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불기소' 도이치모터스 수사…논란의 4년6개월
입력: 2024.10.18 06:00 / 수정: 2024.10.18 06:00

김 여사 서면조사 2번…'특혜조사' 시비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끝까지 회복 못해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 성남 서울공항에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환영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 등 미국 안보순방을 마치고 귀국, 성남 서울공항에서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환영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장우성 기자] 검찰이 4년여 수사 끝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은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총장 수사지휘권을 끝까지 복원하지 않은 채 압수수색 한 번 없이 내린 결론이라 의혹에 완전한 종지부를 찍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17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방조한 의혹을 받은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했다. 2020년 4월7일 최강욱 전 의원의 고발 이후 4년6개월 만이다. 처음 의혹이 제기된 2019년 7월 윤석열 검찰총장 국회 인사청문회로 따지면 5년이 넘는다.

검찰은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쓰였지만 주범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이용당한 것으로 판단했다. 권 전 회장의 투자 요청에 따라 돈을 댄 단순한 '전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불기소의 법리적 다툼이나 국민 여론을 떠나 깔끔하지 못 했던 수사 과정이 두고두고 입길에 오를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검찰총장 4명, 서울중앙지검장 4명을 거친 유례없는 장기간 수사였다. 주범인 권오수 전 회장을 기소하는 데도 고발 후 꼬박 1년 반이 걸렸다.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에서 재판도 아닌 수사에만 4년6개월이 걸린 일은 흔치 않다.

5년 가까운 수사기간 동안 핵심 피의자인 김건희 여사는 서면조사 2번, 대면조사 1번을 받는 데 그쳤다. 서면답변은 1년 만에 오기도 했고 그나마 내용도 불충분했다고 전해진다. 대면조사는 지난 7월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건물에서 진행돼 '특혜 조사'라는 말을 들었다. 김건희 여사가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아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했다가 대선 영향을 우려해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압수수색 영장은 수사 초기 청구했다가 법원에 기각당한 후엔 한 번도 재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착수 당시 김 여사는 현직 검찰총장의 배우자였고 윤석열 당시 총장이 대선 후보로 주목받으면서 선거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국 사태' 이후 윤 총장 징계와 이른바 '검수완박' 등 첨예하게 갈등했던 문재인 정부와 검찰 관계도 작용했다. 급기야 김 여사는 대선 뒤엔 영부인이 됐다. 핵심 피의자를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다.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더팩트 DB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더팩트 DB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배제도 한 몫했다. 애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배제는 윤석열 당시 총장의 이해충돌 소지 때문이었다. 이후 김오수, 이원석, 심우정 총장에 이르기까지 배제 취지가 해소됐는데도 지휘권은 회복되지 않았다. 법무부는 물론 당사자인 총장들도 소극적이었고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장이 '총대'를 매는 구조가 돼버렸다. 검찰총장은 검사가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계단이지만 중앙지검장은 아직 계단이 남아있어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법조계 정설이다.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 지휘부 전격 교체 역시 석연치 않았다. 도이치모터스 수사를 이끌던 송경호 중앙지검장, 고형곤 4차장은 승진 형식을 띄었지만 모두 수사와 사실상 무관한 곳으로 발령났다. 이들은 김 여사 출석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의 불기소로 야당의 특검 추진은 더 탄력을 받을 상황이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도 뒤늦게 결론이 달라진 선례도 없지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BBK 의혹'도 2007~2008년 검찰과 정호영 특검이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볼 증거가 없다"며 잇달아 무혐의 처분했으나 2018년 검찰 재수사 결과 구속기소에 이르렀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lesli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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