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당근책 안 먹히는 전공의·의대생…병원·학교 '시름시름'
입력: 2024.08.19 17:13 / 수정: 2024.08.19 17:13

의정갈등 발발 6개월 째 해결 기미 없어
전공의 추가모집 저조…의대생 유급 위기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국 수련병원에서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마감한 결과 지원자는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이새롬 기자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국 수련병원에서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을 마감한 결과 지원자는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황지향·김시형 기자] "'전공의 없는 병원'은 뉴노멀이 됐어요. 다만 앞으로도 버틸 수 있을 지는 잘 모르겠네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로 불거진 의정 갈등이 6개월째에 접어들었다. 지난 2월20일 의대 증원에 반대한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났고 정부의 각종 '당근책'에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의대생 복귀 움직임도 없다. 수련병원과 대학들은 당분간 전공의·의대생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자구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국 수련병원 하반기 전공의 추가 모집 마감 결과 지원자는 총 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31일 실시했던 하반기 전공의 모집기간 지원자 104명과 더하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 지원자는 총 125명이다. 지난달 모집인원 7645명 기준, 지원율은 1.6%에 그쳤다. 지원자 중 인턴은 17명, 레지던트는 108명이다.

앞서 정부는 한 차례 전공의 모집을 실시했으나 지원율이 1.3%로 저조하자 추가 모집을 결정했지만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하반기 모집 전공의는 다음달부터 수련을 시작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집기간을 연장은 불가능하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추가 모집 실시를 발표하며 "(하반기 수련이) 다음달 1일에 시작된다.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모집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당부했었다.

의대생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의대생 집단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 올해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학기제 대신 학년제로 전환할 경우 성적 처리 기한은 1학기 말이 아닌 학년도 말인 다음해 2월 말로 연기된다. 통상 유급 여부는 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결정돼 왔다. 올해에 한해 일부 과목에서 낙제점을 받아도 유급되지 않도록 하는 특례 조치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도 의대생 마음을 돌리지는 못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달 22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재학생 1만8217명 가운데 실제 수업에 출석하고 있는 의대생은 495명에 불과하다. 수도권 의대에 재학 중인 한 의대생은 "상황이 바뀐 게 없다. 분위기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의대생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 올해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임영무 기자
교육부는 의대생 대규모 유급 사태를 막기 위해 지난 10일 '의과대학 학사 탄력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 올해 교육과정 및 평가 운영을 학기 단위가 아닌 학년 단위로 전환할 것을 권고했다. /임영무 기자

전공의와 의대생 모두 미동도 없자 수련병원과 대학은 자구책을 찾는데 고심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로 운영 중이던 병원들은 몸집을 더욱 줄이며 경영난을 버티고 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1일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용인세브란스병원의 일반직 직원 대상 무급휴직 기간을 기존 40일에서 80일로 확대했다. 서울성모병원도 병상축소 등을 검토 중이고 서울아산병원도 의사를 제외한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전공의의 빈자리를 진료지원(PA) 간호사로 대체해 버티는 병원도 있다.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전공의가 하던 일을 간호사와 펠로우(전임의)가 나눠서 하고 있다"며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진료지원 간호사를 예전보다 많이 충원했다"고 밝혔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이같은 조치도 얼마나 지속가능할 지 잘 모르겠다"며 "(간호사가) 차트 정리 등은 할 수 있지만 침습적 시술은 하지 못 한다. 현재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들은 추가 등록 기간을 두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공개한 국립대 의대 10곳의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 자료를 보면, 국립대 10곳 대학의 본등록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28일 사이다. 그러나 10개 대학 모두 2차, 3차까지 추가 등록 기간을 설정하거나 추가 등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에 따르면 부산대와 충남대, 충북대, 전북대, 경상국립대, 제주대 등 6개 대학은 9월초 추가 등록 기간을 운영한다. 부산대는 9월3일, 충남대는 9월11일, 충북대는 9월6일, 전북대는 9월3일, 경상국립대는 9월10일, 제주대는 9월2일부터 2차 등록을 실시할 예정이다.

3차 등록 기간까지 결정한 대학도 있다. 부산대는 9월24일, 전북대는 10월14일, 경상국립대는 10월2일부터 3차 등록을 시작한다. 충남대와 충북대, 제주대 등도 구체적인 일정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3차 등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와 경북대, 전남대, 강원대 등도 관련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엘레베이터에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있다./이새롬 기자
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공의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1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내 엘레베이터에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가 휴진을 시행하며 환자들에게 드리는 글이 붙어있다./이새롬 기자

대학들이 2학기 등록금 납부 기간을 연장하는 이유는 학칙에 있는 '미등록 제적' 조항 때문이다. 총장의 휴학 허가를 받지 않고 소정의 기간 내에 등록하지 않은 학생은 제적된다. 교육부가 의대생들의 집단휴학을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2학기 등록을 연말로 늦춰서라도 이들의 대규모 제적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다.

다만 휴학계를 내고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2학기 등록을 할 지는 미지수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며 "교육부 방침이 있는 만큼 등록 기간 연장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의미가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 항의 전화도 계속 오는 중"이라며 "조치를 마련하느라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상상도 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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