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공직자라 분양 중단했다'는 강화군수, 올해 1월에도 땅 팔았다
입력: 2021.06.09 11:00 / 수정: 2021.06.24 17:16
지난 5월 27일 인천 강화군 지산리 유천마을에 걸려있는 걸개막. 걸개막에는 유천마을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적혀 있었다. 사진=강화도 차성민기자
지난 5월 27일 인천 강화군 지산리 유천마을에 걸려있는 걸개막. 걸개막에는 유천마을이라는 표현이 여전히 적혀 있었다. 사진=강화도 차성민기자

지난해 9월, '유천마을' 첫 보도에도 '땅 팔고', '유천마을' 명칭도 여전히 사용 중

[더팩트ㅣ인천=차성민기자] <더팩트>의 인터뷰 요청에도 굳게 입을 닫고 있던 유천호 강화군수가 8일 입을 열였다. <더팩트>보도가 나간 뒤 '기자회견'을 자처했다. 기자회견도 몇몇 선택받은 기자들만 초대됐다. 기자회견의 내용은 더팩트가 지난 7일 보도한 [이슈추적] '이건 뭐임?' 유천호 강화군수의 유별난 '땅 사랑'에 대한 반박성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정작 기사를 쓴 당사자인 <더팩트>는 초대 받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어떤 질문과 답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유천호 군수의 입장을 알 수 있다.

지난 5월 27일 유천마을 분양대행사는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양이 다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이슈추적 캡쳐
지난 5월 27일 유천마을 분양대행사는 더팩트와의 전화통화에서 "분양이 다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사진=이슈추적 캡쳐

다음은 YTN이 보도한 뉴스의 전문이다


YTN은 지난 8일 유천호 강화군수 "시세차익 음해 뉴스에 강력 대응"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유천호 인천 강화군수가 전원주택 단지 조성으로 십수억 원 시세 차익을 봤다는 인터넷 뉴스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등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 군수는 선원면 지산리의 토지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던 선산이었다며 선산 관리인에게 넘어갔던 소유권을 다시 취득해 지난 2014년 낙선했을 당시부터 인허가를 통해 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유 군수는 공사비 대출금 등을 갚기 위해 10필지 중 3필지만 분양했을 뿐 나머지 7필지는 공직자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분양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며 10필지를 팔아 십 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라고 반박했습니다. 유 군수는 등기부 등본만 떼어도 확인이 가능한 사실에 대해 과장된 음해를 중단하라고 당부하고 유천마을이라는 이름도 분양대행사에서 자의적으로 지어낸 것이어서 본인과는 무관하다며 해명했습니다.

이에 앞서 일부 인터넷 매체는 유 군수가 맹지였던 땅에 도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땅을 추가 매입해 재선에 실패한 시점부터 전원주택단지를 본격적으로 진행했고, 이를 통해 십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천호 강화군수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팩트>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다. /강화군청 뉴스 캡쳐
유천호 강화군수가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더팩트> 기사에 대한 해명을 하고 있다. /강화군청 뉴스 캡쳐

◇ 유천호 군수 기자회견 자처해 '허위보도' 주장

유천호 군수가 주장한 내용을 종합하면 당초 358-2번지의 땅을 샀을 당시 선산 관리인에게 넘어갔던 소유권을 다시 취득한 과정이었고, 2013년도 지인의 권유로 진입도로로 쓸 땅을 매입했다. 공직자 신분에서 분양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10개 필지 중 3개 필지를 팔았을 뿐 나머지 7개 필지는 팔지 않은 상태여서 "분양이 다 됐다"는 <더팩트>의 보도가 허위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유천호 군수의 이 같은 해명은 사실과 다르거나 취재 내용의 본질적인 부분에서 벗어나 있다.

<더팩트>가 기사를 통해 지적한 것은 현직 군수가 자신의 이름을 딴 전원주택지를 분양하고 있고, 실제로 땅이 팔린 데다, 이 과정에서 땅 매입자가 공무원이나 사업가라면 대가성 거래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분양 다 됐어요"라는 발언은 분양대행사가 확인해 준 사항으로 더팩트가 지어낸 것이 아니다. 통상 분양대행사는 분활 토지의 매매에 따라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본인의 수익과 직결된 만큼 분양 안 된 토지를 "분양 다 됐어요"라고 말할 분양대행사는 단 한 곳도 없을 것이다. 분양 업자가 거짓말을 했다면 평당 130만 원에 판매했다는 말도 믿을 수 없다.

