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측 "최 회장 자사주 공개매수 시 1조 3600억 손해"
최 회장 측 "개인 경영권과 무관…지분 구조 안 바뀐다"
경영권 분쟁 중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18일 다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사진은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파트너스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18일 다시 법정 공방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이날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을 열었다. 이번 가처분은 고려아연이 지난 4일부터 23일까지 3조 6000여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공개매수한다고 밝히자 영풍이 이를 막아달라는 취지로 신청했다.
영풍 측은 최 회장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를 진행한다면 고려아연에 1조 3600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다며 이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윤범 현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그간 모든 주주가 희생을 감수하면서 적립한 이익금을 여기에 사용하려 한다"라며 배임 행위라고 지적했다.
대리인은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 10년간 30만 원∼55만 원을 유지해 왔는데 최 회장은 89만 원에 매수하려 한다.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하지 않았다"라며 "회사는 매수 종료 시점에 1조 3600억 원이 넘는 손해와 3조 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한다"고 말했다.
또 영풍 측은 이번 공개매수가 '주주평등원칙'에도 어긋난다고 했다.
영풍 측 대리인은 "영풍은 최 회장과 지분경쟁을 벌이는 당사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할 리가 없다. (공개매수는) 결국 최대 주주인 영풍에게 불이익을 가하고 2대 주주인 최 회장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최 회장 개인의 경영권과는 무관하다고 맞섰다. 자사주는 공개매수 이후 전량 소각해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중장기적 성장보다는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또 주가 관련 영풍 측 주장에 대해 "자사주 공개매수가인 89만 원이 주식의 실질 가치보다 높다고 단정할 수 없다"라며 "영풍도 공개매수가를 83만 원까지 올렸는데, 83만 원은 실질 가치에 부합하고 89만 원은 그렇지 않다고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개별 주주가 개인적 사정으로 공개매수에 응모할 수 없다고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영풍 측의 '주주평등원칙 위반' 주장도 반박했다.
재판부는 심문을 종결하고 오는 21일까지 결정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하겠다며 공개매수 기간인 9월 13일∼10월 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게 해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지난 2일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고려아연은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11일 89만 원으로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