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단독 그순간⑦] '김포 존레논' 윤창중과 취재진의 숨바꼭질 '2년 5개월'
입력: 2015.12.29 05:00 / 수정: 2015.12.28 23:36
존레논 스타일로 바꿨는데...눈치챘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0월 15일 오후 김포 자택 앞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질문을 받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대변인 직에서 물러난 지 2년 5개월 만이었다. /김포=남윤호 기자
'존레논 스타일로 바꿨는데...눈치챘어?'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0월 15일 오후 김포 자택 앞에서 더팩트 취재진을 만나 질문을 받고 있다. 성추행 의혹으로 대변인 직에서 물러난 지 2년 5개월 만이었다. /김포=남윤호 기자

팩트를 찾아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슴 떨리던 순간도 있었고, 아쉬움에 탄성을 자아내던 순간도 있었다. 사진으로 다 표현하지 못한 현장의 순간은 어땠을까. <더팩트>사진기자들이 한 해를 정리하며 단독 취재 과정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 장면을 선정,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한다.<편집자주>

[더팩트 | 남윤호 기자] 사실 잘 몰랐다. 사진 속 머리를 넘기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처음 만난 날은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하루 전인 10월 14일이었다. 청와대를 대변하는 자리인 만큼 대변인의 외모와 이미지는 무척 강렬한 편인데도 처음에는 쉽게 알아보지 못했다. '성추행 의혹'으로 2013년 5월 미국에서 급히 귀국해 기자회견을 열고 자취를 감추며 남긴 그의 마지막 모습과 2년 5개월이 지난 그날의 윤 전 대변인은 달라도 무척이나 달랐다. 세상의 모든 일들을 잡아내려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며 '사진밥'을 먹는 사진기자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청와대 벗어나 김포 스타일로 윤창중 전 대변인은 2년 5개월 만에 사진기자도 못 알아 볼만큼의 변신했다. 왼쪽은 2013년 성추행 의혹 기자회견 당시 모습.
청와대 벗어나 '김포 스타일'로 윤창중 전 대변인은 2년 5개월 만에 사진기자도 못 알아 볼만큼의 변신했다. 왼쪽은 2013년 성추행 의혹 기자회견 당시 모습.

취재 지시를 받고도 걱정이 앞섰다. 무려 2년 5개월 동안 감쪽같이 종적을 감춘 그의 모습을 과연 잡을 수 있을까. 윤 전 대변인은 정말 칩거를 마친 것일까? 14일 처음 윤 씨의 김포 자택을 찾아 그를 기다렸다. 하지만 몇 시간이 흘러도 역시나 만나지 못했다. 그럼 그렇지 하고 발길을 돌릴 무렵, 이전에 나갔던 차 한 대가 집 앞에 섰다. 낮이 짧아지기 시작한 계절 탓에 자세히 보고서야 그임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직접 본 기자도 반신반의했다.

뒷모습은 아줌마(?) 어두워서 얼굴 확인이 잘 되지 않았다. 평범하게 귀가하는 부부의 모습이지만 뒤 쪽 아줌마 스타일의 머리를 한 그가 바로 윤창중 전 대변인으로 확인됐다.
'뒷모습은 아줌마(?)' 어두워서 얼굴 확인이 잘 되지 않았다. 평범하게 귀가하는 부부의 모습이지만 뒤 쪽 아줌마 스타일의 머리를 한 그가 바로 윤창중 전 대변인으로 확인됐다.

처음에는 평범한 부부의 귀가로 생각했다. 뒷모습만 보면 그렇다. 앞서가는 남자와 파마 머리를 한 사람이 나란히 아파트 입구에 들어가는 모습을 봤다면 누구라고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리라. 그래도 확인해보자란 순간의 판단이 결국 단독 취재로 이어졌다. 승강기에 오르는 그의 옆모습을 보자 '윤 전 대변인이 맞지 않을까?'란 기대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 전 대변인이 맞다면 그의 '단발머리' 스타일을 사진으로 꼭 담아보자는 의욕이 불타올랐다. 아쉬운 마음을 접고 다음 날을 기약했다.

신발 한 켤레 들고 집 나서는 윤 전 대변인.
신발 한 켤레 들고 집 나서는 윤 전 대변인.

다음 날 오후 4시께 윤 전 대변인이 신발 한 켤레를 들고 집을 나섰다. 조금은 굳은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었다. 윤 전 대변인이 집을 나선 것을 확인하고 같이 기다리던 취재기자가 그를 향해 다가섰다. 직접 얘기를 들어야 하는 취재기자와 사진기자의 일은 좀 달랐다. 보통의 보도사진을 찍으려 했다면 그의 앞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플래시를 터트리며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런데 걱정이었다. 정치인이나 기업 오너 등 유명 인사들은 유난히 사진 찍히는 것에 민감하다. 혹시라도 그가 한마디 하려는 찰나에 카메라를 보고 황급히 몸을 피할까 싶었다. 거리를 두고 자연스러운 그의 모습을 담으려 노력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에서 2년 5개월 동안 그가 어떻게 지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만감이 교차하는 그의 표정에서 2년 5개월 동안 그가 어떻게 지냈을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악수를 청한 것만 세 번. 처음 취재기자인 것을 밝히고 악수와 몇 마디 질의가 오가면서 그의 얼굴엔 놀람과 당혹, 한탄의 표정이 카메라 렌즈에 그대로 투영되는 듯했다. 특종 보도로 상까지 휩쓴 언론인 출신 윤창중 전 대변인. 특종을 좇던 그가 특종을 좇는 기자들에게 쫓기니 만감이 교차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1박 2일을 기다려 만난 윤 전 대변인과 몇 마디 대화. 온 집중을 쏟았던 그 짧은 몇 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박혀 있다.

취재를 마치고 취재팀이 모여 취재 내용을 취합했다. 그때 누군가 툭 뱉은 한마디, "존 레논이야?" 우스갯소리로 꺼낸 그 말이 윤 전 대변인을 '김포 존 레논'으로 탈바꿈시켰다. 2년 5개월 전 취재진과 윤 전 대변인 사이에서 시작된 숨바꼭질. 그 끝엔 공직에서 내려와 자신의 스타일을 찾은 윤 전 대변인이 있었다.

[단독] '인턴 성추행' 윤창중, 은둔 접고 단발머리 '새출발' (종합)

ilty01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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