인천시 강화군 지산리 358-2지번 등기부등본 상을 보면, 필지가 10개로 쪼개져 있고, 유천호 군수가 유 모 씨로부터 1989년 6월14일 매매한 것으로 돼 있다.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358-2 번지 등기부등본
인천시 강화군 지산리 358-2지번 등기부등본 상을 보면, 필지가 10개로 쪼개져 있고, 유천호 군수가 유 모 씨로부터 1989년 6월14일 매매한 것으로 돼 있다.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358-2 번지 등기부등본

우선 <더팩트>는 현직 군수가 선산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땅에 대한 개발에 대해 문제삼지 않았다. 다만 맹지였던 점을 지적한 것 뿐이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면, 유천호 군수가 유 모 씨에게 지분 1756분의 282를 매입한 시점은 1989년이다.

유천호 군수는 2007년도에 공유자 지분 4635㎡(1402평)를 2억3850만 원을 주고 매입한 것도 사실이다. 토지를 매도한 유 모 씨가 누구인지, 지분을 거래한 이유가 무엇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유 군수는 응하지 않았다.

또한 유 군수는 지인의 권유로 2013년도에 진입도로를 매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인의 권유로 샀든, 본인의 의사로 샀든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 359-5번지 임야 270㎡(81.67평)를 5090만 원 주고 땅을 구입한 것은 유천호 군수 본인이다. 지금도 땅의 주인은 유천호 군수로 돼 있고 맹지였던 땅이 유천호 군수의 재임시절 개발 가능한 땅으로 변한 것은 사실이며, 부정할 수 없는 팩트다.

유천호 강화군수가 2021년 1월 22일 강화군 선원 지산리 358-3번지를 A씨에게 분양했다. 지난 2020년 9월 유천마을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올해 초 까지 분양을 했다는 방증이다. 사진=거래 내역이 적혀있는 등기부등본.
유천호 강화군수가 2021년 1월 22일 강화군 선원 지산리 358-3번지를 A씨에게 분양했다. 지난 2020년 9월 유천마을 문제가 불거진 뒤에도 올해 초 까지 분양을 했다는 방증이다. 사진=거래 내역이 적혀있는 등기부등본.

◇ 유 군수 "군수 신분이어서 분양 중단"…현장엔 '걸개막', 올해 1월까지도 분양

유천호 군수는 기자회견에서 현직 군수 신분이라 분양을 중단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더팩트>의 취재 내용은 정반대다.

우선 '유천마을' 내에 걸려져 있던 걸개막이 그 증거다. 유천호 군수가 공직자 위치 때문에 분양을 중단했다면, 그 걸개막은 걸지 말았어야 했다.

현장에서 취재를 한 기자들도 그 걸개막을 보고 두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많은 독자들도 댓글을 통해 성토한 점도 그것이다. 유 군수의 주장처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 군수를 흠집내기 위해 <더팩트>가 걸개막을 제작해 유천마을에 걸어놨다는 것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또한 10필지 중 3필지만 분양한 상태여서 십수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는 <더팩트>의 기사는 악의적인 오보라는 것이 유 군수의 주장이다.

하지만 분양이 완료됐다는 말은 기자가 이른바 '뇌피셜'로 지어낸 말이 아니다. 유천호 군수가 분양을 맡긴 업체 관계자의 발언이었다. 사실 더팩트도 10필지 중 3필지가 등기부등본상 명의가 이전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하지만 분양대행사의 말은 달랐다. 평당 130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고, 분양이 다 됐다는 것이 분양대행사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기자가 이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계약금을 걸어 놓은 상태일 수 있고, 판매가 완료됐지만, 등기 이전이 안된 것일 수 있지 않은가?

적어도 자신에게 불리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몇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더팩트>는 취재한 내용 그대로 "분양 대행사 설명처럼, 유천호 군수가 주택단지를 평당 130만 원에 판매했다면 유천호 군수가 벌어들인 분양 가격은 총 20억 원에 달합니다."라고 표현했을 뿐이다.

또 유 군수는 공직자 신분이기 때문에 10개 필지 중 3개 필지만 팔고, 나머지는 분양을 중단한 상태라 주장하고 있는데, 1개 필지는 군수 취입 직후인 지난 2018년 8월 31일에 분양이 완료됐고, 1개 필지는 불과 6개월 전인 2020년 12월에 팔렸다. 또 다른 1개 필지는 2021년 1월 20일에 거래됐다. 유천호 군수의 말과는 반대로 실제 공직자 신분으로 3개 필지를 팔았다는 말이다. 유천호 군수의 말처럼, 등기부등본만 떼 보면 당장 알 수 있는 일이다.

