기관이 만들어진다면 어떨까요? 육아 가이드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부모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거죠. 육아 컨설턴트가 직접 부모들을 만나 상황을 진단하고 조언을 해줘도 좋을 것 같아요.

-A 문화 콘텐츠 제작도 중요해요. 어렵지 않게 대중적으로 '팁'을 전수하는 거예요. 최근에 관련 웹툰이 몇 개 나왔는데, 전공자가 보기에도 꽤 유익해요. 드라마, 예능 등을 잘 활용해도 괜찮을 거고요. 그런 지원 사업이 필요해요.

-C 사실 정부가 만든 성교육 동영상 같은 걸 보면 정말 내용이 엉망이거든요(웃음). 또 그런 식의 교육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해요. 지원은 하되 제작은 각 분야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좋겠어요.

한 학생은 유아교육 지원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국가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라고 서명했다.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유교과 학생들 모습. 이들의 요청에 따라 예쁜 가면(?)을 씌웠다. /문혜현 기자
한 학생은 "유아교육 지원은 자선사업이 아니라 국가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주는 투자"라고 서명했다. 이날 취재진과 인터뷰 중인 유교과 학생들 모습. 이들의 요청에 따라 예쁜 가면(?)을 씌웠다. /문혜현 기자

# 퍼주기? NO! 유아교육은 미래 이익 위한 투자

-Q. 또, 바라는 게 있다면요? 필요한 제도나 법안, 국회와 정부의 태도 등 뭐든지요.

-C 교사 처우 개선이 시급해요. 너무 힘들게 만들어놓고 '잘하라'고만 하니까.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처우가 너무 나쁘고,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아이들 외의 것에 시간과 힘을 쏟게 만들어요. 그게 개선돼서 교사가 아이들에게만 집중한다면 질도 높아지지 않을까요.

-A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외국 속담이 있어요. 교수님께서 1학년 때 해주던 말씀인데 졸업을 앞둔 요즘 와닿아요. 자기 이익, 자기 표만 생각하다 보면 미래에는 결국, 본인들이 피해를 받을 거예요. 아이들이 자라서 그들을 부양할 텐데요. 온 마을이 되어 아이를 키워주시기를 바랍니다.

-B 유아 교육 현장을 경험한 전문가들과 함께 급하지 않게, 현실성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당정이 다급히 일을 진행했다가 그르친 사례를 너무 많이 봤잖아요.

-A 좋은 유아교육은 사회 범죄에 대한 예방책이 될뿐더러, 기업 이익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유아 교육의 부담을 덜어낸 부모들은 직장에서 효율성이 높다는 내용이었어요. 유아교육을 지원하는 건 자선사업이 아니에요. 국가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가져오는 일인 거죠. 그걸 봐서라도 제발(웃음).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C 저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한 것 같아요(웃음). 이렇게 전공자로서 제 생각을 말할 곳이 필요했어요.

-B 유아교육의 중요성을 많이들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A '유치원 3법' 논란을 계기로 유치원, 그리고 유아교육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고 쭉 이어지길 바라요.

moone@tf.co.kr

imaro@tf.co.kr

[관련기사] ▶[TF이슈-유치원3법<상>] "난리가 났어요" 예비 선생님들의 솔직 토크 (영상)

▶ 더팩트 [페이스북 친구맺기] [유튜브 구독하기]
인기기사
오늘의 TF컷
SPONSORED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