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고인 '심신미약' 주장 다 배척
"디지털 성범죄 엄히 처벌해 사회적 경종"
이른바 '서울대 N번방'으로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이른바 '서울대 N번방'으로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주범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박준석 부장판사)는 3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편집·반포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건 주범 박 모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공범 강 모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박 씨에게 징역 10년, 강 씨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 씨의 경우 검찰이 구형한 형량이 그대로 선고됐다.
피고인들은 불안과 우울증 등 심신미약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강박증과 ADHD 등을 앓고 있다며 양형에 참작해달라는 피고인들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동문을 상대로 '지인능욕'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장기간에 걸쳐 피해자들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조롱하며 인격을 말살시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또 "디지털 성범죄는 늘어나는 반면 피해 회복이 어렵다. 피고인들을 엄중히 처벌함으로써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피고인의 참회가 완전히 거짓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확인된 범행 기간만 3년 6개월인데, 이미 참회는 너무 늦어서 피해 회복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조윤희 공동법률사무소 이채 변호사는 더 이상 사회에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사법부의 엄단 의지를 잘 보여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박 씨에게 검찰이 10년을 구형했고, (1심 선고에서) 그대로 선고됐다.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라며 "허위 영상물 편집 상습성이 인정됐고, 유리한 양형요소의 상당 부분을 배척한 결과"라며 "강 씨는 일부 피해자와 합의하는 등 일반적으로는 아주 유리한 양형으로 반영됐음에도 징역 6년을 구형했고 징역 4년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앞서 박 씨는 지난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대 동문 여성 등의 모습을 이용해 허위영상물을 제작·유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가 제작한 합성음란물만 2000여개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박 씨는 불법촬영물을 외장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법으로 소지하거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 1000여개가 넘는 성착취물을 소지한 혐의 등도 받았다.
강 씨는 박 씨가 지난 2021년부터 이듬해까지 피해자의 사진을 건네며 수십 차례 허위영상물을 합성·가공하도록 요구하면 이에 따라 영상물을 제작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