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돈 봉투 좌천' 이영렬 전 지검장 2차 동석 인물은 '우병우 라인'
입력: 2017.05.21 09:02 / 수정: 2017.05.21 09:32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지난 19일 오후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노승권(왼쪽) 제1차장검사 등과 자리를 같이 하며 폭음했다. 사진은 노승권 차장검사가 만취한 이 전 지검장을 부축하는 모습. /분당=이새롬·남윤호 기자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지난 19일 오후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노승권(왼쪽) 제1차장검사 등과 자리를 같이 하며 폭음했다. 사진은 노승권 차장검사가 만취한 이 전 지검장을 부축하는 모습. /분당=이새롬·남윤호 기자

[더팩트 | 이새롬·남윤호 기자]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2차 술자리' 동석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확인됐다. 노승권 1차장 검사는 검찰 개혁의 뇌관이 된 '돈 봉투 만찬' 사건 참석자이며 검찰 내 대표적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인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지난 19일 지인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괴로워 심경을 드러내는 장면이 <더팩트>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후회? 울분?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 '돈 봉투 좌천 후 '한밤 폭음' 제목으로 단독 보도됐다. 검찰 조직 수뇌부의 줄사퇴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직 붕괴'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이 전 지검장의 '한밤 술자리' 소식은 새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자숙을 해야할 시기에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비난을 샀다.

특히 이날 2차 술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과 동석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의 참석자로 알려져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의 감찰을 받고 있는 노승권 제1차장검사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돼 모임 성격과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승권 1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순실씨 등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의 멤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더팩트에 보도된 사진 가운데 2차 호프집에서 나오며 이영렬 전 지검장을 오른쪽에 부축하고 있는 인물은 노승권 차장검사라고 확인했다. 그는 "노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수사를 맡는 등 주요 사건을 담당했으며 이영렬 전 지검장과 함께 특수본에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검찰 내 우병우 라인으로 꼽히는 노승권 1차장은 19일 분당에서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과 술자리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노승권 차장검사./YTN 캡처
검찰 내 '우병우 라인'으로 꼽히는 노승권 1차장은 19일 분당에서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과 술자리를 가졌다. 사진은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위 여부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노승권 차장검사./YTN 캡처

노승권 차장은 지난달 수사를 마무리하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부실수사 논란의 대상이 됐으며 검찰 내 '우병우 X맨'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우병우 오른팔' 노승권, 우병우 엑스맨으로 최선 다했다는 얘기죠?"라며 비판했다. 노승권 1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며 우 전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그 밑에서 중수1과장으로 함께 일했다.

또 지난해 11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우병우 사단' 12명 명단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달 우병우 전 수석 수사를 마무리하며 우 전 수석에게 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가족기업인 '정강'과 관련된 개인 비리 의혹은 없다고 밝혔다.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19일 오후 분당의 한 술집에서 2차를 마신 후 만취해 노승권(왼쪽) 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나오는 모습.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19일 오후 분당의 한 술집에서 2차를 마신 후 만취해 노승권(왼쪽) 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나오는 모습.

이 전 지검장과 노 차장검사 등의 이날 술자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기의 부적절함과 '돈 봉투 만찬' 모임 및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봐주기 논란을 증폭시키고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한 한식집에서 당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돈 봉투를 주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회동에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팀의 노승권 제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 등 6명과 안 전 국장의 지휘를 받는 과장(부장검사급) 2명도 참석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검찰국장은 수사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국정농단' 수사의 조사자와 피조사자 관계였다. 이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으로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추가·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뒤로하고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앞서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특별감찰관에 의해 검찰에 수사 의뢰된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검찰로 넘겨졌지만, 검찰은 후속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노 제1차장검사는 수사 결과 발표 안 전 검찰국장과 우 전 수석의 통화와 관련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통화를 한 게 무슨 죄가 되나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검찰국장과 우 전 수석의 통화 맥락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수사는 4월17일 결과 발표로 종료됐다.

국정농단 수사 종료 나흘 뒤 이 전 지검장과 노 차장 등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 7명과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등이 돈 봉투 만찬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 원씩 든 격려금을, 안 전 국장은 이 전 지검장을 제외한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씩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성격과 출처는 물론 회동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회 휴대폰으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지검장이 건넨 돈은 직제상 상급기관 관계자들에게 건넨 것이어서 김영란법 위반 시비가 일었다.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 용도 논란도 재점화됐다.

노승권(오른쪽)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가 19일 밤 만취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축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노승권(오른쪽)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 검사가 19일 밤 만취한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을 부축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더팩트> 취재 결과, 이 전 지검장은 지난 19일 밤 경기도 성남시 분당 카페와 호프집에서 1,2차를 거치며 약 3시간 동안 술을 마신 뒤 만취하자 동석한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정 무렵 귀가했다.

이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전 지검장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사실상 '좌천' 당한 날이었다. 자신의 자리(서울중앙지검장)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활약한 윤석열 검사가 임명되는 날이기도 했다. 이 전 지검장은 이날 연가를 낸 상태였다. 지난 1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감찰 대상으로 사표가 수리되지 않아서다.

이날 이 전 지검장은 밤 9시쯤 노란색 상의와 모자를 눌러쓴 편안한 차림으로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1차 장소인 술집으로 이동했다.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인 분당 서현동 카페에 도착한 이 전 지검장 일행은 약 2시간 가량 술자리를 이어갔다. 동석한 지인들은 모두 4명이었으며 이 전 지검장을 모시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 전 지검장은 이미 1차에서 취해 주변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였다. 1차를 마친 이 전 지검장은 일행들을 모두 돌려보낸 뒤 2차 자리로 이동했다. 2차 자리에는 노승권 1차장과 다른 한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40여분 가량 2차 자리를 가진 이 전 지검장은 자정 무렵 홀로 귀가했으며 차량 이동 시 운전은 하지 않았다.

20일 <더팩트>의 단독 보도가 나간 후 비난여론이 쏟아졌다. 더팩트 페이스북 기사에 댓글을 단 임모 씨는 "인과응보. 니 발등 니가 찍는거다"라고 했고, 이모 씨는 "자업자득", 송모 씨는 "아직 정신 못차렸군", 강모 씨는 "일장춘몽" 등의 댓글을 남겼다.

한편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이후 모두 22명으로 대규모 합동 감찰반을 꾸려 당시 만찬의 성격과 주고받은 격려금의 출처와 처리 과정, 청탁금지법 위반, 특수활동비 적정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saeromli@tf.co.kr / ilty0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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