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이새롬·남윤호 기자]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2차 술자리' 동석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로 확인됐다. 노승권 1차장 검사는 검찰 개혁의 뇌관이 된 '돈 봉투 만찬' 사건 참석자이며 검찰 내 대표적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영렬 전 지검장은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인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지난 19일 지인들과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괴로워 심경을 드러내는 장면이 <더팩트> 취재진에 의해 포착됐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후회? 울분? 이영렬 전 서울지검장, '돈 봉투 좌천 후 '한밤 폭음' 제목으로 단독 보도됐다. 검찰 조직 수뇌부의 줄사퇴로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조직 붕괴'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한 이 전 지검장의 '한밤 술자리' 소식은 새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자숙을 해야할 시기에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비난을 샀다.
특히 이날 2차 술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과 동석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의 참석자로 알려져 법무부와 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의 감찰을 받고 있는 노승권 제1차장검사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돼 모임 성격과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승권 1차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순실씨 등을 수사하고 기소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장)의 멤버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20일 더팩트에 보도된 사진 가운데 2차 호프집에서 나오며 이영렬 전 지검장을 오른쪽에 부축하고 있는 인물은 노승권 차장검사라고 확인했다. 그는 "노 차장은 서울중앙지검에서 지난해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수사를 맡는 등 주요 사건을 담당했으며 이영렬 전 지검장과 함께 특수본에서 활동했다"고 말했다.

노승권 차장은 지난달 수사를 마무리하며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불구속 기소로 부실수사 논란의 대상이 됐으며 검찰 내 '우병우 X맨'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당시 주진우 시사인 기자는 "'우병우 오른팔' 노승권, 우병우 엑스맨으로 최선 다했다는 얘기죠?"라며 비판했다. 노승권 1차장은 우 전 수석과 서울대 법대 동기이며 우 전 수석이 대검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할 때 그 밑에서 중수1과장으로 함께 일했다.
또 지난해 11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공개한 '우병우 사단' 12명 명단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달 우병우 전 수석 수사를 마무리하며 우 전 수석에게 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가족기업인 '정강'과 관련된 개인 비리 의혹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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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좌천된 19일 오후 분당의 한 술집에서 2차를 마신 후 만취해 노승권(왼쪽) 중앙지검 1차장 검사와 나오는 모습. 이 전 지검장과 노 차장검사 등의 이날 술자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검찰의 명예와 신뢰가 땅에 떨어진 시기의 부적절함과 '돈 봉투 만찬' 모임 및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 봐주기 논란을 증폭시키고 불필요한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전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동 한 한식집에서 당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돈 봉투를 주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회동에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팀의 노승권 제1차장검사와 부장검사 5명 등 6명과 안 전 국장의 지휘를 받는 과장(부장검사급) 2명도 참석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검찰국장은 수사 종료 직전까지만 해도'국정농단' 수사의 조사자와 피조사자 관계였다. 이 전 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 특별수사본부장으로서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기각에도 추가·보완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뒤로하고 불구속 기소를 결정했다. 앞서 안 국장은 우 전 수석이 특별감찰관에 의해 검찰에 수사 의뢰된 지난해 8월 이후 1000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 검찰로 넘겨졌지만, 검찰은 후속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했다. 노 제1차장검사는 수사 결과 발표 안 전 검찰국장과 우 전 수석의 통화와 관련 당시 기자들의 질문에 "통화를 한 게 무슨 죄가 되나요?"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검찰은 안 전 검찰국장과 우 전 수석의 통화 맥락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수사는 4월17일 결과 발표로 종료됐다. 국정농단 수사 종료 나흘 뒤 이 전 지검장과 노 차장 등 특별수사본부 소속 간부 7명과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등이 돈 봉투 만찬을 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 원씩 든 격려금을, 안 전 국장은 이 전 지검장을 제외한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씩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성격과 출처는 물론 회동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회 휴대폰으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지검장이 건넨 돈은 직제상 상급기관 관계자들에게 건넨 것이어서 김영란법 위반 시비가 일었다.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 용도 논란도 재점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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