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전·현직 '박근혜의 남자' 새누리당 김무성(왼쪽) 대표와 같은 당 이정현 의원의 향후 당내에서의 관계 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두 사람은 2005년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당직자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의원이 7·30 전남 순천·곡성 보궐선거에서 여의도에 재입성함에 따라 이 의원이 당과 청와대의 매개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더팩트 DB |
[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난 7·30 재보궐선거에서 주목받는 두 사람, 새누리당 김무성(63) 대표와 같은 당 이정현(56) 의원. 김 대표는 지난달 14일 당 대표로 선출돼 처음으로 치른 선거에서 15개 선거구 중 11곳에서 승리하면서 '압승'이라는 '명예'를 얻었다. 이 의원은 전남 순천·곡성에서 '호남 최초 보수 정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당당하게 여의도로 귀환했다.
김 대표와 이 의원은 각각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5년부터 박 대통령과 10년간 애증의 관계를 번복해오면서 친박(친박근혜)계 좌장과 비박(비박근혜)계를 넘나들었다. 이 의원은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고 있어 향후 여권 내 실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정가에서는 박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이끌어야 하는 과제를 가진 김 대표에게 이 의원은 둘 사이의 매개체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의 당내에서의 관계 설정에 이목이 쏠린다.
◆ 金-李, 지난해부터 애매한 관계…정치적 스타일도 '상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1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됐다. 전당대회 이전까지 "청와대가 일부 친박계 의원들하고만 소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비판을 해와 같은 당 이정현 의원과 불편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전당대회에서 연설 중 손을 벌리고 있는 김 대표. /임영무 기자 |
일단 김 대표와 이 의원은 과거에 호흡을 맞춰본 경험이 있다. 2005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김 대표는 사무총장을, 이 의원은 원내수석부대변인을 맡으며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두 사람은 2012년 대통령선거 이전까지는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박근혜정부에서 정무수석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관계가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박 대통령과 2010년 세종시 수정안을 놓고 대립하다가 '비박'으로 분류된 김 대표가 대표적인 '친박'인 이 의원을 겨냥한 비판을 했다는 소식이 나돌면서다.
김 대표는 7·14 전당대회 이전까지 "청와대가 일부 친박계 의원들하고만 소통해서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다"는 의견을 공공연히 밝혀왔는데, 이 말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뿐 아니라 이 의원을 향한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애매한 관계'를 대변하듯 두 사람은 정치적 스타일도 다르다. 김 대표는 당내 대표적인 '보스형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이른바 '친박 공천 학살'로 불출마 선언했던 2008년 총선 당시 무소속으로 친박계 인물들을 대거 당선시키면서 여의도와 당에 복귀한 것이 대표적인 일화다. 김 대표의 별명인 '무대'(김무성 대장)처럼 무겁고 진중한 성격과 '할 말은 하는' 직설적인 성격이다.
이 의원은 '전략가형 정치인'이다. 1985년 구용상 전 민주정의당(현 새누리당)의 비서로 채용되면서 하급당직자 생활을 해왔던 그는 정국의 흐름과 움직임을 읽어내는 특유의 전략가적 능력을 인정받아 점차 고위 당직자로 승진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의 공보단장을 맡으며 박 대통령의 당선 이후 당선인 비서실 정무팀장을, 박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정무수석을 맡으며 청와대에 입성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 李, 당청 매개 역할…金 대권 가도에 '큰 힘' 될 듯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입'으로 통함에 따라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설정하기를 원하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 순천 덕암동 역전시장에서 시장 상인을 만나 포옹하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는 이 의원. /서울신문 제공 |
이러한 관계의 두 사람이 향후 좋은 궁합으로 관계를 재설정할지 주목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의원이 재보선에서 당선된 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고 알려졌다. 호남의 벽을 무너뜨린 것을 놓고서다. 김 대표는 이 의원 당선에 대해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일"이라며 "이 의원이 국회에 오면 꼭 한 번 업어주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칭찬'을 놓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근혜의 입' '박근혜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 의원이 청와대와 수평적 관계를 설정해야 하는 김 대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김 대표가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을 다소 껄끄러워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의원이 향후 친박계 대리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또 차기 대권을 꿈꾸는 김 대표 입장에서 보수정당 후보로는 26년 만에 처음으로 호남에 뿌리를 내린 이 의원의 확정성이 큰 힘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이 의원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 대표는 이 점에서 이 의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김 대표가 이 의원을 호남 몫 최고위원으로 지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 있다. 새누리당을 선택해 준 호남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지만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청와대와의 소통을 맡아 달라는 당부의 뜻이 담겼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김 대표와 충돌해 당내 갈등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청와대 또는 정부발(發) 악재가 터질 경우 정부와 각을 세우는 김 대표에 맞서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에 적극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사람이 상생의 모습을 보일지, 전·현직 박 대통령의 남자로서 반대 진영에 설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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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팀 ptoda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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