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민의 썰왕설Re:] '알쓸신잡' 유희열, 쓸모 많은 '잘생긴 바보'
입력: 2017.06.08 14:05 / 수정: 2017.06.08 14:05
가수 유희열이 tvN 알쓸신잡에서 시청자의 편에 선 진행자 역할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CJ E&M 제공
가수 유희열이 tvN '알쓸신잡'에서 시청자의 편에 선 진행자 역할로 재미를 더하고 있다. /CJ E&M 제공

설(레는) Re(플) : '알쓸신잡' 유희열, 서울대 출신인데 무식해서(?) 더 마음에 든다(lhk_****)

[더팩트 | 김경민 기자] '연예계 대표 지식인' 유희열이 케이블 채널 tvN 새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바보'를 맡아 주가를 올리고 있다.

'알쓸신잡'은 모르는 게 일반적인 내용을, 아는 게 당연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정보를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작가 유시민을 필두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소설가 김영하, 물리학자 정재승이 출연한다. 각 분야에서 이름을 날리는 전문가들이 국내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펼친다. 그들은 수다 속에 딱히 쓸 데는 없지만 알아두면 흥이 나는 신비한 내용을 담고자 한다.

유희열은 '알쓸신잡'에서 그 어느 때보다 작아진다. "서울대 출신"이라는 중얼거림은 귀 기울이는 사람 없이 공중에 흩어지고, 면박을 당하다가 고개를 숙이기 일쑤다. 명색이 진행자 역할을 맡았다고 하지만 발언권보다는 듣는 시간이 더 많다.

유희열도 방송 전 신선한 충격을 받은 느낌을 소감으로 내놨다. 그는 1일 오후 열린 '알쓸신잡' 제작 발표회에서 "'알쓸신잡'에서 맡은 역할은 사실 '바보'"라며 "내가 이렇게 얄팍한 사람이었는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제작진이 '아는 척을 자제하고 일반인의 시선으로 임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실제로 네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며 "아무래도 나영석 PD가 신의 한 수를 둔 것 같다. 잘생겼다는 이유로 날 섭외한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유희열은 알쓸신잡에서 지식인들의 어려운 해설을 풀이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CJ E&M 제공
유희열은 '알쓸신잡'에서 지식인들의 어려운 해설을 풀이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한다. /CJ E&M 제공

하지만 잘 살펴보면 쉴 새 없이 지식과 정보를 쏟아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화의 흐름을 이끄는 이는 바로 유희열이다.

유시민 황교익 김영하 정재승의 이야기 처음과 끝만 보면 거북선으로 시작해 미토콘드리아로 치닫지만, 무척 흥미롭다. 아무 말처럼 들릴 수 있는 수다가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희열은 네 사람이 기본적으로 전제하고 지나가는 전문 지식이 나올 때면 질문을 던지거나, 조금 더 자세하고 쉬운 설명을 요구하는 등 잠시 제동을 걸면서 시청자들의 이해를 높인다.

이를 첫 방송부터 알아챈 누리꾼도 "나의 무식함에 놀랐음ㅋ(boni****)" "유희열이 서울대 나왔다고 하면서 무식이 탄로날 것 같다는 말이 진짜 웃기더라구요(nore****)" "모든 게 놀라운, '나, 서울대 출신' 유희열ㅋㅋ(kaem****)" "유희열이 조율을 참 잘했음(theh****)" "유희열이 어디 가서 모자라지 않을 사람인데 여기 있으니 모자라 보일 정도로 '케미'가 산다. '토지' 줄거리나 난중일기 읽어봤냐는 것들은 일반 사람들 대변한 거 같아 좋았지. 이상하게 저 자리에서는 안 읽은 게 이상해지는 황당한 일이 생기니 재밌더라(mats****)" "유희열 자기 역할 톡톡히 하넼ㅋㅋ(advi****)" "유희열 얼굴담당 맞음ㅋㅋㅋㅋㅋ(vicd****)" 등 유희열의 존재감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유희열은 알쓸신잡 출연진 사이에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감탄하는 진행자로 몰입감을 높인다. /알쓸신잡 방송 캡처
유희열은 '알쓸신잡' 출연진 사이에서 전문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거나 감탄하는 진행자로 몰입감을 높인다. /'알쓸신잡' 방송 캡처

예를 들면 2일 오후 9시 50분 방송된 '알쓸신잡'에서 유희열은 '난중일기' 내용에 대해 토론하는 전문가들에게 "난중일기를 다 읽어봤느냐"고 말을 던졌다. 질문보다는 '당연히 쉽게 읽어볼 수 없는 것'이라는 푸념에 가까웠지만 네 사람의 반응은 당황스럽게도 "당연하지"였다. 유희열의 얼굴에 말줄임표(…)가 표정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예상과 다른 반응에 멈칫하다가 동시에 네 사람의 지식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 밖에도 유희열은 유시민의 안내판 맞춤법 지적을 들으며 놀라워하고, 수다의 내용이 특정 분야로 쏠린다고 생각할 때 인문학자와 문학자, 과학자의 발언 기회를 나누기도 했다. 덕분에 거북선 이야기를 하다가 '이순신 장군의 숨결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라는 과학적인 질문도 생각해보고, 미토콘드리아로 모계 사회에 접근하기도 했다.

유희열은 시청자가 궁금한 부분을 대신 해소해주는 '일반인'이 됐다가, 또 대화를 주도하는 선장으로서 진정한 진행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스케치북'에서 피아노 앞에만 앉으면 천재적인 연주를 펼쳤던 그가, 'K팝스타'에서 따뜻하면서 날카로운 분석력을 갖춘 스승이었던 그가, 이제 뇌를 즐겁게 하는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 맞춤형 MC로 거듭 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그냥 잘생겨서 섭외한 건 아닌가 봐요."

shin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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