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전 서울지검장'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인사발령을 받은 19일 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폭음을 한 뒤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귀가하고 있다./분당=이새롬·남윤호 기자 |
[더팩트 | 분당=이새롬·남윤호 기자] 뒤늦은 '후회'인가, 말 못하는 '울분'인가.
‘돈 봉투 만찬'사건으로 좌천된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 차장 검사로 인사발령을 받은 19일 밤 지인들과 함께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폭음을 하며 괴로운 심경을 드러내는 모습이 <더팩트> 취재진에 포착됐다. 이 전 지검장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카페와 호프집에서 1,2차를 거치며 약 3시간 동안 술을 마신 뒤 만취하자 동석한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자정 무렵 귀가했다. 그러나 이날 이 전 지검장의 한밤 술자리는 검찰조직을 극도의 혼란 속으로 몰아넣은 장본인으로서 자숙해야할 시기에 벌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차를 마친 후 지인들의 부축을 받으며 나오는 이 전 지검장. |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에 방아쇠를 당긴 이영렬 전 지검장은 이날 오전 '돈 봉투 만찬' 사건의 상대인 안태근(51·20기)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대표적 감찰 대상으로 전락하며 각각 지방 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됐다. 이 전 지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 안 전 국장은 대구고검 차장검사로 보직 변경됐다. 서울중앙지검장 후임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의 수사팀장으로 활약했던 윤석열 검사가 임명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법무부에 감찰 지시를 한 지 하루 만에 사의를 표명한 이 전 지검장은 사표수리가 되지 않자 이날 연가를 낸 상태였으며 오후 6시50분쯤 분당 이매동 아파트 자택으로 귀가했다. 그러나 약 2시간 뒤 이 전 지검장은 노란색 상의와 모자를 눌러쓴 편안한 차림으로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1차 장소인 술집으로 이동했다.
취기가 올랐는지 지인들에게 부축을 받으며 차량으로 이동하는 이 전 지검장. |
1차가 끝난 후 차량을 타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일행들. |
지인들과 자리를 가진 뒤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인사를 하는 이 전지검장. |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좌천된 이 전 중앙지검장이 19일 밤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 한 분당의 한 카페. |
1차를 마친 이 전 지검장은 일행들의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가는 듯했으나 자택 앞 호프집에서 기다리던 검찰 관계자들과 2차를 가졌다. |
차량으로 20여분 거리인 분당 서현동 카페에 도착한 이 전 지검장 일행은 약 2시간 가량 술자리를 이어갔다. 동석한 지인들은 모두 4명이었으며 이 전 지검장을 모시는 분위기를 보였다. 이 전 지검장은 이미 1차에서 취해 주변의 부축을 받을 정도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상태였다. 1차를 마친 뒤 동석한 일행들은 이 전 지검장을 배웅한 뒤 자리를 떴다. 하지만 이 전 지검장은 준비된 에쿠스를 타고 자택 앞에 도착한 뒤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2차 장소인 호프집으로 향했다. 에쿠스 차량은 돌려보냈다. 호프집에는 검찰관계자로 보이는 일행 2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40여분 가량 2차 자리를 가진 이 전 지검장은 자정 무렵 홀로 귀가했다.
오후 9시쯤 자택을 나와 지인들과 이동하고 있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분당의 한 카페에서 지인들과 자리를 가진 뒤 가게를 떠나고 있다. |
'살아 있는 권력'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빅2' 이영렬 전 지검장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급전직하, 굴욕적인 수모를 당하며 검찰 조직에 태풍을 몰고 온 사실에 괴로워하는 듯했다. 술이 취한 뒤 동석한 지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처를 해보였지만 흔들리는 몸은 착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약 한 달 전 가진 한 번의 자리가 검찰에 태풍을 몰고 온 사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이 전 지검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특별수사본부에서 중임을 맡았던 차장검사 1명과 부장검사 5명 등 6명과 함께 안 전 국장 및 그의 지휘를 받는 과장(부장검사급) 2명과 서울 서초동 한 한식집에서 만나 돈 봉투를 주고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다.
'살아 있는 권력' 대통령을 구속시킨 검찰의 '빅2' 이영렬 전 지검장은 불과 한 달여 만에 굴욕적인 수모를 당한 사실에 괴로워하는 듯했다. |
지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처를 해보였지만 흔들리는 몸은 착잡한 심경을 대변했다. |
2차 장소에 들어간 지 40여분 만에 자리를 뜨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지인들. |
이 전 지검장은 검찰국 과장들에게 100만원씩 든 격려금을, 안 전 국장은 이 전 지검장을 제외한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에게 70만~100만원씩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 성격과 출처는 물론 회동의 부적절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안 전 국장은 지난해 7~10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1000여회 휴대폰으로 연락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를 받았다. 이 전 지검장이 건넨 돈은 직제상 상급기관 관계자들에게 건넨 것이어서 김영란법 위반 시비가 일었다. 돈의 출처인 특수활동비 용도 논란도 재점화됐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문재인 대통령의 감찰 지시 이후 모두 22명으로 대규모 합동 감찰반을 꾸려 당시 만찬의 성격과 주고받은 격려금의 출처와 처리 과정, 청탁금지법 위반, 특수활동비 적정 사용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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