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① 무기중개상 이규태] 일광그룹, '가족 경영'으로 비밀 유지
입력: 2015.03.20 12:40 / 수정: 2015.03.20 13:52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진짜 얼굴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최근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구속됐다. 사진은 성북구에 자리 잡은 일광그룹 본사./성북구=오경희 기자, 서울신문 제공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의 진짜 얼굴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최근 방위사업 비리와 관련해 검찰에 구속됐다. 사진은 성북구에 자리 잡은 일광그룹 본사./성북구=오경희 기자, 서울신문 제공

'무기중개업부터 교육에 연예사업까지'

이규태(66) 일광그룹 회장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그는 올해 초 연예인 클라라와 성희롱 문자 의혹 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연예기획사 대표로 세간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알고 보니 무개중개업에 교육·복지 등 다섯 여개의 계열사를 둔 한 그룹의 오너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 회장의 '과거'다. 그는 2009년 '방산비리(불곰사업, 러시아 무기도입사업)'로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다른 방위산업 비리와 관련해 그는 최근 다시 검찰에 구속됐다. 방위사업청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도입사업을 중개하며 사업비를 부풀려 빼돌린 혐의다. 이 과정에서 돈 세탁 출처로 지목된 교회와 관련해선 따로 정리했다([TF추적② 무기중개상 이규태] 회사 근처 교회를 돈 세탁 창구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은 일광그룹의 모기업격인 일광공영(무기중개업)부터 이 회장의 아들들이 대표로 있는 계열사로 수사를 확대하고, 조만간 두 아들을 구속할 방침이다. <더팩트>는 일광그룹의 '경영 구도'를 집중 분석했다.

◆ 아들부터 아내까지 '가족 경영'

일광그룹의 경영 구도는 대기업과 같은 '세습 경영'이다. 19일 주식회사인 3개 계열사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을 비롯해 아들과 아내 등이 번갈아 맡아왔다.

일광그룹의 시작엔 일광공영이 있다. 경찰 출신의 이 회장은 1985년 무기중개상으로 변신해 일광공영을 설립했다. 법인 등기부상 1991년 주식회사로 등기한 일광공영은 군납업과 의료 장비 판매업, 무역업 등을 목적으로 하며, 이 회장은 1992년 대표이사로 등기했다. 1년 뒤 아내 유 모(54) 씨는 감사에 이름을 올렸다.

8년(2010년) 뒤 장남 이종명(40) 씨가 대표이사에 올랐다가 퇴임하고, 2012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사내이사다. 상법상 정확히 말하면 대표이사는 아니고, 장남은 대표 권한을 행사하는 대표자이사인 셈이다.

가족 경영 19일 일광그룹의 3개 계열사(주식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을 비롯해 아들과 아내 등이 번갈아 맡아왔다. 일광그룹 본사 정문./성북구=오경희 기자
'가족 경영' 19일 일광그룹의 3개 계열사(주식회사)의 법인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대표이사와 사내이사 및 감사에 이르기까지 이 회장을 비롯해 아들과 아내 등이 번갈아 맡아왔다. 일광그룹 본사 정문./성북구=오경희 기자

일광공영 설립 후 15년간 이 회장은 방위산업에만 집중했다. 일광공영에 이어 2001년 설립한 일진하이테크는 이 회장의 차남 이종찬(33) 씨가 대표자이사(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그의 나이 스물여덟 때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 회장의 아내 유 씨는 2009년 감사를 맡았다. 일진하이테크는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다수 민수사업과 방위사업을 하고 있으며, 500억 원대 공군 전자전 장비 중개료를 빼돌린 혐의 사건에서 납품대금을 부풀리는 과정에 개입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계열사 확장에 나선다. 학원에서 연예계까지 무기중개와는 연관성이 없는 다양한 분야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2001년 성북구의 한 유명 사립초등학교를 인수해 일광학원을 세웠고, 이사장에 취임했다. 2005년에는 일광복지재단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노인의 날을 맞아 표창을 받았다. 2006년에는 일광폴라리스를 설립했다.

◆ "기무사령관이 기획사 대표"

일광폴라리스의 묘한 대표이사 변경 연예 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의 대표 이사로 2010년 8월 김영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그룹 본사에 있는 일광폴라리스 간판./성북구=오경희 기자
'일광폴라리스의 묘한 대표이사 변경' 연예 기획사인 일광폴라리스의 대표 이사로 2010년 8월 김영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취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그룹 본사에 있는 일광폴라리스 간판./성북구=오경희 기자

눈에 띄는 점은 일광폴라리스(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임원 변경 사항이다. 등기부상 2006년 설립 후 2009년 장남 이 씨가 대표이사였다가 8월 퇴임했고, 2010년 8월 12일자로 김영한 씨가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에 오른다. 장남 이 씨는 대표이사에서 사내이사로 바뀐다.

2012년까지 2년간 일광폴라리스 대표를 맡은 김 씨는 전 국군기무사령관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선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해 미주한인 언론주간지 '선데이저널'은 "2009년 8월 국가기밀인 국군기무사령부 신축 설계도가 유출됐고 당시 국군기무사사령관은 김영한 장군이었다"면서 "전역한 뒤 김 장군이 일광계열사 대표이사로 취직한 것은 기막힌 우연의 일치가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당시 이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은 방위사업 관련 검찰의 압수 수색 과정에서 국군기무사령부의 기밀문건이 일광공영 사무실에서 발견돼 국방부 고위 인사와의 '검은 커넥션' 의혹을 받았지만 제대로 밝혀 내지 못했다.

일광폴라리스 등기 봤더니 일광폴라리스 등기부등본 임원 변경 내역./등기부등본 갈무리
'일광폴라리스 등기 봤더니' 일광폴라리스 등기부등본 임원 변경 내역./등기부등본 갈무리

현재 대표는 누굴까. 언론에선 일광폴라리스 대표를 이 회장으로 언급하고 있지만, 법률상 대표 권한을 가진 사람은 이 회장의 아내 유 씨다. 유 씨는 지난해 등기부상 사내이사로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정리하면 앞서 일광공영의 대표격인 장남 이 씨도, 일광폴라리스의 대표격인 아내 유 씨, 일진하이테크 대표격인 차남도 대표이사가 아닌 사내이사로 유일하게 등기부상에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상법상 대표이사 없이 사내이사 한 명이 등기할 경우, 해당자를 대표자이사로서 권한을 가진 사람으로 간주한다. 이는 (일광그룹과 별도로) 대기업들이 실소유주는 따로 있으면서 상속세를 피하고자 할 때 쓰는 수법 중 하나"라면서 "이 경우 모든 계약은 대표자이사와 했을 때만 유효하다. 다만 표현대표이사제로 믿을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대표 권한을 행사할 경우 제3자가 이를 입증하면 권리를 보호받을 순 있다"고 설명했다.

일광그룹에 문의를 시도했으나 관계자는 "담당자도 없고, 연락처도 알려 줄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

[더팩트 ㅣ 성북구=오경희 기자 a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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