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 결의대회'
"불법증원 강행, 폭압적 의료정책 낸 책임자들 물러나라"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3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비대위원장이 3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전국 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장혜승 기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3일 결의대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무리하게 추진하기 위해 의대를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을 무력화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2025학년도 의대증원 중단도 거듭 요구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학교육평가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과대학 교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창민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분명 의대 교육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불과 6개월 만에 이제는 의평원에 압력을 가하고 심지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의평원을 말살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를 향해 "곧 시작되는 국감에서 의평원 무력화와 의대 부실화를 초래하는 모든 과정을 철저히 밝혀달라"며 "정부의 의평원 말살 시도에 대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국 의대들은 교육부가 권한을 위임한 의평원의 인증을 정기적으로 받는다. 인증을 받지 못한 곳은 신입생 모집 정지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의평원이 이번에 증원된 의대를 대상으로 평가를 강화하겠다고 하자, 교육부는 지난달 25일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의대 증원으로 의과대학 교육 여건이 나빠져 의평원의 인증 평가에서 불인증을 받더라도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학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기관인 의평원이 늘어난 정원으로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는 의대에 '불인증 평가'를 내려도 곧바로 처분하지 않고 보완 기간을 주겠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현재 상황을 '대규모 재난'으로 간주하기도 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은 "(의정갈등) 8개월이 지난 지금 정부는 2000명이라는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의 의대 증원으로 제대로 된 의학교육이 불가능해지자 의평원 무력화를 통해 후진국 수준의 의사를 양산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최초로 교수들이 모이는 집회의 자리"라며 "우리의 투쟁이 시작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는 전의교협이 500명 신고했고 경찰 추산 350명, 주최 측 추산 80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교육농단 저지해 의평원을 지켜내자', '교수들이 합심해 국민건강 수호하자'는 물론 '불법증원 밀어붙인 책임자들 물러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의사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참석했다.
박 위원장은 "이 정부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정상화하려는 카이스트 졸업생의 입을 막고 끌어내고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들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더니 이제는 의학교육이 제대로 될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는 의학교육평가원의 입을 틀어막으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번 국감 등을 통해 의평원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막아내고 교육이 보다 정상화되고 질 높은 수준으로 담보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아무리 의사가 늘어도 의료 수준이 추락해 의료사고가 더 생기게 되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실력이 부족해도 의사 고시를 통과할 수 있게 되면 결국 가장 큰 손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zzang@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