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수사 착수 후 이종섭 출국금지 논란
임성근 불송치에 공수처 "수사해 확인할 것"
통신영장 기각…기간 도래·수사 차질 우려
해병대 채모 상병이 지난해 집중 호우 실종자 수색 작전에서 순직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해병대 예비역 연대가 지난 3월2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채 상병 사건 조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이종섭 주호주대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정채영 기자]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경찰 등 여러 기관에서 사건의 수사를 이어왔으나 눈에 띄는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8월 고발을 접수한 공수처는 지난 1월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해병대 관계자 사무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이후 의혹의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주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논란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이 전 장관의 귀국과 대사직 사퇴로 출국금지 의혹은 일단락됐다.
이후 공수처는 포렌식 작업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피의자 조사에 나섰다. 지난 4~5월까지 공수처는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불러 조사했다. 유 법무관리관의 경우 두 차례 불러 장시간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의 중심으로 알려진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도 같은 날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에 불이 붙었으나 최근에는 주요 피의자 조사는 멈춘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경북경찰은 지난 8일 임 전 사단장에게 작전통제권이 없기 때문에 남용할 직권이 없었고, 일반적인 직무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는 직권남용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 결정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은 '임 전 사단장이 명령권자가 아니었다, 직권남용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는데, 다른 관점에서는 실제로 명령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면서 "어느 쪽 주장이 법리에 맞는지, 사실인지 아닌지는 계속 수사해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는 양쪽의 관점과 주장을 수사를 통해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국방부 관계자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 공익 제보로 시작된 또 다른 의혹 '구명 로비'
사건은 '구명로비' 의혹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채상병 사건 수사 중 공수처 조사를 받은 박 전 대령의 변호인이 최근 녹취록을 공익 제보하면서 비롯됐다. 해병대 출신들이 속해 있는 '멋진해병'이라는 단체 대화방의 참가자인 김규현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해 8월9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는 김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내가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며 임 전 사단장 구명을 VIP에게 부탁하겠다는 취지로 친분을 과시한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계좌를 시세 조종에 사용하는 등 과거 친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다수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통화에서 지칭한 'VIP는 김건희 여사'라면서도 '연락하지는 않는 사이'라며 허풍이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수처는 지난 18일 이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김 변호사가 먼저 유도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발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날 박 전 대령 측은 군 법원에서 임 전 사단장의 통신기록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7월28일부터 8월9일 사이 이 전 대표와 전화나 문자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구명 로비'가 없었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에 힘이 실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공수처는 최근 한달 동안 해병대 관계자 등에 대한 통신영장을 법원에 세 차례 청구했으나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통신기록 보존 기간이 끝나가기 때문에 수사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공수처 관계자는 "흔들림 없이 정해진 절차나 원칙에 따라 계속 수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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