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宮合).' 사전적으로는 남녀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점이다. 성격·성향 등 궁합이 잘 맞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루지만, 상극이면 남남으로 갈라선다. 대한민국 국정을 이끄는 정치인들의 궁합이 중요한 이유다. 한 지붕 아래 함께 살림을 꾸려야 하는 당 지도부 간, 대척점에 섰다 때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여야 대표 간 등의 호흡에 국민들의 '안녕'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더팩트>는 '여의도 궁합' 기획 시리즈를 다룬다.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왼쪽)·안철수 공동대표의 리더십이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전략 공천 등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이번 재보선 결과에 따라 두 대표의 정치 운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3월 2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당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두 공동대표.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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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ㅣ 고수정 기자] 1993년 방송 토크쇼 진행자와 게스트, 20년 후인 2014년에는 제1야당의 공동대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61), 안철수(52) 공동대표 인연의 시작과 현재다.
두 사람은 김 대표가 정치에 입문하기 전 방송인으로 활동했을 당시 '김한길과 사람들'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첫 대면했다. 안 대표는 컴퓨터 백신을 개발한 '청년의사'로서 출연했고, 이날 서로 인간적 호감을 느꼈지만, 이후 정치와 비즈니스라는 전혀 다른 세계에서 각자 길을 걸었다.
그러다 김 대표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새정치국민회의 국민자문단장을 맡으면서 자문위원으로 안 대표(당시 안철수연구소 사장)를 끌어들였고, 이때부터 관계를 계속 이어갔다. 둘이 급격히 친해진 계기는 김 대표가 2008년 18대 총선거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정치 백수'가 된 것으로, 두 사람은 거의 매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멘토와 멘티'관계였던 김·안 대표는 현재 새정치연합의 공동대표를 맡아 당의 '엄마'와 '아빠' 역할을 하며 호흡을 맞추고 있다.
김·안 대표는 당 대표로서 지난 3월 26일 통합·창당 후 30일로 두 번째 선거를 치른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 번복' '6·4 지방선거 찜찜한 결과' 등으로 불거진 '리더십 위기론' 속에서도 20년의 인연이 뒷받침된 호흡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지난 6·4 지방선거에서부터 이번 7·30 재보궐선거까지 '안철수 사람 심기' 등으로 비판받고 있는 전략공천 논란이 제기되면서 두 사람의 당 대표 생명(?)이 중대 기로에 섰다.
◆ '전략가'와 '원칙주의자'의 만남…20년 인연의 '찰떡 궁합'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왼쪽), 안철수 공동대표는 '찰떡 궁합' 호흡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대 여당을 견제할 통합신당 창당이 논의에서 최종 합의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16시간 10분에 불과했다는 점 등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 2월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식당에서 오찬단독회동을 하기위해 만나 2인 테이블이 놓여 있는 방앞에서 악수하고 있는 두 공동대표. /임영무 기자 |
두 사람은 제법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이 거대 여당을 견제할 통합신당 창당과 관련해 논의(3월 1일 오전 8시 30분 첫 회동)에서 최종 합의(3월 2일 새벽 12시 40분)까지 걸린 시간이 16시간 10분에 불과한 점, 최종 통합(3월 26일)까지 한 달도 채 안됐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의석 126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과 의석 2석의 새정치연합이 50대 50의 지분으로 통합해 정치권에 태풍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찰떡 궁합' 평가를 받는다.
김 대표와 안 대표는 이후 화기애애한 행보를 보였다. 중요한 행사가 있는 곳이면 두 사람이 쌍둥이처럼 붙어 다녔고,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 등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발표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당의 견해를 풀어내곤 했다.
'찰떡 궁합'이라는 평가를 듣는 데 반해 두 사람의 정치적 기질은 정반대다. 김 대표는 '전략가형'으로 분류된다. 기획력이 뛰어나 타고난 전략가 기질을 숨기지 못하고, 이는 탁월한 협상력으로 이어나간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열린 우리당 비노(비노무현) 의원들의 집단 탈당을 주도하며 '중도통합민주신당'을 창당하고, 이후 대선 승리를 위해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다시 합쳐 '대통합민주신당'을 출범시켰다.
