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퇴’ 유승민, 측근들과 5시간 ‘김포 고깃집 심야 회동’
입력: 2015.07.09 06:09 / 수정: 2015.07.12 15:04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8일 오후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김포의 한 식당에서 이른바 유승민계 의원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는 8일 오후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김포의 한 식당에서 이른바 '유승민계' 의원들과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새누리당 원내대표에서 사퇴한 유승민 의원은 길고 길었던 하루의 국회 업무를 마감한 후 경기도 김포의 한 식당에서 이른바 ‘유승민계’ 의원들과 밤 늦도록 술잔을 기울이며 지난 2주 간 가슴 속에 쌓인 회포를 푼 것으로 확인됐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8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총회 직후 김무성 대표로부터 '원내대표직 사퇴 권고'라는 의총 결과를 통보받자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를 선언하고 신변을 정리한 뒤 측근들과 함께 여의도 국회에서 약 1시간 거리인 김포의 한 식당으로 이동, 저녁을 겸한 장시간의 술자리를 함께한 뒤 귀가하는 장면을 <더팩트>가 단독 취재했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운명의 기자회견을 한 뒤 따로 측근들과 자리를 가졌다. 그는 지난달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을 통해 사실상 불신임한 지 13일 동안 자진사퇴 압박을 받아오면서도 자리를 지킨 심경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기자회견에 다 밝히지 못한 심경을 측근들에게 털어놓으면서 회포를 풀었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상일 원내부대표(왼쪽 두 번째), 김세연 정책위부의장(왼쪽 세 번째) 의원 등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오른쪽)가 이상일 원내부대표(왼쪽 두 번째), 김세연 정책위부의장(왼쪽 세 번째) 의원 등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정국을 뒤흔든 여권 내 갈등이 일단 봉합된 이날 오후 일정을 마친 유 전 원내대표와 10여 명의 측근 의원들은 김포의 한 고깃집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본격적인 식사에 앞서 식당의 테라스에서 맥주잔을 기울이며 다소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더팩트>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날 유 전 원내대표의 곁에는 사퇴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유승민계’로 분류된 김세연, 이종훈, 김희국, 민병주, 이상일 의원 등이 함께했다. 식당 앞에 모인 유 전 원내대표와 측근들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테라스에 모여 생맥주를 마셨다. 카메라에 포착된 유 전 원내대표의 표정은 ‘사퇴’ 기자회견 당시 모습과 사뭇 달랐다. 지난 14일간 불거졌던 사퇴 논란의 짐을 내려놓은 탓인지 유 전 원내대표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유 전 원내대표가 생맥주를 마신 후 그네에 앉아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유 전 원내대표가 생맥주를 마신 후 그네에 앉아 동료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한 날이지만 국회에서의 비장한 분위기는 보이지 않았다. 유 전 원내대표는 중앙에서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맥주를 마신 탓인지 유 전 원내대표의 얼굴은 금방 붉어졌고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이들은 그렇게 한참 동안 맥주잔을 기울인 후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유 전 원내대표와 측근들의 회동은 오후 5시 정도에 모여 5시간을 넘긴 밤 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회동 후 유 전 원내대표는 혼자 집으로 향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에 도착한 유 전 원내대표는 한동안 차에 머물다 내린 후 집으로 들어갔다.


민병주 원내부대표(가운데) 의원이 김희국 의원에게 생맥주를 권하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민병주 원내부대표(가운데) 의원이 김희국 의원에게 생맥주를 권하고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이종훈 원내부대표(왼쪽)가 통화하고 있다. 이 원내부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면서 199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이종훈 원내부대표(왼쪽)가 통화하고 있다. 이 원내부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서울대 경제학과 후배이면서 1990년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함께 일한 바 있다. / 김포=배정한 기자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9시 15분부터 약 4시간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치열한 설전을 벌인 끝에 '사퇴 권고'로 의견을 모으고 박수로 추인했다. 유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결정된 사퇴 권고를 받아들이며 사퇴했다.

기자회견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다.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총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 국회=임영무 기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총의 뜻을 받들어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 국회=임영무 기자

이어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 거듭 국민 여러분과 당원 동지 여러분의 용서와 이해를 구한다.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나면서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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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이철영·배정한 기자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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