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2] '독립생계' 안설희, 美 유명 블루밍데일즈百 회원메일 수신
입력: 2017.04.21 06:19 / 수정: 2017.04.21 23:18

안설희 씨가 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탠포드 대학 내 스탠포드 쇼핑센터에 위치한 블루밍데일즈 백화점./미국 팔로알토=남윤호 기자
안설희 씨가 주로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탠포드 대학 내 스탠포드 쇼핑센터에 위치한 블루밍데일즈 백화점./미국 팔로알토=남윤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딸 설희 씨가 19대 대선에서 국민적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설희 씨의 '호화 유학생활설'과 재산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다. 안 후보 측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에 대해 지난 11일 설희 씨의 재산내역을 공개하며 의혹을 일축했다. 하지만 해명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설희 씨의 재산내역을 증명할 '증거 자료'를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설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스탠퍼드대학교 등 현지를 취재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최재필·남윤호 기자] 19대 대선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면서 양 측간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현재 두 후보의 최대 쟁점 가운데 하나는 자녀 문제다. 문 후보는 아들 준용 씨의 공기업 취업 특혜 의혹에 휩싸였고, 안 후보는 딸 설희 씨의 재산 문제가 불거졌다.

이 가운데 안 후보의 딸 설희 씨에게 제기된 재산 논란의 핵심은 '재산 고지 거부'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안 후보의 딸이 박사과정에 있던 2013년에는 공개했던 재산을 2014년부터 독립생계 유지를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당은 설희 씨가 독립생계자이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하지 않겠다며 공직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를 하는 경우 고지거부가 가능하다는 합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캠프 제공
국민의당은 "설희 씨가 독립생계자이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하지 않겠다"며 "공직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를 하는 경우 고지거부가 가능하다는 합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안철수 캠프 제공

이에 국민의당은 "설희 씨가 독립생계자이기 때문에 재산을 공개하지 않겠다"며 "공직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를 하는 경우 고지거부가 가능하다는 합법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독립생계는 취업·사업 또는 재산을 통해 최소 1년 이상의 정기적 소득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공직재산등록법상 독립생계의 경우 고지거부가 가능하다.

◆안설희, 2013년부터 '독립생계'…연 4000만 원 소득

국민의당에 따르면 안설희 씨는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 조교로 재직하며 2013년부터 매년 3만 달러대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김경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9일 논평을 통해 "(설희 씨가) 미국 스탠퍼드 대학 박사과정 조교로 재직하며 2013년 회계연도 기준 2만9891달러(약 34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며 "2015년 기준 3만9313달러(약 440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등 독립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이 공개한 설희 씨의 재산은 예금·보험 등 1억1200만 원 정도다. 이는 안철수 후보가 지난 2013년 국회의원 신분으로 재산을 등록할 때 밝힌 딸 재산(9000만 원)보다 4년간 2000만 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남윤호 기자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앞을 지나는 시민들. /남윤호 기자

국민의당은 설희 씨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설희 씨의) 재산은 부모와 조모로부터 오랜 기간 받은 것에 (2013년부터) 본인 소득 일부를 저축한 것"이라며 "동년배에 비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법에 따르면 과세범위 밖의 증여로, 증여세를 낼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주장을 종합하면 설희 씨의 연봉은 2013년 3400만 원에서 2015년 4400만 원으로 2년간 1000만 원 정도 늘었다. 산술적으로 설희 씨의 재산은 1년에 500만 원 정도 증가했는데, 이를 연봉 증가액(1년 500만 원)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치가 나온다. 즉, 4년간 생활비 변동 없이 연봉 증가액을 고스란히 저축했다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스컨디도 빌리지 스튜디오 내부 모습. /사진=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스탠퍼드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에스컨디도 빌리지' 스튜디오 내부 모습. /사진=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최소 비용으로 생활했다면 재산 형성과정 설득력 있어

그렇다면 설희 씨는 4년 전과 같은 생활비를 쓰면서 임금 상승분(1년 평균 500만 원)을 고스란히 저축할 수 있을까. 특히 스탠퍼드 대학이 있는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 지역은 미국 서부의 부유한 동네로,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다.

실제 <더팩트> 취재진이 이곳에 머물면서 찾은 일반 음식점의 점심 메뉴 평균 단가가 11달러(약 1만 2000원)~15달러(1만 7000원)였다. 한국식당의 경우엔 점심 한끼 식사값이 20달러(약 2만 2000원)가 넘는 경우도 있었다.

스탠퍼드대 유학생들은 "팔로알토는 인근 실리콘밸리에 유명 IT회사들이 들어오면서 집값이나 생필품 가격 등이 수년 새 많이 올랐다"며 "아무리 아껴 쓴다고 해도 1년에 생활비만 최소 3000~4000만 원 정도 든다"고 입을 모았다.

설희 씨의 경우도 유학생들과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설희 씨는 '에스컨디도 빌리지 스튜디오(Escondido Village Studios)'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스튜디오는 한국으로 말하면 일종의 원룸 형태다.

