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복귀' 의대생 의사 일일이 확인 불가능
5년 단축 방안도 난색…"의대 교육 질 고려 없어"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서울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내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의대생 휴학 허용 방침에 난감한 입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대. 기사 내용과 무관 /뉴시스 |
[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이윤경 기자] "학생들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해왔는데 이제 와서 조건부로 휴학 승인하겠다고 하면 저희 돌 맞아요."
대학들이 정부의 의대생 조건부 휴학 허용과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방안에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실현이 어려운 방안인 데다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 눈치만 보고 있다.
9일 대학가에 따르면 의대를 둔 서울 주요 대학들은 교육부의 내년도 1학기 복귀를 전제로 한 조건부 의대생 휴학 허용 방침에 난감한 입장이다. 지난 2월부터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들이 유급 또는 제적 위기에도 학교에 돌아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교육부의 조건부 휴학 허용 방침에 "학생의 권리에 대한 침해이자 강요·협박"이라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사립 의대 관계자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나머지 대학들도 대부분 "아직 결정된 바 없다",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정부 압박에 학생들이 주장하는 조건 없는 휴학 승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또 다른 사립 의대 관계자는 "정부가 학사 정상화 노력을 반영한 대학의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점검해 이를 내년 의대 재정지원에 반영하겠다고 했다"며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을 따른다고 해도 휴학계를 낸 의대생 수백명의 진의를 파악하는 과정이 쉽지 않다.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와 관련한 교육부의 구체적인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 대표를 통해 복귀 의사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대학도 있었으나 대체로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모 사립 의대 관계자는 "학생 한명 한명에게 내년도 3월에 복귀하겠다는 각서 같은 것을 요구하고 확인하라는 건데 말이 안 된다. 짜증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다른 사립 의대 관계자도 "일일이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가능한지를 떠나서 정부와 의대생 양쪽의 입장이 정리돼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정부 말만 듣고 절차를 진행하기도 어렵다. 당초 휴학은 지극히 개인적인 사유로 하는데 강제적으로 조치하라는 게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이 정부의 의대생 조건부 휴학 허용 및 의대 교육과정 5년 단축 방안에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현실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방안인 데다 의대생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 눈치만 보는 형국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
의대생 미복귀에 따라 교육부가 제시한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단축 운영하는 방안을 두고도 대학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의대생뿐만 아니라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의대 교수들은 "의대 교육의 질적인 고려 없이 학사 일정만 억지로 끼워 맞춰 부실교육을 감추려는 졸속 대책"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대학들은 한목소리로 교육과정 5년 단축을 두고 절차상 문제는 없으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교육과정을 단축하자는 얘기는 전무하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사립대 관계자는 "교육부가 승인해주면 행정적으로는 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교육과정을 5년으로 바꾸게 되면 당장 이번 달부터 준비해 내년 3월부터는 강의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과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문제"이라며 "가장 편리한 방법은 중요도가 떨어지는 수업을 제외하거나 축소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수들 입장에서는 교육과정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내년 의대 교육 파행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모 사립대 관계자는 "휴학을 승인해도 결국 내년에 학생을 두 배로 가르쳐야 하는 등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며 "특히 증원된 학교들은 인원을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sohyun@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