안 대표의 영입은 김 대표의 지난 1년여 당 대표 재임 기간 중 최대 성과로 평가되며, '전략가형' 기질을 가장 잘 뒷받침해주는 것으로 불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 대표의 진면목을 봤다. 정치논리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김 대표의 '정치적 상상력'이 야권 지지자들을 감동시켰다"는 말이 나왔다.
반면 안 대표는 지난해 4월 24일 보궐선거로 국회에 첫 입성한 만큼, 정치적 전략 마련에는 김 대표보다 '한 수'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원칙 중시 합리주의자'다. 자신이 심사숙고해서 결정한 원칙에서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남자'로 불리는 윤장현 광주시장과 이번 재보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을 전략공천한 것을 두고 내홍이 불거졌지만, 끝까지 밀어붙인 것이 이 같은 성격을 잘 보여준다.
통합 과정과 이후 당 대표로서의 행보에서 안 의원이 배짱이 제법 두둑해졌다는 소리도 나온다. '전략가형'인 김 대표에게 정치를 배웠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리숙한 정치인의 모습이지만, 속을 알 수 없고 고도의 전략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 사람은 실제 역학(力學) 적인 측면에서도 '잘 맞는다'고 나온다. '쇠'와 '흙'의 만남으로 인해 강인한 사회활동과 그 활동에 대한 대가를 보장받는 궁합이라고 분석된다.
◆ 전략공천·재보선 '엄살 전망' 논란…조기전대론 '솔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오른쪽), 안철수 공동대표 '투톱'의 향후 운명이 이번 7·30 재보궐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승패에 달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21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에 마련된 천막 정당선거사무소에서 회의를 하고 있는 두 공동대표. /임영무 기자 |
그런 두 사람 앞에 하루 앞으로 다가온 재보선이 당 대표 생명의 중대 기로가 될 전망이다. 기초선거 무공천으로 불붙은 투톱의 리더십 논란이 전략공천 내홍으로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광주 광산을에 공천 신청한 기 전 부시장을 서울 동작을에 공천하고, 대신 그 자리에 '경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수사 축소·은폐 지시'를 폭로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전략공천 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도 '이번 공천은 아니다'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투톱'의 향후 운명은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의 승패에 달려 있다는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6곳에서 치러지는 수도권 선거에서 선전한다면 김·안 대표는 리더십 위기를 넘기며 내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채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공천 후유증으로 어수선해진 내부를 추스르는 한편, 당 조직개편으로 당내 입지 강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서울 동작을에서 야권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경기 수원을에서도 새정치연합 백혜련 후보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분위기다. 경기 수원정과 수원병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어,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경기 김포에서는 '잠룡'으로 불렸던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가 새누리당 홍철호 후보에게 뒤지는 모양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미 재보선 성적표와는 무관하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후 조기전당대회를 열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홍익표 의원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조기 전당대회로 당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당 대표에 의해 임명된 최고위원이 60%가 넘는 거수기 최고위원회로 인한 일방통행을 이제 용인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두 사람이 이번 재보선과 관련해 전망을 내놓은 것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일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13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전체 15석 가운데 5석만 우리가 갖고 있는 데라서 현상 유지만 해도 잘 하는 선거"라고 말했고, 김 대표도 다음 날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구 중 우리당이 이겼던 곳은 5곳밖에 없다. 한 여름 휴가철에 치러지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광진 의원은 13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대표는 정치평론가가 아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던 5석만 유지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전투를 지휘하면 나머지 10명의 장수는 어찌하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지원 의원도 지난 1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선거를 앞두고 여당에서는 항상 엄살을 한다. 그런데 이번 새정치연합 대표도 조금 엄살을 부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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