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우려에" vs "국회 조롱"…의대 청문회, '2000명 배정 회의록' 파기 공방
입력: 2024.08.16 16:28 / 수정: 2024.08.16 16:28

교육부, 배정위 회의록 파기
야당 "공공기록물법 위반"


국회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관련 청문회에서 대학별 2000명 배분의 근거가 된 교육부 산하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파기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자료 유출 우려가 있어서 파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6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오 차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뉴시스
국회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관련 청문회에서 대학별 2000명 배분의 근거가 된 교육부 산하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파기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자료 유출 우려가 있어서 파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16일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 오 차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뉴시스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국회에서 열린 의과대학 증원 관련 청문회에서 대학별 2000명 배분의 근거가 된 교육부 산하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파기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공방을 벌였다. 정부는 자료 유출 우려가 있어서 파기했다고 해명했지만, 야당은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냐'는 김영호 교육위원장의 질문에 "회의를 마치고 파기했다"고 답했다.

배정위는 지난 3월 정부가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기로 한 이후 대학별 증원 규모를 결정했던 회의체다. 당시 배정위는 2000명 증원분의 82%인 1639명을 비수도권에, 18%인 361명을 서울을 제외한 경인권에 배정했다.

국회 교육위는 이날 청문회를 앞두고 교육부에 정원 배분 근거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교육부는 회의 내용 요약 자료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회의록을 파기해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교육위 야당 간사인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주 전체회의에서 여야 간사 협의로 청문회에 성명 불상의 배정위원장 증인 명단을 제외하는 조건으로 배정위 회의 내용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여당 간사와 교육부가 약속했다"며 "하지만 자료 제출 기간이었던 지난 13일 배정위는 비상설, 비법정 위원회로 공공기록물 시행령이 규정하는 회의록 의무 작성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5시께 다시 자료를 제출했고 내용을 확인한 결과 매우 미흡했다"며 "추가 보완 자료를 요청했으나 (배정위에) 참석한 위원들의 전원 동의를 구해 배정위 협의 내용을 파기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도 "자료를 요청했을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며 "(회의록을) 파기했으면 내용이 없다고 얘기했어야 했다. 여당 간사도 자료가 있는 줄 알고 합의했는데, 말이 안 된다. 국회를 조롱하고 농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냐는 김영호 교육위원장의 질문에 회의를 마치고 파기했다고 답했다. /이새롬 기자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16일 국회 교육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최한 '의과대학 교육 점검 연석 청문회'에서 '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했냐'는 김영호 교육위원장의 질문에 "회의를 마치고 파기했다"고 답했다. /이새롬 기자

야당은 교육부가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배정위 회의록을 파기하기 전 절차를 거쳤어야 했는데 임의로 파기했다는 것이다. 공공기록물법 19조의2는 '누구든지 기록물을 무단으로 손상·은닉·멸실 또는 유출하거나 국외로 반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7조도 공공기관이 기록물을 폐기하려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41조1항에 따른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의 심사와 27조의2에 따른 기록물평가심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돼 있다.

김 위원장은 "자료를 어떤 근거로 파기했냐"며 "왜 자꾸 정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냐. 위원들이 의정활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자료 요청이다. 정부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해야 위원들이 원만한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교육부는 배정위 회의록이 해당 법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배정위는 법정기구가 아니다"라며 "장관의 자문을 위한 기구다. 그간 관행적으로 교육부 배정위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워낙 민감한 상황이고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자료가 유출돼 갈등을 더 촉발시킬 수 있지 않나 하는 실무진들의 우려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오 차관도 "배정위 회의록은 공공기록물법에 따른 회의 결과 정리, 기록의 대상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배정위 위원 명단도 공개할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장관은 "위원에 대한 정보는 개인정보이고 배정사항이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배정위원을) 데려올 때 개인정보는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데려왔다"며 "신뢰에 따라서 자료 제출을 국회가 원하는 만큼 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국가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다른 사유는 인정할 수 없다고 지난 회의 때 말했다"며 "국회법에 따르면 모든 게 허용되지 않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신뢰하지 못한다는 말과 같다"며 "기밀이 유지될 필요가 있을 경우 국회의원도 자료를 유출하면 책임이 물어진다. 자료를 요청한 의원에게 기밀을 당부한 다음 (자료를) 공유하고 같이 지혜를 모으는 게 정부 입장인데,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앞서 배정위 회의록은 지난 5월 의사단체가 제기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재판부는 정부에 2000명 증원의 근거 자료와 관련 회의록 등을 제출하고, 재판부의 인용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 의대 증원 승인을 연기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증원 규모를 결정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과 보정심 산하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 결과 등 47건의 자료와 2건의 별도 참고자료를 제출했지만 배정위의 경우 회의록 대신 회의 결과를 정리한 참고자료를 제출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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