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사상의 딸' 손수조, “센 여자? 남편한테 잡혀 살아”
입력: 2016.01.19 11:30 / 수정: 2016.01.19 13:14
엄마는 강하다! 손수조(32)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바쁘다. 태어난 지 채 50일도 안 된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올 때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한다. 손 위원장이 근처 마트에서 기저귀를 고르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엄마는 강하다! 손수조(32)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선거를 앞두고 바쁘다. 태어난 지 채 50일도 안 된 아이를 집에 두고 나올 때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고 한다. 손 위원장이 근처 마트에서 기저귀를 고르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더팩트ㅣ부산 사상구=이철영 기자] “기저귀 값이 너무 비싸요.”

'사상의 딸'을 자처하는 손수조(32)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당협위원장은 태어난 지 이제 50여 일이 채 안 된 딸의 기저귀 가격을 보며 놀란다. 지난해 12월 1일 아이가 태어난 이후 기저귀와 분유를 구매하는 것이 일상으로 자리를 잡았다. 기저귀를 이리저리 만져보고 가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초보 엄마다.

일과 육아는 국내 여성들에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정치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손 위원장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손 위원장이 출마를 선언한 부산 사상구는 격전지로 꼽히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5일 오후 부산 사상구의 한 마트에서 아기용품을 꼼꼼히 살펴보는 손 위원장의 모습이 다소 이채롭다. 딸의 기저귀를 살피는 모습이 깨나 진지하다. ‘들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손 위원장은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기저귀를 손에서 내려놓는다.

“정말 너무 비싸다. 하루에 열 장 넘게 기저귀를 쓰는 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분유도 마찬가지다. 아기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가요. 기저귀나 분유 등 아기용품은 다 제가 사요. 아기용품 대부분은 모바일을 이용한다. 총선 준비를 하다 보니 마트에 갈 시간이 없다. 그리고 아기 데리고 나가기도 힘들기도 하고.” (웃음)

손 위원장이 아이의 기저귀를 손으로 만지며 확인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손 위원장이 아이의 기저귀를 손으로 만지며 확인하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기저귀를 결국 다시 내려놓고 이동하는 순간 마트 직원들의 시선이 손 위원장에게 쏠린다. 이때다 싶었는지 손 위원장도 얼른 주머니에서 명함을 꺼낸다. “지난번 총선에 출마했던 손수조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마트 직원들도 호기심에 계속 봤다며 “열심히 하세요~”라고 화답한다.

태어난 지 채 50일도 안 된 어린 아기를 집에 두고 나와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은 아프고 미안하다. 손 위원장도 마찬가지란다. 아이를 생각하는 그의 얼굴은 미안함이 가득하다. 일과 육아 중 뭐가 더 힘들까.

“둘 다 힘든데…. 육아가 더 힘들다. (웃음) 엄마들 진짜 대단한 것 같다. 지금 모유 수유를 하는데 몸도 마음도 힘들다. 밖에 나올 때는 두 할머니가 봐주고 있다. 일 때문에 밖에 나올 때가 제일 마음이 아프다.”

손 위원장은 언젠가 여경의 날 행사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때 많은 여경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이제는 왜 눈물을 흘렸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직장마다 어린이집이 있어야 한다. 지금 사회 구조상 엄마라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기를 안 볼 수도 없다.”

두 가지를 병행하는 여성의 고충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육아 이야기는 어느새 육아 복지로 넘어간다. 사뭇 진지한 표정이다.

손 위원장은 지난 2015년 2월 14일 결혼했다. 같은 해 12월 1일 딸을 출산한 그는 20대 총선을 위해 부산 사상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더팩트DB, 손수조 위원장 제공
손 위원장은 지난 2015년 2월 14일 결혼했다. 같은 해 12월 1일 딸을 출산한 그는 20대 총선을 위해 부산 사상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더팩트DB, 손수조 위원장 제공

“복지라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는 있다. 다시 되돌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혜자 입장에선 좋겠지만, 그래도 멀리 볼 필요가 있다. 출산은 미래를 이어가는 문제로 매우 중대하다. 아이를 키워보니까 정부의 책임이 조금 더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도 결혼도 육아도 힘들어 한다. 돈 문제도 있지만, 결국엔 직장이 문제다. 이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이게 다 교육과 연결이 돼 있는 것 같다. 교육문제를 푸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엄마가 된 후 그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들의 고충을 확실히 알아가고 있다. 다섯 살 아이를 둔 기자는 손 위원장과 육아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름 손 위원장보다 아이를 키운 경험이 더 많은 관계로 어느새 대화는 조언이 됐다.

손 위원장의 대화에서 그동안 ‘손수조’라는 이름과는 다른 모습이 보였다. 인상도 말투도 부드러워졌다. 강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변했다?

“제가 좀 세다. 그런데 제 기를 누른 유일한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다. 기가 센 남자가 이상형이었다. 존경할 수 있는 남자 말이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남편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대해주려 한다. 주말엔 남편에게 열심히 해줘야 한다. 사람들이 결혼 후 인상이 부드러워졌다고들 하더라. 듣기 좋다.”

손 위원장이 잠깐의 짬을 내 집 근처 마트에서 아이 분유를 보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손 위원장이 잠깐의 짬을 내 집 근처 마트에서 아이 분유를 보고 있다. /부산 사상구=문병희 기자

손 위원장의 남편 김 모 씨는 부산 동아고와 서울대를 나온 엘리트로 10여년 전 부산지역 고교 학생회장 신분으로 모임을 같이 하면서 알게 돼 결혼하게 됐다. 서울 IT회사에 다니다 결혼한 뒤에는 '외조'를 위해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겨 손 위원장과 함께 살고 있다. 손 위원장은 남편에 대해 이야기하며 연신 웃는다. 결혼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신혼부부가 맞다. 거기다 현모양처다. 그는 부부생활과 관련해 “이렇게 말해도 되냐”고 묻는다. 혹시나 욕 먹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좀 더 손 위원장의 결혼 생활을 들어보기로 했다. 결혼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자 그의 얼굴에서 좀처럼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전 사실 남편에게 잡혀 산다. (웃음) 남편에게 절대 찡그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싸우는 것을 싫어하고 성격이 원래 긍정적이다. 집안일은 거의 제가 다한다. (남편 욕먹는 건 아니겠죠?) 제가 밖에서 일하다 보니 (남편에게) 미안하다. 해줄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다. 그리고 전 닭볶음탕을 잘한다.”

그는 수수해 보였다. 겉모습도 내면도. 검소한 옷차림이 그랬다. 선거를 준비하는 사람이 비서관도 없이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 다녔다. 그는 말했다.

“내면이 강하면 자신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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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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