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배임 의혹에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영풍 측이 고려아연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심문 기일도 예정돼 있어 경영권 분쟁이 민·형사 문제로 번지는 모양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검사)는 오는 27일 오전 11시 영풍이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등에 대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첫 심문기일을 연다.

영풍은 '특별관계인'인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기간인 9월13일부터 10월4일까지 공개매수 외의 방법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자본시장법상 별도매수 금지 위반이기 때문에 막아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는 '공개매수자(특별관계자 포함)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그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는 매수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영풍과 특별관계가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쟁점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특별관계인에 해당하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특별관계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최 회장 측이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개매수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도 수사에 뛰어들었다. 지난 19일 고려아연의 계열사인 영풍정밀은 '영풍이 MBK 파트너스와 맺은 주주 간 계약으로 영풍법인이 손해를 봤다'는 취지로 장형진 영풍 고문과 사외이사 3명, MBK 파트너스와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5명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한 주주로 영풍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약 33%)을 MBK 파트너스 측에 저가로 넘겨 영풍 주주 등이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됐다는 입장이다.

앞서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인 영풍은 지난 12일 MBK 파트너스와 주주 간 계약을 맺고 고려아연 보유지분 33.13%의 절반인 16.56%와 +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했다. 진행 중인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주식 약 7~14.61%를 주당 66만원에 사들이게 되면 MBK 파트너스와 영풍의 지분율은 최소 40.13%, 최대 47.73%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영풍정밀 측은 '밀실 공모로 이뤄진 계약으로 MBK 파트너스가 이득을 취하게 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자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노진수 전 대표이사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맞고소했다. 영풍은 "동업 정신을 파기하고 회사를 사유화한 경영 대리인 최윤범 회장 및 고려아연의 수상한 경영 행보가 시작됐을 당시 의사 결정의 중심에 있던 노진수 전 대표이사에 대해 본격적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영풍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씨에스디자인그룹과의 계약 체결 등 그간 최 회장을 겨냥해 제기해 온 의혹을 고소 이유로 설명했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팀이 배당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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