강화뉴스가 지난 2020년 9월 1일 유천호 강화군수의 전원주택지 분양과 관련해 보도했다./강화뉴스 홈페이지 캡쳐
강화뉴스가 지난 2020년 9월 1일 유천호 강화군수의 전원주택지 분양과 관련해 보도했다./강화뉴스 홈페이지 캡쳐

◇지난 2020년 9월 첫 보도에도 버젓이 땅 거래 한 유천호 군수

더 큰 문제는 2개 필지를 추가로 판 시점이다.

실제로 '유천마을' 문제가 알려진 것은 지난 2020년 9월 1일이다. 강화뉴스의 단독 보도로 '유천마을' 문제가 지역사회에 알려진 것이다. 당시 강화군은 지역 언론사를 통해 적극적으로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유 군수는 이런 보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보도가 나간 지 4개월 지난 시점에 땅을 팔았다. 심지어 올 1월 까지 땅 거래가 있었다. 만약 유천호 군수가 문제가 불거지고 땅 거래를 그만 뒀다면 해당 기사는 나갈 수 없었다.

특히 유 군수는 2020년 9월, 강화뉴스의 보도 당시에도 '유천마을'이라는 명칭은 분양대행사가 임의적으로 지은 것이라 자신과 상관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는데, 이렇게 오해의 소지가 있는 '유천마을' 걸개막은 여전히 '유천마을'에 버젓이 걸려 있었다.

유천호 군수의 해명이 사실이 되기 위해서는 분양대행사가 땅 주인인 유천호 군수의 말을 듣지 않고 '유천마을'이라는 이름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 아니면 유천호 군수가 '유천마을' 명칭 사용을 눈 감았던지 둘 중 하나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유천호 군수는 "분양 대행사가 임의로 정한 것일 뿐 본인과는 상관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주지하다시피 이 땅의 주인은 유천호 군수며, 걸개막은 여전히 걸려 있었다.

또 공직자 신분이어서 분양을 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 되려면 적어도 '유천마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와 있던 2020년 12월 22일과 2021년 1월 20일에 땅을 팔지 않았어야 했다. 또 '유천마을' 이름이 적힌 홍보 걸개막은 현재 그 자리에 없어야 했다. 그리고 분양 관계자의 입에서는 "분양 다 됐어요"라는 말 대신, "당분간 분양하지 않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어야 했다.

하지만 유천호 군수는 '유천마을' 논란 직후인 2020년 말과 2021년 1월에 2개 필지를 팔았고, 문제점을 알고 있었음에도 홍보 걸개막을 '유천마을'에 걸어뒀으며, 분양대행사는 "분양이 다 됐다"고 설명했다.

공사대금 등 돈이 급해도 유 군수 본인의 말처럼, 땅을 팔아서는 안됐다. 2021년 관보를 통해 공개된 재산을 보면, 유천호 군수와 아내는 총 4000만 원의 현금이 있었고, 2억9945만 원의 예금 잔액이 있었으며. 5억3335만 원 상당의 골동품도 갖고 있었다. 공사비 정도는 갖고 있는 재산을 처분해 낼 수 있었다.

유천호 강화군수가 지난 7일 강화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화군청 뉴스 캡쳐
유천호 강화군수가 지난 7일 강화군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강화군청 뉴스 캡쳐

◇<더팩트> 취재에 응하지 않고 기자회견 자처…왜?

<더팩트>는 궁금했다. 분양대행사의 발언은 사실인지, 땅을 왜 구입한 건지 등등.

당연히 <더팩트>는 유천호 군수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공보팀장을 통해 "개인적인 일로는 만날 일 없다.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였다. 하지만 유 군수는 개인적 사안을 놓고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적어도 이런 내용의 답변을 취재 과정에서 받았다면, 응당 기사에 반영 했을 것이다.

반론을 듣는 것은 기자의 취재 원칙이고, 보도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천호 군수는 여러가지 의혹에 대해 <더팩트>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유천호 군수는 이런 내용의 설명은 <더팩트>에게 해야 했다. 그랬으면, 유천호 군수가 억울해하는 상황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더팩트> 기자를 대신해 다수의 타사 기자들이 강화도로 달려가 유천호 군수의 말을 듣는 수고로움은 덜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오는 음해", "가짜뉴스" 등등의 조롱의 단어도 <더팩트>는 듣지 않았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금이라도 <더팩트> 취재에 응해주시길 유천호 군수에게 부탁드린다. <더팩트>는 아직 물어볼 것이 많이 남아있고, 적극적인 소통은 당사자와 하는 것이 오해의 소지가 줄일 수 있는 합리적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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