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도 넘은 의사 막말…내부서도 '누워서 침 뱉기' 비판
입력: 2024.09.25 15:12 / 수정: 2024.09.25 15:20

"그만 나대라"·"환자들 죽어도 감흥 없다" 등 논란
"막말과 무례함 때문에 의료계 전체 이미지 실추"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이 망발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비판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새롬 기자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이 망발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비판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일부 의사들이 막말을 쏟아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들의 비판과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도 자제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용언 대한의사협회(의협) 부회장은 지난 20일 SNS에 '간호법 제정안 공포를 환영한다'는 대한간호협회의 보도자료를 갈무리해 올리며 "그만 나대세요. 그럴거면 의대를 가셨어야죠. 건방진 것들"이라고 적었다. 논란이 된 후에도 박 부회장은 "주어, 목적어 없는, 존재감 없는 글에 관심 가져줘서 송구하다"고 올렸다. 지난 21일에는 "간호사들 입장에서는 글이 매우 기분 나빴을 것"이라면서 "전공의들은 더 기분 나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지난 23일 박 부회장을 모욕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의사들의 막말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미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일축했으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임 회장은 같은 달 의협의 전면 휴진에 불참 의사를 밝힌 대한아동병원협회를 향해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는 이들"이라고 비난해 또 다시 빈축을 샀다.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지난 2월 서울시의사회의 '제2차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데이트폭력'에 빗댔다. 지난 4월에는 주수호 당시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의사를 '매 맞는 아내', 환자를 '자식', 정부를 '폭력적 남편'에 빗대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 못할 거라고, 자식을 볼모로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무엇이 다르냐"고 말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미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일축했으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열린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현택 의협 회장에게 '미친 여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임 회장은 "표현의 자유 영역"이라고 일축했으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최근에는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도 도를 넘는 발언이 여러 차례 게재됐다. 지난 10일 의사·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글이 올라와 정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의료계 블랙리스트' 명단을 작성해 구속된 사직 전공의 후원금 모금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경찰은 지난 20일 사직 전공의 정모 씨를 스토킹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정 씨는 지난 7월 병원에 복귀한 전공의들의 명단과 신상정보를 '감사한 의사'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커뮤니티와 텔레그램방에 올린 혐의를 받는다. 이후 메디스태프에는 정 씨를 돕자는 취지로 후원금을 송금했다는 인증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의정 갈등이 좀처럼 봉합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논란도 이어지면서 의사들 사이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개원의는 "의협 임원직을 맡은 처지라 성과는 내야 하는데 뚜렷하게 대처할 방법이 없어서 거친 발언을 일삼는 것 같다"며 "누워서 침 뱉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빅5' 병원의 한 교수도 "정부에서 무리한 정책을 일삼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의협 임원들의 직설적인 면이 드러난 것 같다. 다만 지금 와서 예의를 갖추고 정중하게 얘기한다고 해서 정부가 신경을 쓸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도 도를 넘는 발언이 여러 차례 게재됐다. 지난 10일 의사·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글이 올라와 정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박헌우 기자
최근에는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도 도를 넘는 발언이 여러 차례 게재됐다. 지난 10일 의사·의대생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돌다 죽어도 아무 감흥이 없다", "더 죽어서 뉴스에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는 글이 올라와 정부가 수사를 의뢰했다. /박헌우 기자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이다. 한 사직 전공의는 박 부회장의 발언을 두고 "당연히 부정적으로 본다"며 "전공의들도 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들과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발언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어 "의협에 어떤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마이너스적인 요소는 없어야 하지 않냐"며 "막말 이미지를 계속 부각시키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한 의대생도 "의사 집단의 전반적인 의견이 아님에도 지위를 이용해 언론에 부적절한 사견을 말하고 있다"며 "사실과 다른 의료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대생들은 극단적인 개인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은 불안감을 내비쳤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구속된 사직 전공의를 위한 후원금 모금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며 "병원 현장에 남은 전공의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구속된 전공의를 지지하는 것은) 의료 공백 사태를 겨우 버티게 해줬던 전공의들로 하여금 환자 곁을 지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환자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ohyun@tf.co.kr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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