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 하반기 전공의 모집 '먹구름'…교수 보이콧 움직임
입력: 2024.07.22 16:14 / 수정: 2024.07.22 16:14

"지원 전공의 미미할 것" 관측
전공의 대표, 수평위에도 쓴소리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장윤석 기자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김시형·조소현·이윤경 기자] 주요 수련병원들이 22일부터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시작했지만 사직 처리된 전공의들의 무관심 속에 의대 교수들의 반발도 거세져 지원율은 저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이 무더기 사직 처리된 상황에서 병원들은 결원이 생긴 모든 진료과에서 채용을 진행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수련병원 전공의 1만3531명의 56.5%인 7648명이 사직 및 임용포기 처리됐다. 수련병원들은 하반기 총 7707명의 전공의 모집인원을 신청했다. 최종 합격자들은 오는 9월부터 병원에 임용돼 수련을 시작하게 된다.

의대 교수들은 일제히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는 채용 면접에 참여하지 않거나 교육을 거부하는 등 하반기 전공의 채용을 보이콧하겠다는 움직임도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위원회는 이날 입장을 내고 "병원은 내년에 전공의들이 돌아올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하반기 정원을 신청했지만, 이 자리는 세브란스 (사직) 전공의를 위한 자리"라며 "전공의들의 자리를 비워두고 그들이 당당하고 안전하게 돌아오도록 지원·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병원이 세브란스와 상관없는 이들을 채용한다면 정부가 병원 근로자를 고용한 것일 뿐"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학풍을 함께할 제자와 동료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성균관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공의들의 의견이 존중받지 못한 채 6월 이후로 사직 시점이 결정되고 진료과 교수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 모집인원이 신청된 것은 복지부의 강압 행정과 무관치 않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무모한 의대 증원을 취소하고 신뢰를 회복한 후 의정 협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 영상의학교실 교수들도 지난 20일 "정부가 의료기관의 향후 전공의 정원을 볼모로 9월 전공의 모집을 강요하고 있다"며 "후반기 입사한 전공의에 대해 지도 전문의를 맡지 않고 교육과 지도를 거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남윤호 기자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를 비롯한 전국 주요 수련병원들은 이날부터 31일까지 하반기 전공의 모집을 진행한다. /남윤호 기자

정부의 수련 특례에도 하반기 모집에 지원하는 전공의들 규모가 미미한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사직한 전공의들이 같은 진료과목·연차로 복귀 가능하도록 올해에 한해 일시적으로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수련지침상 수련 도중 사직하는 전공의들은 1년 이내 동일 진료과목·연차로 복귀할 수 없다.

응급의학의사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부는 몇 명이 될지 모르는 9월 턴을 받겠다고 1만명이 넘는 전공의들을 강제로 사직 처리하려 하고 있다"며 "응급의료를 전공하던 대다수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다른 병원 상급 연차나 9월 턴으로 지원하는 인원은 더욱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기존에 발생한 결원만 보충할 예정"이라며 "(사직 전공의 지원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고 본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빅5 병원 교수도 "사직 전공의들이 지금 와서 (하반기 모집에) 지원할 거면 복귀를 했을 것"이라며 "지원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전공의들은 정부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정부의 수련환경평가위원회(수평위) 인원 구성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수평위 위원 13인 중 복지부 과장 1인과 전공의 2인을 제외한 9인 모두 수련병원 원장과 교수로 구성돼있다"며 "전공의 추천 위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평위는 현재 정부와 병원의 입장을 대변할 뿐 전공의의 의견을 묵살하고 전공의 상대로 물리적·정신적 폭력을 방조하고 있다"며 "수평위는 전공의 특별법을 근거로 전공의의 권익을 보호하고 수련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로 이를 위해 정부와 병원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3일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중 수평위에서 정부 측이 지정하는 위원 수가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는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달 12일까지 의견을 수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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