스탠퍼드대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이 스튜디오는 거실과 침대가 함께 있고, 부엌과 욕실이 있는 구조다. 이곳의 렌트비는 한 달에 1500달러(약 170만 원) 정도다. 설희 씨의 경우 1년에 1만8000달러(약 2040만 원)가량을 집값으로 지불하는 셈이다. 여기에 용돈과 밥값 등 최소한의 생활비만 추가하더라도 최소 1년에 3만 달러는 지출될 듯했다.

결국 설희 씨의 연봉이 4만 달러가량이니, 최소한의 돈으로 유학생활을 했다면 안철수 후보 측이 밝힌 재산 형성과정은 설득력이 있는 셈이 된다.

호화 유학 생활 의혹으로 곤욕을 치룬 안설희 씨는 스탠포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16일까지 3일간 안설희 씨 기숙사를 찾았다. /남윤호 기자, 안철수캠프 제공
호화 유학 생활' 의혹으로 곤욕을 치룬 안설희 씨는 스탠포드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 15~16일까지 3일간 안설희 씨 기숙사를 찾았다. /남윤호 기자, 안철수캠프 제공

◆미국 고급백화점 '블루밍데일스' 회원?

그런데 <더팩트>는 설희 씨의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하면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바로 설희 씨가 미국 고급백화점 중 하나인 '블루밍데일스(Bloomingdales)' 회원 메일을 수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5~17일까지 3일간 설희 씨가 실제 기숙사에 거주하는지 등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설희 씨의 기숙사 출입구에서 설희 씨의 이름을 확인한 취재진은 그를 만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설희 씨를 만나는 데 실패했다. 취재 다음 날인 18일 유학생들에게 전해들은 사실이지만, 이미 학교를 휴학하고 귀국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설희 씨가 이 기숙사의 어느 방에 거주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 메일 박스함 옆 쓰레기통에 버려진 메일 등을 수거해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설희 씨의 방을 특정할 수 있는 자료가 나왔다. 설희 씨 앞으로 온 메일이 다수 발견된 것이다. 김미경 교수에게 온 코스트코 회원 카달로그도 있었다. 버려진 메일인 만큼 큰 의미는 없지만, 설희 씨가 이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자료였다.

스탠포드 쇼핑센터 너머로 보이는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스탠포드 쇼핑센터 너머로 보이는 블루밍데일즈 백화점.

눈에 띄는 점은 미국 고급 백화점인 블루밍데일스가 자사의 회원 등에게 보내는 DM(다이렉트 마케팅) 카탈로그가 설희 씨에게 배달됐다는 것이었다. 설희 씨가 이 백화점의 회원이라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백화점은 미국 전역에 영업점을 갖고 있는데, 설희 씨가 다니는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스탠포드 쇼핑센터'에도 있었다.

블루밍데일스 회원인 샌프란시스코 한인회의 한 관계자는 "블루밍데일스나 니만마커스 같은 고급 백화점은 회원 가입을 해야 정기적 카탈로그를 보내 준다"며 "설희 씨에게 블루밍데일스 카탈로그가 왔다면 설희 씨가 그곳의 회원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시스나 제이씨페니와 같은 백화점보다 훨씬 고급 브랜드를 취급하기 때문에 한인들에게 인기 있는 백화점"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블루밍데일스 백화점은 프라이팬이나 식기류 등 키친용품, 타월 거울 등 가정용품도 함께 판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설희 씨가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 생활용품 구입으로 회원 메일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루밍데일스는 삭스핍스애비뉴(Saks Fifth Avenue)·니만마커스(Neiman Marcus) 등과 함께 고급 백화점으로 분류된다. 이들 고급 백화점은 주로 명품브랜드를 판매한다. 1924년부터 200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백화점으로 유명했던 메이시스(Macy's)나 시어스(Sears) 등은 중저가 백화점으로 취급 받는다. 메이시스는 2009년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 '세계 최대 백화점' 타이틀을 넘겨줬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블루밍데일스는 고급 백화점 중에서도 더욱 고급으로 분류된다. 다른 고급 백화점과 달리 할인매장(아웃렛)을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백화점 경기 하락으로 2010년 첫 아웃렛 매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철수 후보 딸이 블루밍데일스 회원 등급이 어떤지를 모르겠지만, 한두 번 갔다고 회원가입을 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딸 안설희 씨가 재학중인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 기숙사에 안설희 씨 앞으로 온 우편물./남윤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딸 안설희 씨가 재학중인 캘리포니아 스탠포드 대학 기숙사에 안설희 씨 앞으로 온 우편물./남윤호 기자

한편 김진애 전 민주통합당 의원은 설희 씨의 수입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를 입증할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안철수 딸의 재산내역 안철수 측 발표. 증명자료는?"이라며 "첫째 미국의 국세청(IRS) 소득자료(백프로 믿을만하니까요), 둘째 부모의 송금내역(3만불 소득으로 학비생활비 충당 가능한지 의문에 대하여). 이리 되면 검증 100%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안철수 딸의 박사과정 조교 수입 3~4만 불에 의문을 표하는데, 경험상 만약 풀스칼라십(학비+생활비)를 받는 RA(연구조교)에 다른 프로젝트 참여 수입이 있으면 가능은 하다. 밝혀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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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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