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증원 재논의 여부 놓고 평행선
환자단체는 '여야환의정 협의체' 제안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지역·필수의료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더팩트ㅣ조소현·이윤경 기자]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도 못 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의사들은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부터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사실상 재논의 불가 입장을 고수하면서 양측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특위)와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여야의정 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정부의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계가 협의체에 나와야 사태가 해결될 것처럼 하지만 정부 입장이 바뀔 준비가 돼 있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와 협의했다고 하는데 회의록을 보여 달라"며 "근거가 있고 협의가 있었다면 이 사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사태를 만든 곳도, 해결할 곳도 정부"라고 지적했다.
민주당도 서울의대 교수들 입장에 공감하며 정부와 여당에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 여부에 대한 입장부터 정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주민 특위 위원장은 "2025년 의대 정원 정상화를 포함해 모든 의제를 테이블에 올려서 논의하자고 주장했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를 받았는데도 정부와 여당에서 다른 소리가 나오고 있어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강희경(왼쪽 두 번째)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12. xconfind@newsis.com |
반면 정부와 여당은 의사들을 향해 추석 전 협의체 참여를 독려하면서도 2025년 의대 증원은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응급의료 종합상황 브리핑을 통해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해서 의료 개혁에 의료현실을 생생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며 "모든 의료계가 일치된 비전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라도 일단 출범은 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2025년 의대 증원 재논의에는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2025년 모집요강은 바꾸기 현실적으로 어렵고 그대로 진행해야 된다"며 "그러나 2026년부터 의료계의 의견이 있다면 숫자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여기서 다시 뒤로 돌아가면 개혁은 물거품이 된다"며 "(2025년 의대 증원 백지화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국민의힘에서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일단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의사단체는 즉각 부인했다. 전의교협은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뉴시스 |
이날 국민의힘은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에서 일단 참여 의사를 밝혀왔다고 전했지만, 의사단체는 즉각 부인했다. 전의교협은 성명을 내고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다"며 입장차를 보였다.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협의체 참여 여부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공동 비대위원장 3명과 함께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만 했다.
양측이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환자단체들도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에 반발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증원과 의료 개혁에 왜 환자의 의견은 묻지 않냐"며 "환자 빠진 협의체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정치권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든다면서 의료계의 의견만 구하고 환자단체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에 실망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라는 말에 환자는 어디에도 없다. 여야의정 협의체 대신 여야환의정 협의체 구성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했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선 추석 연휴 전까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부와 의대 교수들 모두 의정 대화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놓으면서 극적인 타협 가능성도 없지않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만나서 얘기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있다"면서 "교수들 입장도 2025년 정원을 논의한다고 하면 고려해보자는 의견이 반 정도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