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 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지난 7월1일 오후 9시 27분께 서울 중구 시청역 교차로에서 차량이 인도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해 주위에 파편들이 흩어져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운전자 차모(68) 씨가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이춘근 부장판사는 1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및 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차 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차 씨는 카키색 수의에 안경을 쓴 채 굳은 표정으로 법정에 들어섰다.
차 씨 측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차 씨의 변호인은 "사고 당시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다른 원인으로 차가 가속됐고 제동 페달을 밟았지만 제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역주행을 하고 경적을 울리는 사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고인은 과속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진입이 불가능한 시청역 방면으로 역주행해 시속 105km에 이르기까지 가속페달을 밟았다"며 "인적이 없는 쪽으로 운전하거나 미리 경적을 울려 경고하는 조치도 하지 않고 그대로 인도에 침범해 9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5명을 상해에 이르게 했다"고 공소사실을 밝혔다.
차 씨 측은 검찰이 사고 차량의 유압식 브레이크가 ECU(엔진 제어 장치)를 거치지 않고 제동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증거로 제출하자 "ECU를 거치지 않은 게 아니다"라며 증거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와 차량 제조사의 사고 차량 평가도 동의하지 않는다며 추가 사실조회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이에 검찰은 국과수 직원들과 제조사 관계자, 전문가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할 뜻을 밝혔다.
차 씨는 7월1일 오후 9시26분께 서울 중구 태평로 시청역 인근 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 도로인 세종대로 18길을 역주행하다 횡단보도로 돌진, 신호를 기다리던 보행자들을 들이받고 차량을 잇달아 추돌했다. 이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숨졌고 7명은 부상을 입었다.
차 씨는 경찰 조사에서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으나 국과수 차량 감정 결과 가속장치나 제동장치에서 기계적 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고기록장치(EDR) 분석 결과 당시 브레이크도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회로(CC)TV 영상과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서도 충돌 직후 잠시 보조 제동등이 점멸한 것 외에 주행 중에는 제동등이 점등되지 않았다.
다음 기일은 내달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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