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열람등사 신청의 결과가 이르면 내달 말 나올 전망이다. 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이 고려아연 회계장부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가처분 심문에서 "정당한 주주 권리"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측은 공개매수 과정에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한 부당한 목적이라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김승정 부장판사)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의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앞서 영풍 측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투자 등 배임 의혹과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등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최 회장이 고려아연에 재무적 손실을 가했는지 판단이 필요하다며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 측은 "채무자(고려아연)가 이사회에 보고한 보고서상 금액과 공시금액 등에 환율을 고려하더라도 불일치한 부분이 크고, 현 경영진 관련 장부를 훼손·은닉할 가능성이 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가처분을 신청했다"며 "신청이 인용되더라도 고려아연 측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가처분 신청이 "적대적·약탈적 M&A 수단으로 실시한 공개매수에서 유리한 지위를 정하기 위한 부당한 목적으로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이 요구하는 회계장부도 회계상황 파악과 무관한 자료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권자와 MBK의 경영권 획득은 고려아연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며 "국가기간산업인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해 풍부한 실적을 지닌 고려아연과 달리 현저한 실적 차이가 나는 영풍이 사모펀드와 자본의 힘으로 경영권을 빼앗는다면 기업가치가 훼손된다"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영풍 측에 2주, 고려아연 측에 4주 상당의 자료제출 기한을 제시한 후 심문을 종결했다. 이후 내달 20일까지 상대방의 서면에 반박할 추가 자료 제출을 명했다. 심문 결과는 이르면 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이날 영풍 측이 낸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특별관계인'이 아니라고 판단,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주장한 영풍의 주장을 기각했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을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추가로 신청했다.
rocker@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