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여야의정 협의체 결국 '무산'…추석 응급 위기 고조
입력: 2024.09.13 16:39 / 수정: 2024.09.13 16:39

의협 등 의사단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시기상조"
추석 연휴 2곳 제외한 응급실 407곳 24시간 운영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여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배정한 기자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사진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여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의대 증원에 따른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사실상 무산됐다. 정부는 2025년 의대 정원 재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의사들은 정부 태도에 변화가 없다는 이유로 협의체 참여를 거부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비상응급체계를 가동했지만 의료현장의 불안은 가중될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의협 대의원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교 비대위), 대한의학회, 대한개원의협의회,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단협의회 등 8개 단체는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서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며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이들은 "정치권 여야는 물론 국민들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남은 것은 정부의 태도 변화 뿐"이라며 "국민의 걱정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불통을 멈추고 전향적인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변화된 태도로 2025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와 사직 전공의 수사 중단 등을 요구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당사자인 의사들 불참으로 출범조차 못하면서 정부는 추석 연휴 비상 응급의료체계 대책을 차질 없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벼운 증상의 경우 동네 병·의원을 찾을 것도 당부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전국 응급실 409곳 중 2곳을 제외한 407곳이 매일 24시간 운영한다. 건국대충주병원은 오는 14∼18일 응급실을 운영하지 않는다. 명주병원은 병원 경영 사정으로 인해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8개 단체는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서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새롬 기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8개 단체는 13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현시점에서 협의체 참여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다. 사진은 지난 6월9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료농단 저지 ‘전국의사대표자대회 /이새롬 기자

추석 연휴 기간 문 여는 병·의원은 일 평균 7931곳이다. 연휴 첫날인 14일 2만7766곳이 운영한다. 이어 15일 3009곳, 16일 3254곳, 17일 1785곳, 18일 3840곳이 진료한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날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열고 "중앙정부·지방정부가 힘을 합쳐 추석 연휴 대비 응급의료체계 유지 특별대책을 준비해 왔다"며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먼저 문을 연 동네 병·의원이나 가까운 중소병원 응급실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병원 응급실의 진찰 결과에 따라 중증이라고 판단되면 큰 병원으로 신속한 이송이 가능하므로 안심해도 된다"며 "다만 당장 긴급히 응급 대처를 해야 하는 큰 병이라고 생각되면 즉시 119에 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에도 전국 응급실은 이미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9일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작업 도중 상해를 입은 노동자가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등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도 알려졌다. 최근에는 임신 25주 차 고위험 임신부가 제주에서 인천으로 항공 이송된 사례가 확인됐다.

전의교협에 따르면 9월 중순 기준 전국 53개 수련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총 534명으로 전년 922명에 비해 42.1%(388명) 줄었다. 의사가 5명 이하인 응급실도 7곳에 달했다. 전의교협은 "24시간 내내 응급실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부분적 폐쇄를 고려해야 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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